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다우더
현기증 다우더


참 불편한 영화다. 가족, 모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렇게까지 감정을 극한으로 몰고 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6일 개봉한 ‘현기증’과 ‘다우더’다. 평범했던 가족이 치명적인 사고 이후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현기증’은 제목 그대로 현기증 날 정도다. 또 뒤틀린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는 ‘다우더’는 보는 내내 몸서리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생각할 거리와 여운을 남긴다. 두 영화만의 매력이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많은 부분이 닮았다. (참고, 스포일러 있습니다.)

‘현기증’은 처참히 무너져가는 가족을 그린다. 순임(김영애)은 딸 영희(도지원)가 아이를 낳자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순임은 치명적인 사고를 저지르고, 이 사고로 영희는 어렵게 얻은 아이를 잃게 된다. 특히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사고의 순간을 모면, 아니 외면하려는 순임도 엄마이기 이전에 결국 나약하고, 이기적인 본성을 지닌 사람일 뿐이다. 어느 누가 순임의 행동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순임의 고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딸 꽃잎(김소은)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꽃잎의 아픔을 느끼고, 보듬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엄마도, 학교 선생님인 언니 영희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때론 가장 멀게만 느껴진다.

딸의 죽음까지 더해진 순임이 할 수 있는 건 현실 부정이다.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게 비정상처럼 보인다. 주연을 맡은 김영애는 이 작품을 찍고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다고. 또 “끔찍한 이야기라서 기분 나쁘면 보지 말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다”고 말할 정도다. 순임을 통해 전해지는 가족의 비극은 보는 사람의 감정을 쥐어짠다. 이처럼 ‘현기증’은 가족을 가장 공포스런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가족을 생각하게 만든다.

‘다우더’는 정상적이지 않은 엄마와 딸의 관계에 집중한다. 엄마(심혜진)은 중학생 딸 산(현승민)의 모든 것을 정해준다. 행동, 말투 심지어 생각까지. 하나라도 어긋나면 욕설과 폭력이 뒤따른다. 산이 자신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게 너를 위한 일”이라고.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 싫어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 방식이 남다를 뿐이다. 특별한 아이로 키우려는 엄마의 욕심이 이해되면서도 질식할 정도다. 아니, 공포스럽다. 심혜진도 김영애와 비슷한 느낌을 전했다. 지나치게 모질고, 욕을 많이 해서 불편하고 힘들었다고.

성인이 된 산(구혜선)은 임신을 하게 된다. 축복받아야 마땅하지만, 자신을 옭아매던 엄마와의 아픈 기억 때문에 마냥 기쁘진 않다. 그리고 그렇게 벗어나고자 했던 엄마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죽음을 앞둔 엄마다. 다시는 마주할 일 없을 것 같던 엄마와 딸의 만남, 그 기운이 묘하다. 찬 공기만 가득할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진 않다. “딸을 낳았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웃음 짓는 산의 마지막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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