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굿바이싱글’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굿바이싱글’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SBS 예능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10대 자녀와 부모의 고민을 관찰 카메라와 토크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낸다. 취미, 장래희망, 노출 등 다양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동상이몽’ 속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구성원 간에 얼마나 소통이 부족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있는 시도가 부족한지 경험한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도 비슷하다. 한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고주연(김혜수)과 김단지(김현수)를 통해 외로운 삶과 안녕을 고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고주연은 점차 내려가는 인기와 남자친구의 공개적 배신에 충격을 받고 영원한 내 편, 가족을 만들기로 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톱스타 임신 스캔들’이란 문구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극 중에서 임신을 하는 사람은 주연이 아니라 중학생 단지다. 두 사람은 기상천외한 거래를 통해 ‘건강한 아이의 출산’이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 사이다.

사실 톱스타의 임신 스캔들이든, 10대 여중생의 임신 사실이든 관객들에게는 꽤나 자극적인 상황이다. ‘굿바이 싱글’은 이런 설정을 유쾌하고, 경쾌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그려낸다. 대중에게 관심을 잃은 톱스타 주연과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10대 미혼모 주연이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감정적인 친구가 돼 가는 모습은 관객들의 미소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주연과 단지는 서로를 철부지 연예인이나 미혼모로 바라보지 않고, 서로의 ‘사람 같은’ 모습을 발견해나가며 동질감을 느낀다.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 / 사진제공=쇼박스
그러나 이내 두 사람은 점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주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다시 얻기 시작한 것이다. 자존감 하나로 버텼던 주연은 다시 인기를 얻게 되자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임산부 행세를 하고, CF·드라마 촬영 등을 한다. 당연히 단지에게도 소홀해진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친자매와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되어가던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른다.

김혜수는 전작 tvN ‘시그널’에서 냉철한 여형사 차수현을 벗어던지고, 철부지 여배우 고주연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고주연이 곧 김혜수고, 김혜수가 곧 고주연이지 않을까 착각이 들 정도로, 김혜수의 연기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지 역의 김현수는 김혜수만큼이나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의 아역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기를 펼치며 큰 관심을 받았던 김현수는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굿바이 싱글’에 합류했다. 감독이 본인보다 캐릭터 분석을 더 잘했다고 칭찬할 정도. 극 중 당돌한 단지만큼이나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연기를 펼친 김현수를 보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단지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 / 사진제공=쇼박스
‘굿바이 싱글’은 스토리의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임신과 출산을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10대 임신과 이를 향한 차별적인 시선, 구성원 간의 소통 부재 등 10대 미혼모와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한다. 코미디 영화지만, 절대 이슈를 소모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들이 느껴진다. 그러나 관객들이 얼마나 그런 노력을 알아챌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 부분은 영화와 관객들 간의 동상이몽인 셈이다.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은 서로의 입장 차를 알게 된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앞으로 좀 더 이해하고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이에 못지않게 ‘굿바이 싱글’의 동상이몽 커플이 다시 손을 잡는 과정 또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감동적이다. 발칙하게 시작한 이야기를 끝까지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다.

혜수와 현수의 동상이몽, ‘굿바이 싱글’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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