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부산영화제 전경 (2)
부산영화제 전경 (2)
부산영화제 전경 (1)
부산영화제 전경 (1)
1996년 9월 13일 태어났다. 올해로 스무 살. 사람 나이로 치면 ‘성년의 날’을 통해 성인의 길목에 들어서는, 그런 나이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나이, 자립을 위한 본격적인 기지개를 켤 나이. 어느덧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그런 나이가 됐다.

성년으로 가는 길은 그러나 때론 험난하다. 올해 BIFF는 출항도 하기 전에 여러 외우내환을 겪었다. 외압 논란과 지원금 삭감 등이 BIFF의 스무 살에 생채기를 냈다. 그럼에도 BIFF는 온 힘을 다해 스무 번째 생일을 준비했다. 그런 BIFF에게 개막식 당일 찾아온 폭우와 강풍은 얄미운 불청객이었다. 이른 오전, 부산을 뒤덮은 강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잇따라 결항됐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국내외 게스트들이 빠르게 KTX에 몸을 실으며 축제의 개막을 도왔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1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0회 BIFF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부산은 바람에 휘날리는 드레스들이 연이어 허공에서 나부꼈다. 배우들은 바람이 적지 않게 신경 쓰였겠지만, 그것이 또 사진기자들에게는 멋진 한 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본 개막식에 앞서 치러진 레드카펫 행사에는 이용관-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을 비롯, 류승완 이창동 윤제균 김기덕 이준익 김태용 감독과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곽도원 김남길 손예진 하지원 박보영 이광수 손호준 김유정 고아성 수호(엑소) 등이 참석했다. 탕웨이 장첸 진백림 등 중화권 배우들도 축제를 함께 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박보영 팽현준
박보영 팽현준
김남길 전도연 팽현준
김남길 전도연 팽현준
채정안 팽현준
채정안 팽현준
특히 영화 ‘아수라’ 팀이 등장할 때 관객석 데시벨은 시나브로 올라갔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이 주연을 맡은 ‘아수라’는 모두가 악당인 지옥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핏빛 혈투를 그린 작품. 현재 부산에서 촬영 중인 ‘아수라’ 팀은 일을 잠시 접고 축제를 함께 했다. 현장에서 거칠게 구르던 배우들은 이날만큼은 한껏 멋을 냈다.

하지원과 손예진도 빼 놓을 수 없다. 하지원이 트임이 있는 블랙 드레스로 섹시함을 과시했다면 손예진은 화이트 드레스로 청순함을 뽐냈다. 손예진은 한중합작영화 ‘나쁜놈은 반드시 죽는다’로 진백림과 함께 입장했다.
아수라
아수라
손예진 팽현준
손예진 팽현준
하지원 팽현준
하지원 팽현준
탕웨이 김태용
탕웨이 김태용
‘분당댁’으로도 친숙한 탕웨이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변함없었다. 올해 탕웨이는 자신의 출연작 ‘세 도시 이야기’와 ‘화려한 샐러리맨’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탕웨이는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김태용 없이 홀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혼자여도 당당했고, 아름다웠다.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나스타샤 킨스키 등과 함께 입장했다.

이날 개막식 사회는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가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2001년에 이어 두 번째 개막식 사회를 맡게 되어 큰 영광이다. 한동안 배우로서 영화제에 참가하다 사회자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리나 골바하리는 탕웨이에 이어 외국 여배우로는 두 번째로 개막식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 (2)
송강호 (2)
서병수 부산시장 개막 선언을 시작으로, 영화제 개막을 축하하는 폭죽이 부산의 가을 밤을 수놓았다. 뒤이어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축하무대가 영화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개막식 이후에는 개막작인 모제즈 싱 감독의 ‘주바인’이 상영됐다. ‘주바안’은 삶의 진정한 가치와 자아를 찾아 나선 젊은이의 길을 따라가는 영화다. 주인공 딜셰르가 대기업 총수 굴차란을 만나 겪는 갈등과 역경 끝에 성공의 문턱에 다다른 순간 삶의 소중한 가치를 고민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그려냈다. 인도에서 능력 있는 독립영화제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모제즈 싱의 감독 데뷔작이다.

올해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5개국 304편이 초청됐으며 월드 프리미어로 94편(장편 70편, 단편 24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7편(장편 24편, 단편 3편)이 상영된다. 10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흘 간 부산 센텀시티와 해운대, 남포동 일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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