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오스카 트로피
오스카 트로피
올해로 88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 오랜 역사만큼이나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풍성하다. 29일(오늘) 오전 10시에 열리는 본 시상식에 앞서, 오스카가 낳은 진기록들을 살펴봤다.

?최단시간 출연 주연상/조연상
앤서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1991)에서 고작 17분 얼굴을 내밀고, 9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편파판정 아니냐고? 그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를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네트워크’(1976)의 비어트리스 스트레이트의 경우 5분 40초 등장으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역시 중요한 건 출연 시간이 아니라, 존재감이라는 사실.

?사후수상(死後受賞)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이는 ‘다크 나이트’(2008)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히스 레저였다. 하지만 영광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해 1월 약물 과용으로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는 죽어서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고,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사후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아카데미 역사에 기록된 첫 번째 사후 수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1976년 영화 ‘네트워크’에서 방송국 앵커인 하워드 빌 역을 맡은 피터 핀치로 그는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록키’의 실베스타 스탤론을 따돌리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시상식이 열리기 두 달 전 그는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나, 오스카 트로피를 직접 손에 쥐지 못했다.
산드라 블록
산드라 블록
?오스카와 골든 라즈베리를 한해에 품은 배우
2010년 산드라 블록은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올 어바웃 스티브’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카데미에 참석해 ‘블라이드 사이드’로 첫 여우주연상을 안았다. 이틀 사이에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간 셈인데, 놀랍게도 산드라 블록은 수상자 대부분이 불참하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 낄낄거리며 나타나는 대범함을 보였다. 블록은 자신에게 굴욕을 안긴 ‘올 어바웃 스티브’ DVD를 라즈베리 관계자들에게 직접 나눠주며 “영화를 다시 보고 생각이 바뀌면 받은 트로피를 돌려주겠다”는 ‘조크’로 할리우드의 맏언니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한 작품이 아카데미와 라즈베리 두 개를 모두 배출한 사례도 있다. ‘월스트리트’(1987)가 그 주인공. 마이클 더글라스는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대릴 한나는 라즈베리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운명의 장난이여!

?최다 남녀주연상 수상자
말론 브란도,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만, 톰 행크스, 스펜서 트레이시, 숀 펜 등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회 수상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3차례 수상한 이는 없었다. 이 기록은 2013년 시상식에서 드디어 깨졌다. 기록의 주인공은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평가받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는 ‘링컨’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최초로 남우주연상 3회 수상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앞서 ‘나의 왼발(1990)’ ‘데어 윌 비 블러드(2008)’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여우주연상 최다 수상자는 캐서린 햅번이다. 12번이나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라 4번 트로피를 가져갔다.

?최다 노미네이트 지명 배우
메릴 스트립은 평생 한 번 오르기도 힘든 아카데미 문턱을 무려 19번이나 넘었다. 이 중 ‘소피의 선택’(1983)과 ‘철의 여인’(2012)으로 여우주연상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89)로 여우조연상을 획득했다. 이쯤이면 철의 여인이 아니라, 오스카의 여인이다.
크리스 록
크리스 록
?최다 사회자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엔터테이너로 올라 있는 미국의 배우 겸 코미디언 밥 호프다. 무려 19차례나 아카데미 진행자로 나섰다. 이어 빌리 크리스탈이 9회로 뒤를 이었다. 여성으로는 우피 골드버그가 4번 시상식을 이끌었다. 한편 아카데미는 스탠드업 코미디와 TV 연예인을 주로 사회자로 내세웠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전통이 깨지는 분위기다. 2009년에 휴 잭맨이 2011년에는 제임스 프랑코와 앤 해서웨이가 공동 사회를 맡았다. 참고로 올해에는 코미디언 겸 배우인 크리스 록이 맡는다. 그의 시상식 사회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수위높은 독설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올해에는 어떤 입담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삼부작 모두가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삼부작 모두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려놓은 대단한 영화들도 있다. ‘대부’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대부’는 1편과 2편이 작품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매년 1편씩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경우 1편과 2편은 아카데미 수상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3편이 작품상 등 11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한 부문도 놓치지 않고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11개 부문 수상은 ‘벤허’ ‘타이타닉’과 함께 아카데미 사상 최다부문 수상 기록이다.
제니퍼 로렌스
제니퍼 로렌스
?최연소/최고령 수상자들
2013년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최연소 여우주연상 기록을 세웠다. 앞서 그녀는 스무 살이던 2011년, 영화 ‘윈터스 본’으로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바 있다. 올해에는 영화 ‘조이’로 또 한 번 여우주연상을 노린다. 역대 최연소 수상 배우는 2014년 2월 85세의 나이로 타계한 셜리 템플이다. 1935년 아역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그녀의 나이 7살이었다. 최연소 감독상의 주인공은 1932년 ‘스키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노먼 터로그 감독 33세에 영광을 안았다. 한편 최고령 오스카 수상 배우는 81세의 나이에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카 탠디다. 74세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감독상을 수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최고령 감독상 수상자로 기록돼 있다.

