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더 펜션’ 포스터/사진제공=영화사 하늘
영화 ‘더 펜션’ 포스터/사진제공=영화사 하늘
다양한 인간 군상이 외딴 숲속의 펜션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였다. 투숙객들이 머무는 공간은 똑같지만 이들의 욕망은 제각각이다. 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그러면서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실소를 머금게도 한다.

영화 ‘더 펜션’은 이례적으로 4명의 감독이 의기투합한 영화다. ‘꽃피는 봄이 오면’과 강풀 원작 ‘순정만화’를 연출한 류장하 감독, 제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양종현 감독, ‘방자전’ 조감독 출신의 윤창모 감독, ‘꽃피는 봄이 오면’과 ‘순정만화’의 각본을 맡았던 정허덕재 감독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신경쇠약 직전의 아내’ ‘숲으로 간 여자’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 ‘미래에서 온 여자’ 등 4가지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다.

‘신경쇠약 직전의 아내’에서는 마음의 상처를 지닌 아내 미경(박효주 분)과 그녀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남편 추호(조한철 분)가 등장한다. 이들의 음모가 완벽하게 끝을 맺을 수 있을 지에 온통 신경이 집중된다. 극 마지막에 아이의 맑은 목소리로 깔리는 배경음악 ‘이 몸이 새라면’은 미경·추호 부부의 선택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더 펜션’의 박혁권(왼쪽부터), 이영진, 김태훈./사진제공=영화사 하늘
영화 ‘더 펜션’의 박혁권(왼쪽부터), 이영진, 김태훈./사진제공=영화사 하늘
‘숲으로 간 여자’에서 펜션은 일탈의 공간이다. 남편(박혁권 분)은‘아내(이영진 분)와의 권태기 극복을 위해 펜션을 찾았다. 그러나 둘은 도착하자마자 ‘하루 더 묵고 가자’ ‘그냥 집으로 가자’며 의미 없는 싸움을 한다. 결국 혼자 숲으로 산책을 나선 아내는 그곳에서 옆방 남자 손님(김태훈 분)과 만나게 된다. ‘숨 쉴 구멍’이 필요했다고 털어놓는 아내. 낙엽으로 가득한 갈색의 숲은 그녀의 공허한 마음을 배가시킨다. 남편과 아내, 옆방 남자가 모닥불 앞에 모인 장면에서는 고요한 신경전이 느껴진다.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에서는 짧은 멜로가 펼쳐진다. 이혼 후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재덕(조재윤 분). 늦은 밤 펜션을 찾아와 초승달방에 묵고 싶다고 애원하는 자영(신소율 분)에게 할 수 없이 방을 내준다. 초조해 보이는 자영이 걱정된 재덕은 그녀의 방을 찾는다. 예상치 못한 사연을 가진 자영과 ‘옆에 누가 있어도 외롭고 없어도 외롭다’는 위로를 건네는 재덕이 소파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은 ‘동상이몽’을 연상시킨다.

‘미래에서 온 여자’ 에피소드는 재치 있는 반전을 던진다. 재덕을 대신해 펜션 운영을 맡게 된 인호(이이경 분)는 펜션에서 여자친구와의 달콤한 하룻밤을 꿈꾼다. 그러나 오해로 인해 여자친구는 돌아가 버리고 얼마 후 한 커플이 펜션을 찾는다. 산속 펜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팜므파탈의 여인 ‘소이’(황선희 분). 영화는 위험한 로맨스로 시작해 추리극,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인호의 질문에 “그쪽은 왜 그렇게 사느냐”는 소이의 반문은 인호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낭만과 힐링 등 긍정적 이미지가 강한 펜션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어두운 감정이 분출되는 장소로 표현되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펜션이라는 공간적 배경 외에 네 가지 에피소드를 이어줄 큰 축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더 펜션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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