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박찬욱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TV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찬욱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TV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거장 박찬욱 감독이 영화가 아니라 첫 TV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을 국내에서 선보인다. 이미 영국과 미국에서 방영된 ‘리틀 드러머 걸’을 국내에서는 ‘감독판’으로 제작해 박 감독이 추구하는 연출과 메시지를 한층 강조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20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자신의 첫 TV연출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리틀 드러머 걸’은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박 감독은 방송판과 감독판의 차이점에 대해 “거의 같은 게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디테일이 다르다”고 했다. 박 감독은 “편집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똑같은 편집인데 테이크가 다른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과 방송국이 좋아하는 장면도 다를 때가 있기 때문”이라며 “BBC는 폭력 묘사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나로서는 다 (용납)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고 찍었기에 심하게 자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장면들도 자연스럽게 담고 싶었는데 (방송판에서는) 억지로 덜어내야 했다. 감독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업인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로 재창작한 이유는 뭘까. 박 감독은 “120분 분량으로 줄이기엔 작품이 너무 훼손될 것 같았다. 영화로 만들 생각은 해봤지만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인물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한 장면. /사진제공=왓챠플레이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한 장면. /사진제공=왓챠플레이
이 드라마는 스파이 소설의 대부로 칭송받는 존 르 카레가 1983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 감독은 “내가 만든 작품은 원작을 각색한 것이 많다”면서 “‘올드보이’ ‘공동경비구역JSA’ 등이 있고 ‘박쥐’는 소설을 재창조했다. ‘아가씨’도 영국소설이 원작”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번 드라마의 각색에 방점을 둔 부분을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 나를 매료시켰던 요소가 사라지지 않게, 다른 것에 희석되지 않게 했다. 추격전, 총격전 등 흔한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들에 (로맨스가) 묻혀 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소설은 19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지만 드라마는 1979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했다. 박 감독은 “르 카레 선생에게도 얘기해 (시간적 배경을 옮기는 데) 동의를 얻었다”면서 “유럽 극좌파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해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것이 그 때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미술감독과 특히 많은 대화를 했다”면서 “자동차, 전화, 녹음기, 도청장치 등 요즘에는 볼 수 없는 구식 아날로그 소품과 설정들이 향수를 자아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촬영 현장. /사진제공=왓챠플레이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촬영 현장. /사진제공=왓챠플레이
박 감독은 유럽에서 현지 스태프들과 작업한 데 대해 “로케이션은 재밌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이스라엘, 레바논, 유고슬라비아 등이 드라마에서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곳을 다 돌아다니면서 찍을 수는 없었다. 실제로는 영국, 그리스, 체코 등 세 나라의 몇 개 도시에서 영리하게 부분 부분 포착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 거리를 줄이는 건 제작비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최소한의 이동으로 어떻게 다양한 지역색을 표현할 수 있을 지가 큰 도전이었다.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뿌듯해 했다. 또한 “후반부에는 한국인 음악감독이 함께했지만 촬영 때는 촬영감독과 프로듀서만 한국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주로 영국인들이었다”면서 “영화인들은 어딜 가나 다 비슷한 것 같다. 미국에서도 일해봤지만 얼마나 유능한가가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갈등을 우리나라의 문제에 이입한 메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분단을 겪고 있는데 세계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겠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되풀이되는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오는 29일 VOD 스트리밍 플랫폼 왓챠플레이를 통해 여섯 편이 모두 공개된다. 채널A에서는 오는 29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한 편씩 6주간 방송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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