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라라랜드’ 포스터 / 사진제공=판씨네마
‘라라랜드’ 포스터 / 사진제공=판씨네마


요정을 기다렸다.

다소 늙은 어린이일지도 모를 열세 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거의 매일 밤. 여덟 살 때 딱 한 번 선물을 주고 간 산타클로스보다 일면식 없는 미지의 요정이 훨씬 실재 같았다. 소녀였던 필자를 찾아올 요정의 역할은 분명했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줄 것. 각본을 수정하듯 매일 세 가지 소원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소원은 점점 더 견고해졌다.

‘라라랜드’는 피터팬이 웬디에게 요정가루를 뿌려서 날게 했듯 관객을 화면으로 끌어당겨 마음껏 날게 해준다. 그리고 빛이 바랜 기억들에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 실컷 보고 싶었다. 그 바램도 전국을 강타한 독감에 걸린 아니 정확히는 독감에 물들어버린 아들로 인해 칩거가 시작되면서 여의치 않았다. 독감 증세와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혹독하게 앓았던 아들이 다시 등교하는 날 ‘라라랜드’를 보러 극장을 갔다. 꼭 세 번째 관람이었다.

영화에도 나오는 대사이지만 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은 ‘꿈꾸는 바보들’이다. 그들의 사랑과 꿈 역시 ‘꿈결’ 같다. 때로는 달콤하고, 씁쓰레하고 그 끝은 아련한.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빌려온 얼개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최고의 조합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대사와 노래, 연주는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처럼 자꾸 듣고 싶게 만드는 은근한 중독성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에 있는 엠마 스톤은 찡긋 얼굴을 구겨도, 온몸으로 막춤(?)을 춰도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유발하는 영화계 최강의 달콤 캐릭터를 그려냈다. 또한 영화를 사르르 휘감는 음악은 ‘라라랜드’가 선사하는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필자는 일상에서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멜로디가 이슬처럼 맺혔다.

지금 이 순간 세 가지 소원을 읊는다면…

우선 첫 번째 재즈카페 Seb’s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피아노를 직접 듣는 것. 두 번째 그 선율에 맞춰 엠마 스톤과 어울려 막춤도 불사하며 흥을 즐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리알토극장에서 ‘라라랜드’를 또 관람하는 것.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진위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정리=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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