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인크레더블2’ 포스터/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크레더블2’ 포스터/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역시 명불허전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2004년 ‘인크레더블’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히어로물을 선보였다. 14년 뒤, 그는 전편보다 한층 더 세련되고 업그레드 된 애니메이션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국내 개봉 1주일 만에 170만 관객을 동원했고 현재 북미에서 5억5000만 달러, 전세계 10억 달러(한화 약 1조1200억 원)에 육박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이다.

속편에서 슈퍼히어로 활동은 여전히 불법으로 취급받는다. 게다가 슈퍼히어로들은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인물로 낙인 찍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보조금마저 끊겨 히어로들은 보금자리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이때, 굴지의 통신업체 CEO 윈스턴과 에블린은 과거 슈퍼히어로들을 후원했던 아버지처럼 슈퍼히어로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안한다. 영화는 엄마 헬렌이 국민 히어로로 선택받게 되자, 아빠 밥은 삼남매와 고군분투하며 고된 육아를 담당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정체불명 악당이 등장해 슈퍼파워 가족이 다시 한 번, 인크레더블한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영화 ‘인크레더블2’ 스틸/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크레더블2’ 스틸/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크레더블2’에서 눈에 띄는 점은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작품을 통해 달라진 육아 대디의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의 활약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과 육아는 현실의 영역이다. 부모 입장에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까칠한 딸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초등생 아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막내를 돌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류와 세계평화를 위해 하늘을 날던 아빠 밥은 온데간데없고 독박육아로 피곤에 지쳐 있다. 반면 엄마 헬렌은 모처럼 육아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 결국 육아란 세계평화를 지키는 일보다 쉽지 않다는 것인가? 영화는 상상으로 그칠 수 있는 히어로물에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설정을 넣음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영화로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가정주부 헬렌이 슈퍼히어로로 복귀하는 과정을 담아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인크레더블2’는 훌륭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화려한 비주얼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실사영화를 능가하는 생동감 넘치는 액션과 압도적인 스케일, 속도감 있는 전개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모든 캐릭터가 제각각 개성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막내 잭잭의 캐릭터는 가히 놀랄 만하다. 베이비 히어로라는 새로운 캐릭터 창조해 초절정 귀여움을 뽐내는 것은 물론 막강한 능력을 가진 히든카드의 역할을 해낸다. 영화 ‘인크레더블2’는 다섯 캐릭터들의 슈퍼파워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기혼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육아 문제는 그들의 노력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서 가능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은 능력이 있어도 결혼하면 동시에 가사와 육아로 경력단절의 길을 걷게 된다. 평범한 헬렌이 가정주부에서 세상을 구하는 여전사로 변신할 수 있던 것은 결국, 남편 밥의 외조가 컸기 때문이다. 변화한 시대의 흐름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낸 브래드 버드 감독. 영화 ‘인크레더블2’는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순항 중이다.

양경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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