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위대한 소원
위대한 소원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의 주인공은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고환과 그의 절친 남준(김동영), 갑덕(안재홍)이다. 이들의 상황만 놓고 보면 ‘위대한 소원’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꽤나 자극할 것만 같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은 이 영화가 보통 코미디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파적 상황이 본격적인 코미디로 바뀌는 것은 고환이 ‘위대한 소원’을 말하고 나서부터다. 고환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자신에게 자꾸 “뭐 하고 싶냐”고 묻자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말할 수 없었던 마지막 소원을 남준과 갑덕에게 밝힌다. 바로 ‘여자와 잠자리를 갖고 싶다’는 것. “죽어도 어른으로 죽고 싶다”는 고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의리로 똘똘 뭉친 남준과 갑덕은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한다.

‘몸을 가눌 수 없는 루게릭병 환자’와 ‘미성년자의 첫 경험’, 고환의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성매매’는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소재들이다. 그러나 ‘위대한 소원’은 인내심을 가진다. 사회적 약자인 고환을 조롱하지도 않고, 성적 코드를 과하게 사용하지도 않고, 여성이 성적 도구로 비춰지지 않게 최대한 노력한다. 15세 관람가 영화답게 대사와 상황,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위대한 소원 스틸컷
위대한 소원 스틸컷
코미디 영화는 관객과 감독의 머리싸움이다. 관객들은 감독이 어떻게 날 웃기려고 하는지 예측하고, 감독은 예상을 뛰어넘는 장면으로 관객들을 웃기려고 한다. ‘위대한 소원’은 웬만해선 관객이 이기기 힘든 영화다. 허를 찌르는 전개와 디테일한 연출로 관객들의 예측을 피해간다. 여기에 소설 ‘운수 좋은 날’, ‘심청전’, 영화 ‘달콤한 인생’, 만화 ‘슬램덩크’ 등 알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패러디들이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보는 맛을 더한다.

안재홍은 최전방 공격수다. ‘위대한 소원’ 속 대부분의 웃음 포인트는 그가 기록하고 있다. 갑덕의 철딱서니 없는 모습이 tvN ‘응답하라 1988’의 김정봉을 떠오르게 하지만 이내 정봉과는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남준을 맡은 김동영은 안재홍의 ‘공격’을 뒤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김동영은 웃음과 웃음 사이를 친구 간의 진한 우정으로 가득 채워 영화가 우스워 보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남대중 감독은 신인감독임에도 굉장히 영리하다.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웃기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을 하지만 친구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고환을 향한 과도한 애정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도 진한 여운이 남는다. 웃기다가 짠해지고, 짠해졌다가 또 실컷 웃기는 ‘웃짠웃짠 코미디’다.

4월 21일 개봉.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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