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흐릿하고 아련한 꿈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기억나지 않는 이름을 붙들고, 기억할 수 없는 추억을 떠올리려 애를 쓰는 애틋함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만나 걸작으로 완성됐다.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이다.

‘너의 이름은.’은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을 통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떠오르는 스타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다. 일본에서 지난 8월 개봉한 영화는 지난 19일까지 16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수입 210억엔(2150억원)을 넘어서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을 제치고 일본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1위는 304억엔(3000억원)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이다. 일본을 비롯해 먼저 개봉한 중국·홍콩·타이·대만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극 초반은 청량한 청춘물을 연상시킨다. 천 년 만에 혜성이 다가오는 날을 한 달 앞둔 일본, 시골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는 “다음 생에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외칠 정도로 작고 좁은 마을보다 도시에 동경이 크다. 그런 어느 날 그는 도쿄의 남학생이 된 꿈을 꾼다. 한편, 도쿄에 살고 있는 남고생 타키도 산골 마을에 자신이 여고생이 되어 있는 꿈을 꾼다. 그저 반복되는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영혼이 바뀜을 깨닫게 된다. 당황스럽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남긴 메모를 통해 다투기도 하고, 바뀐 삶을 즐기면서 상황을 극복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이 바뀌는 현상이 멈추어 버린다.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이후 영화는 급격히 무거워진다. 아름다운 혜성은 대재앙으로 변모하고 인간이 맞설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 미츠하와 타키는 이를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속 대재앙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모티브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신카이 마토코 감독은 “대지진은 일본의 많은 모습을 변화시켰다. 일본인들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이 살아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바람과 기도를 영화에 결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무스비(結び)’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신사의 무녀인 미츠하의 할머니가 내뱉은 단어로 우리나라 말로 ‘이어짐’, ‘매듭’ 등을 의미한다. 무스비는 시간, 운명 등 사람은 어떻게든 연결돼있음을 뜻한다. 인간은 누구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져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와 맞닿는다. 꿈속에서 만났지만 미츠하와 타키는 무스비로 이어진 사이다. 때문에 만나지 않은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를 그리워한다. 서로에게 이어졌지만, 보이지 않은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은 뭉클함으로 다가온다.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빛의 작가’, ‘빛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지닌 신카이 마코토답게 빼어난 영상미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혜성이 지구로 쏟아질 때 뿜어대는 빛은 경이롭다.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 타키가 사는 동경은 정밀한 풍경묘사로 실사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석양에 반짝이는 잎사귀, 물방울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작업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2017년 1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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