[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우민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곽도원, 이성민, 이병헌, 이희준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우민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곽도원, 이성민, 이병헌, 이희준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백두산’에서 북한요원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유머를 오가는 매력을 뽐낸 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자로 변신했다. 그는 웃음기 뺀 깊은 내면 연기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대통령을 향한 ‘총성’으로 바뀌기까지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다.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과 우민호 감독이 참석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고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52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우민호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우민호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우민호 감독은 “원작은 동아일보에 26개월간 연재됐던 취재록이다. 책은 중앙정보부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담고 있는데 영화는 마지막 40일의 순간만 담았다”며 “원작은 20여 년 전 군대를 다녀온 뒤 우연히 접하게 됐다. 근현대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내용을 영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긴 시간이 흘러 2016년 초반에 원작자에게 연락해 판권을 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 감독은 “원작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당시 김충식 기자의 정신에 감동받았다.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롭게 파 들어가는 문체가 굉장히 충격이었다. 이러한 원작의 정신을 가져가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우 감독의 말처럼 ‘남산의 부장들’은 차갑고 냉정하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 감독은 “정치적 성격이나 색을 띠지 않으려 했다. 그렇기에 인물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 묘사를 따라가며 보여준다. 판단은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들의 전사가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우 감독은 “이 영화는 40일의 순간만을 담으려 했기에 인물들의 전사를 방대하게 다룰 수 없었다”며 “그들의 과거와 관계들은 같이 있었을 때의 호흡이나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본 원작자 김충식의 평은 어땠을까. 우 감독은 “재밌게 봤다고 했다”며 “원작이 사진첩이었다면 영화는 풍경화였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병헌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병헌은 “작가가 온전히 상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보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게 훨씬 힘든 더 힘든 작업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며 “감독님이 미리 준비했던 여러 가지 자료들과 증언들도 읽어봤지만, 무엇보다 시나리오에 입각해 연기하려 했다. 개인적으로 인물의 감정들을 확대시키거나 축소시키면 역사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유독 클로즈업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에 이병헌은 “스크린에 비쳐지는 클로즈업은 배우들이 다 감당해야 한다”며 “느와르 장르의 성격을 띠는 영화들에 클로즈업이 많은 것 같다. 부담스럽긴 했지만 화면 사이즈와 상관없이 인물의 감정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우 감독과 ‘내부자들’(2015)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은 “서로의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맞춰가는 과정 없이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감독님이 원래 열이 많은 분이다. ‘내부자들’ 당시에는 기쁨, 화남, 행복함 등의 감정을 참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차분했다. ‘남산의 부장들’ 제작 중간에 ‘마약왕’(2018)이 개봉했는데 흥행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배우 이성민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성민이 15일 오후 서울 한강로3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성민은 대통령 박통 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 역할을 맡은 선배들이 있었기에 부담이 있었다”며 “감독님과 분장팀, 미술팀과 같이 의논해서 최대한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의상도 당시 직접 대통령의 옷을 만들었던 분을 찾아가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연기적으로는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고, 요동치게 만들고, 품어줄지 대한 것들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내부 고발자가 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연기한 곽도원.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내부 고발자가 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연기한 곽도원. /조준원 기자 wizard333@
곽도원은 내부고발자가 된 전(前)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연기한다. 그는 “2인자로 살다가 권력을 다 뺏기고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애쓰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곽도원은 “시나리오를 맨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정치적인 이야기보다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긴장감이 담겨있던 것이었다”며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가 없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곽도원은 그 동안 연기했던 역할 중 박용각이 가장 난도 있는 역할이었다고 했다. 그는 “실존 인물이면서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기에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병헌, 이성민 형님에게 많이 의지했다”며 고마워했다.

프랑스 로케이션 촬영에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곽도원은 “정해진 시간 안에 연기해야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액션 장면은 숨 차는 거 외에는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 이희준./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 이희준./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희준은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으로 분한다. 곽상천은 스스로 2인자라 생각하며 자신의 신념을 너무나 믿고 있는 인물이다. 이희준은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희준은 역할을 위해 체중을 25kg이나 늘렸다. 그는 “감독님은 살찌울 필요 없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살을 찌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몸매도 (마른)이병헌 형이랑 겹치는 것 같아 다른 모습의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감독님을 다시 찾아가 아무래도 살을 찌워야 할 것 같다니까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대신 강요는 안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 말하길 모든 게 큰 계획이었다더라. 실컷 먹고 운동하면서 찌웠다. 이렇게 죄책감 없이 먹은 건 데뷔 후 처음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병헌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사건을 아는 사람들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젊은 세대도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이라며 “다만 같은 날 영화 ‘미스터 주’가 개봉한다.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스터 주’ 주인공인 이성민은 껄껄 웃으며 “영화는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작품 모두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 설 연휴, 멋진 배우들을 보러 와 달라”고 관심을 요청했다.

우 감독은 “대통령 암살사건은 근현대사에 변곡점을 이룬 큰 사건이다. 그러나 그 사건 속 인물들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평소 느끼는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사건이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다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관객들을 통해 완성된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다”고 소망했다.

22일 개봉.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