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DC의 역전을 기대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으로 평론가는 물론 팬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하며 ‘수어사이드 스쿼드'(감독 데이비드 에이어)로 한 수를 노리던 DC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영화 개봉 전 재촬영에 재편집까지 감행했지만 이번에도 마블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워너브러더스가 슈퍼 빌런(Villan, 악역)들을 총출동시켜 ‘나쁜 놈’들의 섹시한 한 판을 그려 보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선포한 영화다. 관객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원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슈퍼 악당들’의 똘끼와 그들이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서는 반전에서 오는 짜릿함이다. 때문에 ①똘끼가 충만했어야 했으며 ②악당들이 주는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좀 더 강했어야 했다.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느 것도 100%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똘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리 속에 절로 가수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를 자동 재생하게 만드는 뜨뜻미지근한 농도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퀸 스틸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퀸 스틸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DC코믹스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들 중 호평을 받았던 것은 최초의 ‘콘스탄틴'(2005)과 ‘배트맨 비긴즈'(2005), 그리고 다크 나이트 시리즈뿐이다. 사람들이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 열광했던 것은 조커만의 색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마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의 심리를 일반인들이 알 수 없듯, 악질 중의 악질 악당인 조커는 과연 그가 다음에 무슨 대사를 던질 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관객에게 짜릿함과 스릴을 선사했고, 이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 점을 영리하게 간파했던 마블 코믹스 원작 히어로 영화 ‘데드풀'(2016)이 개봉 후 호평일색에 매서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또한 이 포인트를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이어 감독은 지난달 31일 (현지시각) 미국 매체 인퀴지터에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 버전의 ‘데드풀’이 될 것이다. 특히 할리 퀸(마고 로비)가 데드풀과 같은 성격을 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마따라, 할리 퀸은 데드풀 못지 않게 ‘똘끼’와 ‘병맛’을 무한 방출하며 “참 예쁜데 참 또라이”로 변신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문제는 영화에 또라이들은 할리 퀸과 조커를 포함해 8명(데드샷, 할리 퀸, 조커, 캡틴 부메랑, 디아블로, 킬러 크록, 카타나, 슬립낫)이 등장하지만 이 둘을 제외하고는 똘끼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밋밋하다는 데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 범죄자’라는 수식어에 비하면 공포감이 덜하고, 팀을 꾸린 미국 정보국 국장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에게 잘 휘둘린다.

영화 속 음악은 스릴이 꺼져갈 때마다 불씨를 재점화하는 일등 공신이다. 음악 연출을 담당한 스티븐 프라이스는 최신 음악과 전설로 남은 명곡들을 어우르는 세련된 선곡으로 DC코믹스의 마니아들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만의 미션을 완성했다. 스티븐 프라이스는 클래식 록부터 어반 펑크, 얼터너티브 록과 랩 등 다양한 장르와 롤링스톤스부터 트웬티 원 파일럿츠, 이매진 드래곤스에 이르는 뮤지션까지 유연하게 오가며 영화에 매력을 더했다. 특히 극 후반부에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나오는 장면은 그 때 등장하는 할리퀸을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인 듯 잘 어울린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을 때도 악당들의 ‘악’을 다 못 본 것 같아 찜찜한 여운을 남기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할리퀸과 조커의 ‘하드 캐리’가 없었다면 아마도 에이어 감독이 주장했던 ‘다크 코미디’가 아닌 ‘다크’물로 남았을 것이다. 3일 기준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23%로, 또 다른 의미로 신선한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3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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