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싱가포르)=정시우 기자]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공식 포스터 /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공식 포스터 /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맙소사! ‘시빌워’가 진짜 스크린으로 구현되는 거야?”

지난해 10월. ‘캡틴 아메리카’ 3편의 부제가 ‘시빌워’임이 공개되자 전 세계 마블 팬들은 환호했다. 소문으로 나돌던 ‘시빌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3단계의 서막을 여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슈퍼히어로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두고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내는 어벤져스 멤버들의 갈등과 분열을 그린다.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팀 아이언맨)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워머신(돈 치들), 비전(폴 베타니),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반대파(팀 캡틴)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윈터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마키),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앤트맨(폴 러드)이다.

헐크(마크 러팔로)와 토르(크리스 햄스워스)는 등장하지 않지만 새롭게 가세한 스파이더맨-앤트맨-블랙 팬서가 있으니, 누가 봐도 슈퍼 히어로 올스타전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임에도, 영화가 ‘어벤져스 2.5’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감독과 배우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감독과 배우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을 앞두고 마블은 영화 홍보도 팀별로 분리해서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조 루소 감독과 ‘팀 캡틴’ 진영의 크리스 에반스, 세바스찬 스탠, 안소니 마키가 아시아 홍보를 책임지는 가운데, 공동 연출인 안소니 루소 감독과 ‘팀 아이언맨’ 진영의 배우들은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에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 기자단이 만난 진영은 ‘팀 캡틴’이다.

한국을 포함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 뉴질랜드, 호주, 인도 등 12개국의 기자들은 ‘팀 캡틴’을 만나기 위해 22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 센터로 모였다. 크리스 에반스, 세바스찬 스탠, 안소니 마키의 방문으로 싱가포르 곳곳에서는 ‘팀 캡틴’을 향한 응원의 소리가 뜨겁다. 이들 배우가 참여한 21일 행사에는 레드카펫 대신, ‘팀 캡틴’을 상징하는 색을 감안해 블루카펫이 깔리기도 했다.

# 영웅들은 왜 싸우는가

앞에서 언급했듯, 한 배를 탔던 어벤져스가 두 개의 팀으로 갈리는 이유의 중심에는 ‘슈퍼히어로 등록제’가 있다. 슈퍼히어로를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 아이언맨 팀과 개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 캡틴 아메리카 팀의 분열은 “질서와 자유’가 상충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슬그머니 꺼내든다.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의 크리스 에반스가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의 크리스 에반스가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흥미로운 점은 극 중 정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팀 캡틴’ 진영의 배우들이 현실에서는 이와는 반대의 견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리스 에반스는 “아무리 세계를 많이 구한 초인 단체라도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통제와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종합격투기(MMA) 선수들의 주먹조차 무기로 인식하는 세상이다. 당연히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세바스찬 스탠 역시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조 루소 감독의 경우 현실과 영화를 분리해서 해당 법안을 바라봤다. 루소 감독은 “영화만 놓고 보면 등록제는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유는 썬더볼트 로스 장군(윌리암 허트) 때문. “로스 장군은 초인들을 통제하고 싶은 아젠다가 강한 사람”이기에 그런 사람의 통제 하에 어벤져스가 들어가는 건 별로라고 의견이었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누가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정 국가가 영웅들을 규제-관리한다면, 그 국가에 힘이 쏠리기에 반대”하지만 “UN 같은 단체가 통제한다면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 미국의 상징 캡틴 아메리카는 왜 정부에 반기를 드나

워낙 많은 캐릭터들이 출동하기에 영화는 ‘어벤져스’ 시리즈와 자주 비교되지만, 조 루소 감독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스티브 로저스라는 한 남자의 성장담”이라고 고백한다. 실제로 이번 영화에서는 더욱 다채로워진 캡틴 아메리카를 만날 수 있다. 이는 모범생인 그가 정부에 반기를 드는 팀의 수장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는 굳이 따지면 친정부주의자에 속해왔다. 그런 그가 정부와 등을 진다? 분명 신선한 부분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조 루소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조 루소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캐릭터의 전형성을 탈피한 이 구도에 대해 조 루소 감독은 “캐릭터들의 반전을 의도했다”라면서 “1차원적으로 캐릭터가 그대로 이어지기보다는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캡틴 아메리카는 애국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 쉴드의 부패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초반의 그가 애국심 강한 순종적인 군인이라면, 지금은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제도권 밖에서 이행하는 인물이다. 그런 반전을 주목해서 봐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독고다이’ 영웅들, 어떻게 규합하느냐가 관건

‘어벤져스’ 멤버들이 대거 출동하는 마블영화의 관건은 ‘독고다이’ 영웅들을 어떻게 규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데려다가 출연 분량을 쪼개고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비슷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작업은, 그럴싸한 악인 캐릭터 하나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든 일. 그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조스 웨던 못지않게, 조&안소니 루소 형제도 앙상블에 있어 꽤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히어로물 시장은 이미 포화됐다고 보는 루소 감독은 그렇기에 기존과는 차별화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루소 감독은 “심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이를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 어떻게 연출하고 촬영을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페이소스의 깊이나 유머, 위트 같은 부분들에 균형 감각을 맞춰서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 ‘시빌워’ 최고 수혜자는?

‘어벤져스’ 최고의 수혜자가 헐크였다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이다. 이들의 매력이 흩뿌려지는 공항 액션신(팀캡틴 VS 팀아이언맨 대결 신)에는 관객들이 히어로 오락영화에 기대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의 주인공은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였다. 안소니 마키는 “극중 캡틴 팀과 아이언맨 팀과 실제로 맞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기자회견 단상 뒤에 걸려있는 영화 포스터 속 아이엔맨 팀을 손으로 가리키며 “나이로 차별하긴 싫지만 늙은 저들은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농을 던져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안소니 마키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안소니 마키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이언맨 팀을 두고 “올드(Old)”란 말도 다섯 번 넘게 반복한 그는 ‘노 머슬(No Muscle)’ 발언으로 또 한 번 현장의 열기를 달궜다. 안소니 마키는 “싸움은 근육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티셔츠가 터질 지경이다. 탄탄하고, 잘 생기기까지 했다. 그들은 근육도 없다(No Muscle)”며 “찬성파는 늙어서 늦게까지 자야 하는 분들이다. 아마 늦잠을 자고 지금쯤(오전 11시) 일어났을 것”이라며 시종일관 위트를 뽐냈다.

# 한국관객이 가장 먼저 본다

영화는 27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이에 대해 조 루소 감독은 “한국 시장을 존중하는 마음이 크다. 마블 작품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크리스 에반스가 ‘설국열차’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잘 알기에 한국시장에 대한 애착은 더욱 특별하다. 날짜 선정은 각 시장의 경쟁 구도나 예상 반응을 고려해서 고른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건 한국시장이 중요하다는 걸 반영한 것”이라며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