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두 남자’ 포스터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영화 ‘두 남자’ 포스터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시종일관 주먹질과 육두문자가 난무한다. 비주얼도 잔인하지만 그 안에 담은 메시지는 더욱 잔인하다. 영화 ‘두 남자’ 속 나쁜 두 남자의 처절한 사투가 가슴을 먹먹케 한다.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는 열여덟의 가출팸 리더 진일(최민호)과 미성년자를 불법으로 고용하는 노래방 악덕업주 형석(마동석)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린다. 진일의 여자친구 가영(정다은)은 돈을 위해 조건사기를 칠 생각으로 형석과 만나고, 이 과정에서 진일과 친구들은 형석의 차를 몰래 팔아넘긴다. 형석은 차 값을 대신에 가영을 노래방에 불법으로 고용하고, 가영을 되찾기 위해 진일은 형석의 딸을 납치한다.

영화는 “누가 더 나쁜 놈인가?”라고 묻고 있지만, 실상 두 사람은 나쁘기 이전에 불쌍한 놈이다.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사채까지 끌어다 쓰며 밑바닥 인생을 사는 형석은 딸에게만은 자상한 아빠다. 가족을 지켜야하는 가장으로서 불법까지 저질러야 하는 인생인 것. 진일과 친구들은 야비한 어른들에게 밟히며 하루하루 길거리 생활을 이어 간다.

영화 ‘두 남자’ 스틸컷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영화 ‘두 남자’ 스틸컷 / 사진제공=(주)엠씨엠씨
형석과 진일은 각각 40대와 10대로 표현된다. 위로와 격려가 오가면 좋으련만, 두 세대는 서로를 물어뜯고 고통 받는다. 극에는 형석의 과거와 진일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지만, 두 인물은 서로의 과거와 미래처럼 보인다. 형석은 그 사실을 안다. 극 말미, 불현 듯 분노를 멈추고 등을 보이는 형석의 모습이 단순 항복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악인은 따로 있다. 개연성도 필요 없는 절대 악 성훈(김재영). 그와 대조를 이루면서도 진짜 악과는 대적할 힘이 없어 흙바닥의 두 남자가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은 “열심히 살아도 그저 그런 인생”이라는 지극히 비관적인, 그러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내포하는 듯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남자들이지만 이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묘한 지점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노련한 연기의 신 마동석은 거친 남자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중간 중간 위트를 더해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그룹 샤이니의 최민호는 스크린 첫 주연작에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깨끗하게 지울 수 없었던 연기 논란을 일순간 사라지게 만들었다. 최민호는 세상으로부터 내몰린 상황 속에서도 의리와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일을 제 옷인 양 소화했다.

‘두 남자’는 결코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힘들고 아픈 스토리를 반추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오는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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