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아워 바디’ 포스터./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영화 ‘아워 바디’ 포스터./사진제공=영화사 진진
명문대 출신 자영(최희서 분)은 대학 졸업 후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 중이다. 그러나 20대를 책상 앞에서만 보냈는데도 번번이 시험에 떨어지고, 사귀던 남자친구까지 “인간답게 살아라”라며 차갑게 이별을 고하자 시험 당일 시험장에 가지 않는다. 집에서는 그런 자영을 한심하게 여긴다. 자영에게 남은 건 무기력한 몸과 공허한 마음뿐이다.

희망이 보이질 않는 앞날을 술로 달래던 자영 앞에 달리기를 하며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현주(안지혜 분)가 지나간다. 본능적으로 현주의 건강한 몸매와 에너지에 끌린 자영은 현주를 따라 달리기 동호회에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앉아서 공부만 하던 자영에게 달리기는 삶의 전환점이 된다. 공부와 달리 노력한 만큼 정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운동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자영은 점차 몸과 마음에 활력을 찾아간다. 엄마나 친구의 권유가 아닌,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결정해 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아워 바디’ 스틸./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영화 ‘아워 바디’ 스틸./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아워 바디’는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자존감과 성장으로 연결해 표현한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영의 축 늘어져있던 몸이 운동을 통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지만, 노골적으로 훑지 않는다. 오히려 솜털이 보일 정도로 근접 촬영을 해 근육의 생생함을 부각시킨다. 감독의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운동 종목으로 달리기를 설정한 것도 인상적이다. 달리기는 특별한 장비나 복장 없이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자영을 비롯해 달리기 동호회 인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이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하면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아서 이것만 해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자영의 대사를 통해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달리기는 성장이자 위로, 모든 걸 잊게 하는 스트레스 해소제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무엇보다 최희서의 연기가 극을 풍성하게 메운다. 영화 ‘박열’(2017)로 이듬해 신인상을 휩쓴 최희서는 ‘아워 바디’로 지난해 열린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그는 8년간 공부만 하며 지내온 자영의 건조하고 무기력한 얼굴부터 운동을 시작한 뒤 활력을 찾아가는 세심한 변화를 대사에 의존하지 않고 얼굴 표정과 몸짓, 분위기만으로 표현해낸다. 특히 현주를 따라 무작정 달리다가 가쁜 숨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아무 대사 없이도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현주를 계기로 달라진 자영은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 떨어지는 선택을 해 몰입도를 흐린다. 최희서는 언론시사회에서 “우리 영화는 반전”이라며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뒤엎는 사건이 일어난다. 청춘들이 사회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전개는 앞서 쌓아왔던 현실성과는 다소 맞지 않는 도발적인 시도와 행위라 ‘이게 최선이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15세 관람가. 오는 26일 개봉.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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