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0.0MHz’ 포스터./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캐피탈원
영화 ‘0.0MHz’ 포스터./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캐피탈원
경북 상주 우하리의 한 폐가에 얼마 전부터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마을사람들은 용한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이지만, 무당도 폐가 안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우하리에 살던 한 여자가 4년 전 목을 매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어. 발견 시점이 늦어지면서 시체가 심하게 훼손됐지. 결국 목과 몸통이 분리됐고, 줄에는 머리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어. 그래서 ‘머리카락 귀신’이라는 이름이 붙은거야.”

미스터리 동아리 ‘0.0MHz’의 회장 태수(정원창 분)는 이렇게 말했다. 0.0MHz는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다. 인간의 뇌 주파수가 0.0MHz가 되면 귀신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전자파의 일종으로 보고, 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우하리 폐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긴장 반, 호기심 반으로 우하리 폐가에 도착한 동아리 멤버들. 모두가 짐을 풀며 웃고 떠들 때, 소희(정은지 분)는 폐가 안을 쳐다보며 홀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소희는 대대로 내려오는 무당 집안 출신으로,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자 멤버들은 본격적인 실험 준비에 들어간다. 윤정(최윤영 분)이 실험 대상자로 나서 뇌파 측정 장치를 머리에 착용한 채 방안에 눕는다. 나머지 멤버들은 혼령을 불러내기 위해 인형, 대바늘, 소금 등으로 강령술을 준비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죽은 사람 여기 와 앉으세요.”
“죽은 사람 여기 와 앉으세요.”

누워있는 윤정의 뇌파에 별 다른 변화가 없자 기다림에 지친 멤버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난다. 홀로 불침번을 서던 한석(신주환 분)은 윤정의 뇌파 측정 장치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어 윤정의 뇌파가 0.0MHz가 된 순간, 윤정은 무언가에 홀린 듯 맨발로 방을 나온다.

장난이라 생각한 것도 잠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윤정은 순식간에 아궁이로 끌려 들어간다. 한석과 태수는 윤정을 빼내기 위해 애쓴다. 그 순간 두 사람에 눈앞에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이곳을 둘러싼 소문들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멤버들은 극한에 공포에 휩싸이고, 간신히 방 바닥을 뜯어 윤정을 구출한 멤버들은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한다. 이 때 시종일관 두려움에 떨던 소희는 강령술을 끝내려면 방안에 있는 인형을 반드시 태워야 한다고 소리치기 시작한다.

영화 ‘0.0MHz’ 스틸컷./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영화 ‘0.0MHz’ 스틸컷./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영화 ‘0.0MHz’는 누적 조회수 1억2000만뷰를 기록한 동명의 인기 공포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공간의 실체를 밝히려던 젊은이들이 공포와 마주하는 설정은 작년 개봉한 ‘곤지암’과 비슷하다. ‘0.0MHz’의 원작 웹툰이 ‘곤지암’의 모티브이기 때문이다.

‘‘0.0MHz’는 원작에 더욱 충실한 스토리로 ‘곤지암’과 차별화한다. 또한 머리카락 귀신이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한층 기괴한 공포를 선사한다.

스토리 전개가 중반부 이후 다소 느슨하고 산만해지는 건 아쉽다. 폐가에서의 공포 체험과 함께 빙의, 구마의식 등의 소재를 더해 참신함을 꾀했지만, 오히려 한 부분에 집중하지 못해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 또한 ‘곤지암’ ‘폐가’와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지 않은 정통 공포물로 탄탄한 스토리를 살리고자 했지만, 흐름이 매끈하지 않아 빈틈을 노출한다.

‘0.0Mhz’라는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인간의 뇌 주파수와 귀신과의 연결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귀신을 만나게 되는 주파수라는 신선한 장치가 강령술에 필요한 단순 도구로만 기능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 데뷔하는 에이핑크 정은지, 인피니트 이성열과 최윤영, 신주환, 정원창 등 젊은 배우들의 열연은 눈 여겨 볼 만하다. 특히 신주환은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신예지만 거친 말투와 섬세한 표정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정은지는 평소 밝고 당찬 캐릭터와 반대되는 음침한 캐릭터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5월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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