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천우희-김남길이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우희-김남길이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메마른 감성을 적셔줄 어른들의 동화가 온다. 상처 받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가슴 한편이 아련해진다.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이다.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남길은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이 없어서 고사를 했었다. 어른들의 동화 같았다. 편견이었겠지만 판타지를 장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느껴졌다. 그 생소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기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했는데, ‘어느날’은 이윤기 감독 작품답지 않았다. 과연 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또 천우희가 한다고 해서 마음이 움직였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선택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남길은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다 미소(천우희)를 만난 후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되는 강수 역을 맡았다.

김남길은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아는 분이 아파서 병문안을 갔었는데 눈물을 보이거나 덤덤한 게 아니라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 깜짝 놀랐다. 당시에 느꼈던 감정을 영화를 하면서 극대화시켰다”면서 “남겨진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에 대해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다. 강수 역시 아내가 죽은 뒤에 죄책감에 휩싸였다.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천우희-김남길, 이윤기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우희-김남길, 이윤기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천우희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여자 미소 역을 맡았다.

그는 “나도 처음에 작품을 고사했다.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어색함과 낯간지러움이 있었다. 청춘 가련하고 아련한 캐릭터가 낯설게 다가왔다”면서도 “감독님과 김남길 오빠와 만나면서 다양성 영화에 대한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두 분과 첫 작업에 대한 흥미도 있었고, 캐릭터에 대한 도전도 있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천우희는 늘 아프고, 슬픔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픔이 없는, 순수하고 정말 밝음만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늘 내면에 갈등이라든지 복잡 미묘한 것에 대한 미션이 주어진다. 이번에도 내면의 아픔이 깔려 있는 역할이었다. 왜 일까?”라고 웃어 보인 뒤 “부담감이 있었다. 다른 분들이 나를 볼 때 지치거나 안타깝게 여기기도 한다. 이제 그만 좀 울려라, 착잡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까봐 걱정이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천우희는 미소 캐릭터에 자신의 해석을 넣었다. 그는 “판타지 영화의 여주인공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 내가 연기하니까 나다웠으면 좋겠다. 더 발랄하고 친근했으면 해서 그렇게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당황하더라.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미소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배우 천우희가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천우희가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천우희는 이번 역할을 통해 시각장애인 연기까지 펼쳤다. 그는 “시각장애인 역할이라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많이 됐다. 나를 도와줬던 선생님이 있었다. 하나하나 코치를 해주기보다 대화를 많이 했다”면서 “영화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 내가 얼마나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쌓여 있는지였다. 나는 꽤나 열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자체가 너무 많이 갇혀 있었다.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이건 못할 거야라고 쉽게 생각했다는 것에 반성을 했다”고 밝혔다.

이윤기 감독은 “장애인 설정과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는 창작자로서 다루기 어려운 소재다. 쉽지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상업적으로 악용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대한 그 색채를 안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설정을 가지고 감정을 후벼 파거나 극단적인 슬픔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 “남겨진 사람과 버려진 사람의 삶이 일반적인 삶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지만 한번 즈음 그런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겠다 싶었다”며 “‘어느날’은 굉장히 모호한 제목이다. 기왕이면 상처 받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어느날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영화 속에서 1분이라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의도했던 것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어느날’은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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