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부산행’, ‘터널’ 포스터 / 사진제공=NEW, 쇼박스
영화 ‘부산행’, ‘터널’ 포스터 / 사진제공=NEW, 쇼박스
올 상반기 극장가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한국형 재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과 ‘터널'(감독 김성훈)의 해외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올해 첫 천만 영화로 등극한 ‘부산행’은 칸에서 먼저 알아본 흥행 열차다. 지난 5월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은 전세계 외신들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역대 칸 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지난 7월에는 북미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장르 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영화제인 ‘제 20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총 2회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대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실제 해외 개봉 성적 추이도 놀랍다. 지난 8월 싱가포르와 베트남, 대만, 홍콩·마카오에서 자국 영화와 경쟁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와 역대 한국 영화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에서는 동시에 개봉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을, 홍콩·마카오에서는 역대 좀비 영화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프랑스에서도 반응이 좋다. 지난 7월 22일 북미 개봉으로 미화 140만 불 이상의 수익을 거뒀으며, 지난 8월 17일 개봉한 프랑스에서는 한국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256개 개봉관을 확보했다. ‘부산행’ 배급사 NEW의 임성록은 이에 누구나 공감 가능한 가족애의 보편성과 좀비라는 소재, 디테일한 연출력, 실제로 KTX에 탑승한 듯한 느낌을 주듯 현실감을 전달하는 기술력이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KTX의 모델인 TGV가 고속철도로 친근감을 자아내 ‘부산행’을 더 눈여겨 봤던 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산행’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재난 영화이자 올해 두 번째로 높은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는 ‘터널’ 또한 유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다. ‘터널’은 지난 8월 3일 개막한 제 69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피아짜 그란데(The Piazza Grande) 갈라 섹션에 초청됐며 장르 영화의 공식을 벗어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터널’은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인 제 49회 스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오는 10월 7일 개막하는 제 49회 스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는 영화제다. ‘터널’은 ‘아가씨’, ‘곡성’, ‘부산행’ 등과 함께 경쟁 부문이 오피셜 판타스틱 오르비타(Official Fantastic Orbita) 섹션에 초청됐다. ‘터널’은 오는 10월 25일 개막하는 제11회 파리 한국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으며 제18회 리우데자네이루 국제 영화제, 제1회 런던 아시아 영화제, 제5회 프랑크푸르트 한국 영화제, 제27회 스톡홀름 국제 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터널’은 지난 8월 25일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같은 달 26일 미국 캐나다, 지난 2일 영국에서도 개봉했다. ‘터널’ 배급사 쇼박스 담당자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도 올 겨울에 개봉 예정이고 대만, 홍콩, 일본도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다. 외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터널’은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들의 어떠한 시도 보다 더욱 똑똑하고, 정교한 영화”라며 “김성훈 감독은 영화 속 어떤 상황도 허비하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이어 “이 영화는 재난 보다는 미디어의 탐욕스러운 면과 정부의 무능함을 가차없이 보였다”고 평했다. 앞서 버라이어티 역시 “뻔한 재난영화와는 다르다. 인상적인 시각효과는 물론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한 흥미롭고 독특한 재난영화가 탄생했다”고 말했고, 영국 스크린 데일리는 “한국의 안전을 둘러싼 문제들을 예리하게 조명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의 해외 진출 행보에 귀추가 지목되는 지점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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