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질투 그 이상의 문제작.’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제작 외유내강)가 내세우는 홍보문구는 묘한 느낌을 안긴다. 질투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내포하고 있음을 뜻한다. 영화는 교사와 제자의 치정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내면이 짓밟힌 인간이 어디까지 흔들리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존감, 질투, 모멸, 열등감 등 위태로운 인간의 감정을 집중 조명한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의 메마른 얼굴로 시작한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그의 모습은 무미건조하다. 대놓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봐도 그들을 깨울 의지는 없다. 동거하는 남자친구는 작가 지망생으로 집에서 빈둥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효주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뿐만 아니다. 효주는 계약직 여교사라는 이유로 온갖 허드렛일을 떠 앉고, 재계약을 빌미로 결혼마저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희생당한다.

그런 효주가 유일하게 기다리는 건 정규직 발령이다. 그러나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그의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효주는 어리고, 예쁘고, 이사장 딸로 떠받들려지는 ‘금수저’ 혜영의 모습이 달갑지 않다. 혜영의 친절은 계약직인 자신을 무시하려는 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우연치 않게 혜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제자 재하(이원근)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처음으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패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효주는 상황을 역전시킨다. 건조했던 표정의 효주는 혜영을 압박하고 그리고 재하와의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달라진다. 미묘하게 밝아지고 더 당당해진다. 그렇지만 효주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만은 않는다.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김태용 감독은 “생존을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며 “‘여교사’를 통해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교사’는 여교사와 남학생이라는 치정의 관계를 넘어 효주라는 인물 안 깊숙이 숨겨진 내면과 타인으로 인해 인간이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는가를 입체적으로 주목한다.

‘다 가진’ 혜영을 만난 후 겪게 되는 효주의 질투와 속을 알 수 없는 재하와의 관계, 선의의 행동이 오히려 악의가 되는 혜영의 모습은 위태롭고 또 아슬아슬하다. 영화는 큰 사건 없이 인물의 감정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효주의 선택은 충격적이고 참혹하다. 자존감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려 하는 것들을 모두 다 내려놓고 서늘한 얼굴을 드러낸 효주의 폭주는 파격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여교사’는 단연 강렬한 울림을 준다. 2017년도를 여는 문제작이 탄생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호불호 역시 확연히 갈릴듯하다.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영화에 흐르는 라틴, 탱고 풍의 이국적인 음악은 쓸쓸하면서도 서늘한 극의 분위기와 알맞다. 같은 공간이라도 상황에 따라, 함께 있는 인물에 따라 조명의 차이를 둬 효주의 감정을 뒤쫓는다.

국내 최연소 칸 영화제 입성,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 김태용 감독이 연출했다. 러닝타임 96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7년 1월4일 개봉 예정.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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