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연인’ 포스터 / 사진제공=(주)아이아스플러스,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연인’ 포스터 / 사진제공=(주)아이아스플러스, (주)팝엔터테인먼트
명작들의 재개봉이 극장가에 하나의 시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재개봉 영화 열풍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2005), ‘500일의 썸머'(2010)에 이어서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굿 윌 헌팅'(1997)과 ‘죽은 시인의 사회'(1989)도 지난 17일 돌아왔으며 지난 24일에는 ‘연인'(1992)이 재개봉했다. ‘비포 선셋'(2004)은 오는 31일, ‘포레스트 검프'(1994)와 ‘싱글맨'(2009)은 둘다 오는 9월 8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의 재개봉 열풍이 트렌드로 정착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30~40대 관객들은 추억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고, 20대 관객은 텍스트와 비디오로만 만났던 작품들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주 이유로 꼽았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원작보다 훨씬 개선된 음질과 화질로 추억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재개봉 영화만의 매력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리즈에서 시작된 복고 열풍도 한몫했다. 그 중에서도 80~90년대 명작들이 주를 이루는 이유는 현재 관객하고의 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사랑·우정·가족애 등 보편적인 정서 전달과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외화 수입가격이 올라가 있는 가운데 원작의 인지도로 흥행 부담이 적은 옛날 영화들은 수입사들이 반길만한 틈새시장이다.

가족애와 사랑이 담긴 대표적인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다. 지능은 조금 부족하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의 편견을 딛고 성공하는 소년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조망했다. ‘굿 윌 헌팅’은 우정에 관한 명작이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으나 내면의 상처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윌 헌팅'(맷 데이먼)이 진정한 멘토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포 선셋’은 빈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9년 뒤 파리에서 재회한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의 사랑 이야기다. ‘싱글맨’은 동성 연인을 잃은 58세 교수인 조지(콜린 퍼스)의 하루를 그린 작품으로 좀 더 파격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죽은 시인의 사회’와 ‘연인’이 돋보인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보다 깨끗한 음질과 화질로 명작을 볼 수 있다는 일반적인 장점 외에도 플러스 알파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古 로빈 윌리엄스 추모 2주기를 맞아 재개봉하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관객들의 시점에 눈을 맞췄다. 개봉 당시 직역된 상태 그대로 자막에 옮겨졌던 월트 휘트먼과 셰익스피어의 시를 현대적 해석에 따라 의역했으며, 잘못된 번역도 문맥에 맞게 되돌려놓았다.

‘연인’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가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자전적인 소설 ‘연인'(1984)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가난한 프랑스인 소녀와 30대 중국인 부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다. 소설 속의 파격적인 장면들을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사실적으로 담아내 개봉 당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더 파격적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돼 보여졌던 배우 양가휘와 제인 마치의 정사 장면들이 원본 그대로 개봉하게 된 것. 벗겨진 베일 뒤로 어떠한 아름다움과 카타르시스가 기다리고 있을 지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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