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부산 정시우 기자]

산화고인
산화고인
중국의 현대를 근심해 오던 지아장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아장커는 ‘세계’(2006), ‘스틸라이프’(2007), ‘24시티’(2009) 등에서 중국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꼬집어 온 감독이다. 그런 지아장커가 ‘산화고인’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 그리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생각한다. 나쁘지 않은 변화다.

3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는 지아장커 감독과 배우 실비아 창, 자오 타오, 동자건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산하고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산하고인’은 지아장커 감독이 자신의 청년시절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삶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상상하며 탄생시킨 작품이다. 탄광주 아들 진솅, 가난한 리앙즈,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 타오, 진솅과 타오의 아들 달라, 달라가 사랑하는 중년 이혼녀 미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Q. 인사 부탁한다.
지아장커: ‘산하고인’을 가지고 부산에 오게 돼서 기쁘다. 주연배우들과 함께 해서 특히나 좋다. 며칠 전에 한국 수입사와 이야기가 돼서 ‘산하고인’이 정식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기쁘게 생각하다.

Q. 1999년을 영화의 출발점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아장커: 1999년은 중국에서 굉장히 독특한 시대였다. 중국 경제가 가속적으로 발전한 시기이기도 하고, 인터넷과 핸드폰 등이 많아지면서 개인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사람의 감정적인 면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999년을 이야기의 시작으로 정하게 됐다.

Q. 중국의 현재를 영화에서 주로 다뤄왔는데, ‘산하고인’에서는 미래의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지아장커: 스토리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서 인물들은 26년의 세월을 견딘다. 나이에 따라 생활하는 모습에 대한 표현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려내고자 했다. 내 영화에 최초로 미래가 나오게 된 이유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사랑을 받아들이고 융합시킬 수 있을지를 그려내고 싶었다.

Q. 팝송 ‘Go West’를 시작으로 여러 음악들이 등장한다. 이전 작품에서는 음악을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변화가 읽힌다.
지아장커: 시나리오를 쓸 때 리듬감을 참고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에 피가 흐른다는 걸 평소에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흥분을 하거나 손발이 차가울 때 피가 흐른다는 걸 느끼지 않나. 또한 이전 영화들은 대부분 객관적으로 먼 거리에서 인물들을 바라봤다면 ‘산하고인’에서는 클로즈업을 통해 보다 가까이 인물을 다루려고 했다. 이전까지는 감정을 억눌렀다면 이번에는 폭발할 때는 폭발시키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다.

지아장커
지아장커

Q. 이전 인터뷰에서 “사람, 공간, 시간이 내 영화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묻는데 외부 배경으로 호주를 등장시킨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호주라는 곳의 어떤 점이 인상 깊어서 선정했는지 궁금하다.
지아장커: 심리적 거리가 먼 지역을 생각했다.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어서 중국과 날씨가 정 반대다. 호주가 추울 때 중국은 따뜻하고, 호주가 따뜻할 때 중국은 춥다. 심리적으로 중국과 정반대인 곳을 정하다보니 호주를 택하게 됐다 .

Q. 극중 ‘중국에는 총을 쏠 사람이 없다’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심의가 심한 중국 정부에 대한 어떤 발언인가.
지아장커: 그런 건 아니다. 중국에 갑작스럽게 부자들이 생기면서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게 불투명해졌다.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

Q.이 작품에 출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실비아창: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내가 대만 출생인데 외국 생활을 했고, 홍콩에서 오래 있었다. 대만과 홍콩에서 이미 이민 시대를 경험했다. 당시 많은 중국 사람들이 해외로 가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민을 갔다. 떠난 후 고향을 그리워했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극중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극중 인물이 50세인데 2025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다. 그리고 실제 지금 내 나이가 62세다. 때문에 그 캐릭터가 어떻게 느낄지 잘 알 것 같았다.

동자건: 실비아창이 62세인 걸 이제야 알았다.(일동 폭소) 나는 2015년인 지금, 사랑에서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는다고 본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극중 실비아창과 키스신 촬영하기 전, 그녀가 이어폰을 끼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봤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실비아창: 아름다운 것이 왔을 때 결과가 어떨 것이라는 것에 미리 겁먹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렇게 연기했다.

부산=정시우 기자 siwoorain@
부산=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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