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책상에선 꾸벅꾸벅 졸지만 포커판에선 펄펄 나는 공시생 도일출(박정민 분). 도박으로 알뜰살뜰 돈을 모으는 재미를 붙일 때쯤 마돈나(최유화 분)라는 여인이 그의 인생에 불쑥 끼어든다. 도일출은 마돈나가 애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애인 이상무(윤제문 분)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일출은 공연한 영웅 심리에 휩싸인 건지 이상무와 포커로 승부를 가리게 된다. 기세등등했던 도일출은 대패를 당하고 자존심 회복을 위해 무리하게 승부를 이어가다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됐다. 손가락이 잘릴 위기에 처한 도일출 앞에 애꾸(류승범 분)는 구세주처럼 등장해 대신 빚을 갚겠다고 말한다.

그 후 도일출은 애꾸를 쫓아다니며 포커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애꾸의 재능 테스트, 즉 운발 테스트를 통과한 도일출은 애꾸가 꾸린 ‘원 아이드 잭’팀에 멤버로 합류한다. 설계자 애꾸를 주축으로 포커 천재 도일출, 셔플 기술자 까치(이광수 분), 연기에 능수능란한 영미(임지연 분), 숨은 고수 권 원장(권해효 분)까지 다섯 명은 50억이 걸린 판을 짠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이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종목을 포커로 바꿨다는 것이다. 화투판에서 벌어지는 타짜들의 냉혹한 승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작들과 달리 ‘타짜3’는 공시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화투판보다 더 잔인한 현실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도일출은 “금수저나 흙수저나 카드 7장 들고 카드 치는 건 똑같다”며 불공평한 현실, 염세적 청춘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원 아이드 잭’팀으로 타짜들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도 새로운 재미로 다가온다. 각 캐릭터의 개성과 역할을 뚜렷하게 설정한 점에서 오락영화의 본분을 다하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전작들보다 분위기도 더 경쾌해졌다. 하지만 시리즈의 명성을 의식한 탓일까. 탄탄한 전개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캐릭터 설명에 쏟은 건 과유불급이었다.

장황한 설명이 끝나면 이제 ‘원 아이드 잭’팀의 활약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가 절정에 달한다. 번호까지 매겨가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정성스레 다져놨는데 정작 다섯이 모였을 때의 에너지는 기대 이하다. 시너지를 내기도 전에 허무할 정도로 팀이 와해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세배우에 등극한 박정민과 압도적 아우라를 풍기는 류승범의 조합은 막강하다. 류승범은 이 영화의 상징적인 존재와 같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 비교불가·대체불가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캐릭터 소화력이다.

박정민 역시 거슬림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거칠고 강렬한 면모를 보여주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낸다. 마지막까지 류승범과 박정민의 케미를 충분히 즐기고 싶으나 영화가 허락하지 않는다. 노출까지 감행한 까치 역의 이광수는 알고 보면 히든카드다.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살려 웃음을 콕콕 찔러넣었다.

‘타짜’ 시리즈에서 화룡점정은 여성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임지연은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이야기의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최유화는 미스터리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팜므파탈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없고 섹시함을 쥐어짜낸다. 마돈나의 매력이 중요한 이유는 연정, 연민, 애증, 복수심, 배신감 등이 섞인 도일출의 감정이 마돈나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도일출을 움직이는 중요한 캐릭터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도일출 캐릭터의설득력도 줄어든다. 영미, 마돈나 모두 주체성이 부족하고 남성 캐릭터를 위한 도구로만 쓰인 점은 아쉽다.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11일 개봉.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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