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년작(위)와 2014년작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년작(위)와 2014년작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년작(위)와 2014년작

고 최진실과 박중훈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이명세 감독의 개성있는 연출이 돋보였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가 24년만에 리메이크 버전으로 돌아왔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시초격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신민아와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2014년 버전으로 재탄생 했다. 제목 뿐만 아니라 주연 조정석과 신민아가 맡은 역할도 영민, 미영으로 24년 전의 박중훈과 최진실이 맡았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4년 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영민과 미영 부분의 리얼한 신혼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시대를 뛰어 넘어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사랑과 결혼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를 세월마다 구두점을 찍으면서 진행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연인 관계에서 부부가 된 남녀가 서로 자존심을 내건 갈등을 딛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달콤한 신혼여행’,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날 때’, ‘환상의 세레나데’, ‘아내의 과거에 대한 오해’, ‘남편의 바람과 성공’ 등 8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냈다.

만화처럼 자막에 대사를 삽입하거나 영상에 그림을 집어넣는 애니메이션 기법 등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감각적인 연출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극대화 했다. 이 같은 색다른 시도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서울 관객 18만 7,000명 동원(전국 30만 명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로 대종상과 아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2014년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원작에서 보여준 사랑하지만 때론 꼴도 보기 싫은” 남녀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인물이나 상황 등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에피소드 소제목도 ‘집들이’, ‘잔소리’, ‘음란마귀’, ‘첫사랑’, ‘사랑해 미영’ 등 간략하고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같은 변화 또한 원작 영화 팬들에게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원작에서 신문사의 기자였던 영민은 2014년 버전에서 시인을 꿈궜던 9급 공무원으로, 전업 주부였던 미영은 미술학원 교사로 바뀌었다. 조정석은 신혼의 달콤함을 즐기는 새 신랑의 행복한 모습부터 상상과 다른 결혼의 현실에 대한 고뇌까지 보여주는 캐릭터의 변화를 능청스럽고 유쾌한 연기로 선보였다. 신민아는 연애 초에는 여신처럼 보였으나 결혼 이후 점점 평범해져 가는 아내를 연기, 애교 넘치고 사랑스럽다가도 때로는 잔소리를 퍼붓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원작의 에피소드를 고스란히 그려내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준 부분이 눈길을 끈다. 1990년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공원에서 미영에게 프로포즈를 앞둔 영민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영민은 관객들을 향해 자신의 청혼 계획을 밝히지만, 미영은 그가 이별을 고하려는 줄 알고 오해해 울면서 자리를 떠나 버렸다. 2014년 버전에서도 전체적인 흐름은 같지만 영민이 관객에게 비밀 계획을 알리는 대신, 스마트폰 메신저로 친구들의 조언을 듣는다. 미영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이 시대 변화를 느끼게 한다.

1990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미영이 혜은이의 ‘당신의 모르실 거야’를 불렀지만, 2014년의 미영은 소녀시대 태연의 ‘만약에’를 불렀다. 회사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한 영민 때문에 미영은 화를참으며 요리를 하는 장면이다. 원작에서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 미스 최에 열등감을 느끼는 미영의 모습 등이 눈길을 모았다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결혼사진이 담긴 액자를 돌리는 등 눈치 없는 직장 동료 캐릭터 등을 더해 색다르게 재해석 했다.

신민아와 조정석의 호흡은 원작 못잖은 케미를 자랑한다.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캐릭터로 감초 역할을 톡톡해 냈던 조정석의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도 빛을 발한다. 신민아는 때론 얄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미영 역할로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여기에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남편의 웬수 같은 친구 3인방, 부부의 위기를 조장하는 주인 아줌마 역에 배성우, 이시언, 고규필, 라미란 등 개성있는 조연들이 출연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많은 남녀들의 공감을 사며 웃음과 감동을 줬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2014년에도 1990년의 인기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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