?남편이 연출한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할리우드에서 감독-여배우 부부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부의 사랑이 작품에 좋은 영향을 끼친 예도 의외로 많다. 남편이 연출한 작품에 출연해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경우는 아카데미 역사에서 7차례(6커플) 존재한다. ‘이스케이프 미 네버’(1935)의 폴 크지너- 엘리자베스 버그너, ‘레이첼 레이첼’(1968)의 폴 뉴면-조안 우드워드, ‘해피 엔딩’(1969)의 리처드 브룩스-진 시몬스, ‘영향 아래 있는 여자’(1974)와 ‘글로리아’(1980)의 존 카사베츠-지나 롤랜즈, ‘빅터 비토리아(1982)의 블레이크 에드워즈-줄리 앤드류스, ‘파고’(1996)의 조엘 코엔-프란시스 맥도먼드가 그 주인공이다. 감독과 여배우 관계는 아니지만, 한때 부부였던 제임스 카메론과 캐서린 비글로우의 인연도 유명하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사람은 각각 ‘아바타’와 ‘허트로커’로 7개 부문에서 경합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당시 제임스 카메론은 여성 최초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는 전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유색인종은 NO?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종차별 논란에 몸살을 심하고 앓고 있다. 이는 실제 아카데미의 역사가 증명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는 고작 4명. 시드니 포이티어가 1964년에 ‘들에 핀 백합’(1963)으로 처음 받은데 이어 38년이 지난 2002년에 덴젤 워싱턴이 ‘트레이닝 데이’(2001)로 수상했다. 이후 2005년 제이미 폭스가 ‘레이’로, 2007년 포레스트 휘태커가 ‘라스트 킹’이 영광은 안았다. 여우주연상은 2002년 ‘몬스터볼’의 할리 베리가 유일하다. 2002년 덴젤 워싱턴과 할 베리 두 흑인 배우에게 남녀주연상이 돌아간 것은, 지금도 아카데미 역사에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유색인종에 인색한 아카데미가 흑인배우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주는 데까지는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높은 벽을 깬 주인공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에서 여주인공의 유모로 나왔던 흑인여배우 해티 맥다니엘로 제11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디카프리오
디카프리오
?최다 노미네이트, 결과는 빈손!
이런 희망고문이 있을까. 하버트 로스 감독의 ‘터닝 포인트’(1977)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컬러 퍼플’(1985)은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하나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다.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호흡을 맞춘 ‘갱스 오브 뉴욕’(2002)도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경쟁작들에게 박수만 쳐주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아카데미의 희망고문도 유명하다. 다섯 번 감독상 후보자로만 머물렀던 스코시즈는 ‘디파티드’로 6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최대 이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수상 여부다. 오스카 4수생, 오스카 불운의 아이콘, 오스카의 노예로 불리는 그가 올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오랜 기다림에 보답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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