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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철종 13년, 기근과 착취 탓에 백성들의 삶은 곤궁하다. 이를 틈타 나주 대부호의 서자이자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강동원)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백정으로 어렵게 살던 돌무치(하정우)는 양반의 꾐에 넘어가 가족을 잃는다. 혼자 남은 그를 안타까이 여긴 땡추(이경영)는 돌무치를 의적단 추설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군도: 민란의 시대’를 살폈다. 15세 관람가, 23일 개봉.

정시우 : (이미지로 본다면) ‘늑대의 유혹’ 우산 신의 확장버전 ∥ 관람지수 6
군도22
군도22
감독들에겐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군도’의 시작은 분명하다. 비운의 서자, 조윤을 연기하는 강동원이다. 스스로가 ‘강동원빠’임을 숨기지 않는 윤종빈 감독은, 강동원을 만나자마자 준비 중이던 작품을 미루고 ‘군도’ 작업에 들어갔다. 강동원이라는 아름다운 피사체가 윤종빈 감독에게 어떠한 영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군도’는 윤종빈 감독의 ‘미에 대한 욕망’이 강동원을 빌어 소원 성취된 영화랄까. 승부욕 강하고 잔인무도하며 동시에 사랑에 굶주린 사연 많은 이 처연한 악당을 통해 아마도 감독은, 이유있는 매혹적인 악역, ‘한국판 다스베이더(스타워즈)’를 만들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윤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했다. 매력적인 악역의 탄생이다. 특히 샴푸모델 전지현을 압도하는 강동원의 머리 풀어헤치는 장면은, 10년 전 ‘늑대의 유혹’에서 그가 ‘우산을 들어 올리며 미소 짓는 장면’의 진화이자 확장판이다. 충무로에 길이 남을 결정적 순간을 한 배우가 두 차례나 만들어낸 데에는 강동원의 매력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군도’에서 강동원은 시종일관 조윤이라는 캐릭터를 자신감 넘치게 연기한다. 자신의 외모가 지닌 장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 이 서른 넷의 배우는 몸의 멋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어색해하거나 주저함이 없다. 타고난 길 팔다리를 이용해 ‘칼사위’인지 ‘춤사위’인지 혼동되는 우아한 동작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조윤 캐릭터 구축, 그 다음이다. 전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배우들과의 인상적인 협업을 보여줬던 윤종빈 감독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부분에서 실패한다. 강동원을 놓고 그에 맞춰 캐릭터와 사건을 짜다보니, 조윤 이외의 등장인물들의 운신의 폭이 턱없이 좁아져 버렸다. 각각의 개성으로 중무장한 군도파를 내세울 때만 해도, 이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 ‘어벤져스’와 같은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조윤이라는 캐릭터에 과도한 애정을 쏟는 과정에서 그러한 길이 일찍이 차단됐다. 너무 빨리 다양한 가능성을 제거하고, 한 인물에만 몰두한 느낌이다.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느낄 또 하나의 혼란은 윤종빈 감독에게서 온다. 한국사회에 대한 예리한 해부, 섬세한 디테일, 인간 군상에 대한 관심, 리얼함 등으로 기억되는 윤종빈표 영화의 특징들이 있었다. 하지만 ‘군도’에는 윤종빈의 ‘것’이라고 불리는 특성들이 바싹 탈색돼 있다. 변화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변화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느냐인데, 노련해졌다고 하기엔 평이해져버린(이 영화엔 여러 선배 영화들의 환영이 있다.) 결과물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선뜻 그 변화에 박수를 보내기 머뭇거리게 된다.

무엇보다 ‘군도’는 2시간 17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리드미컬하게 이어가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총5장의 챕터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좋으나 그것을 묶는 이음새가 다소 헐겁다. 순간의 코미디에만 집중할 뿐, 이야기 전체 리듬을 돌보지 않은 씬도 여럿 있다.

전반부 도치의 이야기가 너무나 급작스럽게 조윤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 중심축이 흔들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울 부분이다. 영화의 카타르시스가 부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부분부분은 좋은데, 그 합이 부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상이다. 그래서 영화가 전체 이야기보다 강동원의 짧은 이미지 하나로 기억되는지도.

2eyes① ‘군도’, 높은 기대치가 만든 여러 아쉬움들, 보러가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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