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계춘할망’ 포스터 / 사진제공=미시간벤처캐피탈(주)
영화 ‘계춘할망’ 포스터 / 사진제공=미시간벤처캐피탈(주)

‘바다’가 ‘바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괜찮다’ / 그 말 한마디로 / 어머닌 바다가 되었다.

- ‘바다’ 문무학

문무학의 시 ‘바다’에 나오는 어머니는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에서 손녀 혜지(김고은)를 애지중지하는 계춘(윤여정) 할머니와 닮았다. 계춘 할머니뿐만 아니라 손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들의 모습이다. 반면 할머니의 사랑이 부담스러운 혜지의 모습은 가족의 애정 어린 시선에 무심하고, 가족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계춘할망’은 세대 간의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 때문에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자아내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할머니에게 무심했던 손주가 점차 할머니에게 마음을 연다는 점에서 영화 ‘집으로'(2002)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부분에서 ‘계춘할망’과 ‘집으로’는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계춘할망’의 혜지는 ‘집으로’의 7살 손자 상우(유승호)가 경험해보지 못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12년 만에 제주도로 돌아온 혜지는 어둠과 빛 가운데에서 방황하고 있다.

영화 ‘계춘할망’ 스틸 / 사진제공=미시간벤처캐피탈(주)
영화 ‘계춘할망’ 스틸 / 사진제공=미시간벤처캐피탈(주)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그림자 말고 빛을 보라”는 미술 선생님 충섭(양익준)의 말에 빗대어보면, ‘계춘할망’은 그림을 상당히 잘 그린 영화다. 계춘이 혜지에 “내가 온전히 네 편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건넨 그 그림자에 숨어있던 혜지가 천천히 빛을 향해 걸어간다. 크레파스, 머리핀, 옷 한 벌로 표현되던 계춘의 손녀 사랑 또한 온전히 손녀의 말을 믿어주는 것으로 변한다.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빛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잊고 지냈던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린다.

할머니(혹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계춘할망’은 관객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적당히 반항적이면서도 가족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김고은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좀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윤여정은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 증조할머니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김고은은 스무 살 때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계춘할망’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구나 하나씩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 강아지”, “내 새끼”하면서 포근하게 손주들을 안아주던 할머니의 품처럼 영화 ‘계춘할망’은 부모님의 품을 떠나 오늘도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위로가 될 것이다. ‘계춘할망’을 보면서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던 가족들에게 한 번쯤 속마음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계춘할망’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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