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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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미래, 땅은 황량하고 모래바람은 집과 사람을 덮친다. 지구에서 인류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 한때 우주선 조종사였다가 지금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딸과 함께 미지의 신호가 가리킨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에선 폐쇄된 줄 알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계획, 즉 인류가 이주할 새로운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알게 된다. 쿠퍼는 가지 말라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등의 과학자들과 함께 ‘웜홀’을 통해 인류를 구원할 길을 내기 위한 탐사를 떠난다.

정시우: 크리스토퍼 놀란의 ‘파워 오브 러브’ ∥ 관람지수 8
인터스텔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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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문제적 감독이다. ‘다크나이트’가 블록버스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이라면, ‘인터스텔라’는 아마도 SF를 과학의 영역 안에서 진일보시킨 작품일 것이다. 각본을 쓴 조나단 놀란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4년간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는 사실과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킵 손이 영화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 등이 더해져 작품에 대한 신뢰와 전문성을 높인다. ‘인터스텔라’는 조약한 만듦새로 빠르게 찍어낸 빤한 상업영화에 질린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 줄만한 영화인 셈이다.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Interstellar Travel)이 가능하다는 킵 손의 이론은 ‘인터스텔라’의 선배격 영화로 불리고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1997년)에서 이미 차용된바 있다. 하지만 당시 영화는, 주연배우 조디 포스터가 빨려 들어가는 웜홀을 시각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후 등장한 성간여행 소재의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웜홀은 지금껏 ‘실재’가 아닌 ‘상상’에 머물러 있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리고 ‘인터스텔라’는 ‘상상’을 ‘실재’로 끌어올린 최초의 영화다. 좋은 영화의 기준이 남들이 밟지 못한 영역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것이라면, ‘인터스텔라’의 성취는 독보적이다. ‘인터스텔라’는 창작자의 야심과 창의력, 할리우드의 대규모 자본이 만나 도출된 극적이면서도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개봉 이전부터 많은 언론들은 ‘인터스텔라’가 뚜껑을 열면 사람들이 영화의 기술적 성취에 오금을 저릴 것이라고 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에서 기겁하게 되는 건 시각 효과만이 아니다. 오히려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면모다.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필모그래프에서 독특한 영화다. 단적으로 이렇게 감성적인, 누군가에겐 신파라 불리는 뜨거운 감성 펄펄 끓는 놀란의 영화가 있었나 싶다.

(아래 문장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전 놀란 영화에서 ‘이성’은 영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핵심이었다. 휘황찬란한 시각 효과가 등장할지언정, 그것은 언제나 탄탄한 플롯의 자장 안에서 복무했다. 그런 놀란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인터스텔라’는 감성과 우연에 기댄 부분들이 적지 않다. 놀란은 이 영화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한다. 물론 놀란이라고 해서 사랑타령 하지 말란 법 없지 않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인 이 복합적인 감정이 앞서 제시된 이성적인 부분들과 적절하게 뒤섞였는가는 의문이다. 영화의 호불호가 나뉘는 지점도 여기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눈물을 쏟게 하는 감동일 테지만, 바로 이 부분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인터스텔라’는 다소 안이한 멜로드라마로 둔갑해 버린다.

이 영화는 스펙터클과 내러티브가 동등하게 걷는 영화라기보다, 내러티브의 아쉬움을 스펙터클의 장점이 덮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놀란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흡수율 높지 않은 ‘지적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늘 뭔가 ‘대단하다’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 드러나는 그의 장기라면, 그러한 지적 탐험이 관객들을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집중하게 한다는 점이다. 즉,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든 못하든, 성간이론에 혼란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이것은 영화를 감상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에 관객이 환호하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그런 순간을 보고 있다는 ‘체험’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관객을 만족시키는 실체는 어쩌면 영화적 재미나 감동이 아니라, 지적유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터스텔라’가 크리스토퍼 놀란 최고작품이라는 평가들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에는 심장 두근두근하게 하는 매혹적인 순간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놀란이 구현해 낸 아름다운 우주를 바라보고 있자면, 화면을 캡처해서 컴퓨터 배경화면에 저장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것은 분명 억울한 일일 것이다.

<2eyes ‘인터스텔라’, 엄청나진 않아도 충분하다> 보러가기 클릭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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