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멜로영화를 극장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흥행이 쉽지 않아서다. 원하는 배우는 많아도 시나리오는 귀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영화계엔 자극적인 장르물이 넘쳐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100만 돌파 기록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앞에 나타나면서 다시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본 소설이 원작인데, 일본에서도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작품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개봉 7일 만인 20일 오전 10시 기준 누적 관객수 100만을 돌파했다.

역대 3월 국내 영화 개봉작 중 최고 흥행작이자 멜로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건축학개론’(411만645명)이 개봉 8일째 100만을 돌파한 것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 또 2015년 개봉한 멜로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뷰티 인사이드’(205만4297명)가 9일째 100만을 돌파한 것보다도 빠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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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생동감정서 더한 감각적 연출

원작 소설과 일본 영화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에 훼손 우려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배우 소지섭이 출연을 고민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장훈 감독은 원작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소 무기력하게 그려졌던 남성 캐릭터와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 우진은 필요한 부분에서 과한 설정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수아 역시 어린 아들과의 게임에서도 지기 싫어 이를 악 무는 등 발랄함을 입었다.

주인공들의 고교 시절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첫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며 설렘을 증폭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서툴러서 웃기는 장면들도 많이 포함됐다. 우진의 친구 홍구를 연기한 고창석 역시 특유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장면마다 관객들을 웃긴다.

일본영화가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면 새롭게 탄생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엔 생동감이 담겼다. 이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영화 시나리오를 본 원작자와 일본영화 감독도 웃음 코드를 재밌어했다. 코믹한 장면들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과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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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 더했다멜로 킹과 퀸의 귀환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선보인 소지섭과 손예진의 케미에 “실제로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질 정도다. 두 사람은 영화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손예진은 한동안 ‘덕혜옹주’(2016) ‘비밀은 없다’(2016)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공범’(2012) 등에서 극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강한 연기를 보여줬다. 오랜만의 멜로 연기지만 변주를 더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클래식’(2003)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등에서 청순한 외모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깊은 눈매를 무기로 ‘멜로 퀸’이 된 손예진은 짙은 모성애 연기를 더해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한다.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2015) ‘주군의 태양’(2013)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발리에서 생긴 일’(2004) 등 멜로와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 ‘멜로 킹’으로 불린 소지섭이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츤데레 캐릭터가 대신 지고지순한 캐릭터 성향을 섬세하게 표현해 신선하다.

관객들은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멜로영화의 등장”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개봉 2주차에 접어든 19일 하루 동안 99,716명을 동원했다. 개봉일인 14일 관객 수(89,757명)보다 높은 수치다. 이례적인 상승 곡선이 흥행 질주의 지속을 기대하게 만든다. 소지섭의 말처럼 이번 영화의 성과를 시작으로 “멜로영화의 붐이 일었으면”하는 바람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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