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디카프리오
디카프리오

‘오오, 아임 쏘리 린다?’ 앞으로는 ‘땡큐 린다’다. 예상대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29일 오전 10시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션’의 맷 데이먼, ‘트럼보’의 브라이언 크랜스톤,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과의 경합 끝에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카데미 5수생의 화려한 탈출. 이로써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와의 질긴 악연을 끊어냈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에 그리 놀랄만한 반전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의 그의 수상을 ‘전 우주의 기운을 모아 기원’해 온 터라, 현장은 축제분위기였다.

이번 시상식은 후반부까지 큰 이변 없이 흘러갔다. ‘엑스마키나’가 시각효과상을,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이언스가 실베스타 스탤론을 제치고 남우조연상을 수상 한 것이 그나마 예상을 조금 벗어난 선택이라면 선택.

하지만 마지막에 큰 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스포트라이트’가 시상식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수상하는 놀라움을 안긴 것.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이 카톨릭 교회에서 수 십 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실화를 그린 영화로 각본상과 함께 2관왕에 올랐다. 이 시간 ‘스포트라이트’의 국내 수입사는 크게 웃고 있을 게 자명하다.

스포트라이트 매드맥스
스포트라이트 매드맥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스포트라이트’ 만큼이나 신이 난 팀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다. 이날 ‘매드맥스’는 부제를 바꿔 달아야했다. ‘매드맥스: 기술상의 질주’로. 의상상/미술상/분장상/편집상/음향편집상/음향상 등 6개 부문의 기술상을 싹쓸이하며 골든글로브 무관의 한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에 이어 2년 연속 감독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레버넌트’의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2014년 ‘그래비티’, 2015년 ‘버드맨’에 이어 촬영상을 수상한 것도 진기록이다. 그러니까 범상치 않은 연출가와 촬영감독이 만나 ‘레버넌트’라는 작품을 만든 셈이다. 영화는 감독과 촬영의 놀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헤이트풀8’로 음악상을 수상하는 순간에는 모든 배우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공로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음악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카프리오 보다 오스카와 인연이 없었던 이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아닐까 싶다.

이병헌
이병헌

이날 행사에서 한국 배우 이병헌은 외국어 영화상 시상자로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TV를 통해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국내 팬들에겐 분명 생경하지만 자랑스러운 광경이었을 게다.

다음은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 ‘스포트라이트’ / ▲감독상: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레버넌트’) /▲남우주연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레버넌트’) / ▲여우주연상: 브리 라슨(‘룸’) /▲남우조연상: 마크 라이런스(‘스파이 브릿지’) /▲여우조연상: 알리시아 비칸데르(‘대니쉬 걸’) /▲각본상: ‘스포트라이트’ /▲각색상: ‘빅쇼트’ / ▲시각효과상: ‘엑스 마키나’/▲의상상: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미술상: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분장상: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촬영상: ‘레버넌트’ /▲편집상: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향 편집상: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음향상: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음악상: 엔니오 모리코네(‘헤이트풀8’)/▲주제가상: ‘007 스펙터’ Writing’s On the Wall(지미 네이프스, 샘 스미스) /▲단편 다큐멘터리상: ‘어 걸 인 더 리버:더 프라이스 오브 포기브니스’ /▲장편 다큐멘터리상: ‘에이미’ /▲단편 영화상: ‘말더듬이(Stutterer)’ / ▲단편 애니메이션상: ‘베어 스토리’ / ▲장면 애니메이션상: ‘인사이드 아웃’ /▲외국어 영화상: ‘사울의 아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영화 포스터, 예성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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