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디카프리오
디카프리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오스카 한을 풀었다. 하지만 그보다 빛난 것은 수상 소감이었다.

29일 오전 10시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션’의 맷 데이먼, ‘트럼보’의 브라이언 크랜스톤,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과의 경합 끝에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로써 디카프리오와 아카데미의 악연은 막을 내렸다.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악연은 지난 1994년,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길버트 그레이프’가 미끄러지면서 시작됐다. ‘에비에이터’(05)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는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게 가로 막혔고, ‘블러드 다이아몬드’(07) 때는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에게 발목 잡혔으며, 최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평가받았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13)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를 만나 좌절됐다. 하지만 ‘레버넌트’로 수상을 하며 4전 5기 신화를 썼다.

트로피를 받아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존경을 보낸다. ‘레버넌트’는 훌륭한 제작진, 출연진이 함께 한 영화다. 형제 톰 하디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엄청난 열정과 재능은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님 외에는 따라갈 자가 없다. 2년 간 훌륭한 작품을 남겨주신 것은 영화사에서 기록될 것이다. 초월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주변 사람들 챙겼다.

주목해야 할 소감은 이후에 시작됐다. 그는 “‘레버넌트’에는 사람이 자연과 호흡하는 것을 담으려는 영화인데, 그걸 촬영한 2015년은 지구온난화가 가장 심한 해였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지구온난화가 계속되고 있다. 인류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망의 잔치 속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 전세계의 지도자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맞설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레버넌트
레버넌트

디카프리오는 배우가 안 됐으면 환경운동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배우다. 2004년 반(反)환경 정책을 이유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을 적극 반대했고, 2014년 UN으로부터 ‘평화의 메신저’로 지명돼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디카프리오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비치’(The Be-ach)가 촬영을 이유로 아름다운 해변을 훼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다. 이를 계기로 디카프리오는 199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디카프리오 재단’을 설립,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등을 알리는 환경보호 캠페인에 참여해 왔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세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도 나름 유명한 일화다.

그런 그가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이야기 하는 ‘레버넌트’를 통해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분명 의미 있다 하겠다.

디카프리오는 최근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을 영화로 만든다고 밝힌바 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디카프리오의 제작사 아피안 웨이가 함께 하는 이 영화를 통해 디카프리오는 다시 한 번 환경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디카프리오의 이중생활은 이번 오스카 수상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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