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해어화
해어화

공개날짜: 4월 4일(월) 오후 2시
공개장소: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감독: 박흥식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4월 13일

줄거리: 1943년,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는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단짝 친구다. 두 사람의 관계는 소율이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윤우(유연석)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부를 가수를 찾던 작곡가 윤우는 우연히 연희의 목소리를 듣고 빠져든다. “왜 내가 아니고, 연희에요”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소율의 마음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리뷰: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살리에리 관계에, ‘글루미 선데이’의 삼각관계를 적당히 믹스하면 ‘해어화’가 대략적으로 잡힌다. 소율이 연희에게 느끼는 열패감은, 윤우를 향한 눈 먼 사랑의 질투로까지 확장돼 그녀 안의 자존감을 붕괴시킨다. 그러니까 우정도 사랑도 모두 위태위태한 소율이라는 여자, 근래 보기 드문 비련의 여주인공이자 입체적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소율을 향한 감독의 지나친 애정은, 소율이 윤우에게 느끼는 어긋난 애정만큼이나 독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소율의 캐릭터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삼각관계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연희-윤우의 관계도 윤우의 마음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연희와 윤우의 사랑은 치명적이지도, 애절하지도, 눈물겹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소율이라는 캐릭터의 비극을 위해 기계적으로 복무할 뿐이다.(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박성웅마저도 ‘병풍’일 뿐이다) 인물을 두루 돌보지 못한 서사는 내내 텁텁한 뒷맛을 남긴다.

‘해어화’는 어쩌면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영화의 제목인 해어화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는 경성시대 마지막 해어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도기 시대의 비극성을 품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화는 시대의 비극을 깊이 파헤치지 못하고, 나열할 뿐이다 40년대 경성을 재현한 미장센은 시각적으로는 아름다우나, 그마저도 갈팡질팡하는 서사 안에서 창백해 보인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연희를 연기한 천우희는, 정형적 틀에 갇혀 있는 캐릭터로 인해 큰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한공주’에서의 천우희를 떠올리면 그녀의 재능이 기능적으로만 소비된 느낌도 든다. 유연석의 경우 여러모로 아쉽다. 두 여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남자라는 캐릭터가 그에겐 조금 버거워 보인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한효주가 있다. 그 동안 청순하고 단아한 면모를 주로 노출시켜 온 이 배우에게, 집착과 질투와 애절함과 허무함이 뒤섞인 소율이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영화가 소율 캐릭터에 쏟고 있는 애정과는 별개로)한효주는 그러한 부담을 이겨내고 좋은 눈빛을 보여준다. 또 어떤 눈빛을 숨기고 있을지, 궁금증을 주는 배우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5.5점

TEN COMMENTS, 조선시대 비운의 여자 살리에리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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