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컷의 등장만으로도 극을 장악하는 배우/유명인사 들이 있다. 예기치 않은 순간 등판해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서프라이즈 선물, 바로 카메오다. 관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인 카메오들은 2014년 상반기 극장가에도 심심치 않게 출몰했다. 카메오는 대개 배우/감독/제작자 간의 친분으로 성사된다. 2014년 상반기 스크린 속 ‘의리의리’한 카메오들을 살펴봤다.

1. ‘수상한 그녀’ 김수현
김수현
김수현

“워뗘? 후달려?”젊은 시절로 회춘(?)한 박씨(박인환)가 헬멧을 벗으며 미소 짓는 순간, 객석 여기저기에서 “어머♥”를 연발하는 비명이 새어나왔다.왜 안 그랬겠나.박씨의 20대 꽃총각 시절을 연기한 카메오가 ‘대세’ 김수현인데. 카메오의 묘미가 의외성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식스센스’급 반전이라 할만 했다. 김수현의 등장은 ‘수상한 그녀’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주연못지 않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못지 않은 카메오랄까. 상반기 ‘특급 카메오’로 선정하는 바이다.
어떤 의리?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의 의리
황동혁 감독: “카메오를 누구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김수현, 송중기, 유아인 등 청춘스타들을 떠올렸는데, 마침 매니지먼트를 했던 제작사 대표님이 김수현 쪽과 친분이 있어서 섭외를 시도했다. 마침 김수현이 ‘도가니’를 감동 깊게 봤다고 하더라. 그러다보니 캐스팅이 생각보다 쉽게 성사됐다.”

2. ‘우아한 거짓말’ 유아인
유아인
유아인

김희애와 유아인의 밀회는 JTBC 드라마 ‘밀회’ 이전에 ‘우아한 거짓말’에서가 먼저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유아인은 현숙(김희애)-만지(고아성) 모녀의 옆집에 사는 독특한 개성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 추상박을 연기했다. 5대 5 가르마를 곱게 탄 비주얼 쇼크로 큰 웃음을 선사하며 흥행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했으니, ‘우아한 거짓말’의 비밀 병기라 하겠다.배우에게 중요한 것은 비중이 아니라 크기임을 확인해 준 사례이기도.
어떤 의리? 유아인과 이한 감독님의 의리! 우아한 거짓말’은 ‘완득이’ 김려령 작가와 이한 감독이 다시 뭉쳐 만든 작품이다. 유아인은 ‘완득이’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하게 됐다.
김희애: “극중 유아인 캐릭터가 굉장히 유니크하다. 어떤 사람이 이 역할을 맡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유아인 씨가 해준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너무 고마워서 유아인 씨에게 다음에 주연하는 작품 옆집 아줌마 역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3. ‘메이크 유어 무브’ 유노윤호
메이크 유어 무브
메이크 유어 무브

“박수로 맞아 주세요! 멀리 한국에서 온 유노윤호!” 클럽 디제이의 소개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유노윤호가 갈고 닦은 춤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멀리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야라는 이름의 동양인 여자, 바로 보아다. 짐작하겠지만, 보아의 할리우드 진출작 ‘메이크 유어 무브’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유노윤호는 스태틱 클럽의 유명 댄서로 깜짝 등장해 보아를 지원 사격했다…라기 보다 품앗이 했다. 유노윤호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으니, 그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나쁘지 않은 기회였을 게다. 물론 연예계 절친 보아에 대한 유노윤호의 의리가 없었으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는 유노윤호 뿐 아니라 소녀시대, 에프엑스, 엑소 등 SM 소속 가수들의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영화이니, 이유는 짐작들 하시길.
어떤 의리? 직장동료의리!
보아: “유노윤호가 바쁜 와중에 먼 나라에 와서 급히 안무를 외우고 촬영을 했다.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었는데 급히 다시 돌아갔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4. ‘관능의 법칙’ 보아
보아 카메오
보아 카메오

SM 후배들의 지원 사격을 받았던 보아는 문소리 엄정화 조민수 주연의 영화 ‘관능의 법칙’을 지원 사격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극중 미연(문소리)이 머물고 있는 강화도 집에 모인 세 여인은 동네에 새로 이사 왔다는 송범식이라는 사람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송범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은 20대의 예쁘장한 여자, 바로 보아였다. 보아의 등장에 극중 세 여인의 산통은 깨졌지만,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흐뭇해했다는 후문이다. ‘관능의 법칙’으로 한국영화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보아는 ‘빅매치’(신하균 이정재 주연)에 캐스팅, 최근 촬영을 끝냈다.
어떤 의리? 보아와 ‘관능의 법칙’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의 친분. 우연인지, 심재명 대표와 ‘빅매치’ 제작사 보경사 대표는 자매지간이다.
보아: “카메오 출연이지만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어 흔쾌히 출연하게 됐다”

5. ‘토르: 다크 월드’ 캡틴 아메리카
토르 카메오
토르 카메오

차기 히어로 무비에 대한 단서를 ‘헨젤과 그레텔’의 빵가루처럼 흘려대는 마블의 전략은 이미 유명하다. 쿠키영상을 통해 ‘떡밥’을 투척하는 것이 마블의 주특기. ‘토르: 다크월드’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달랐는데, ‘떡밥’이 아니라 순수 카메오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지하 감옥을 벗어난 로키(톰 히들스턴)가 토르 앞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토르 주특기)하는 장면에서 깜짝 등장한다. 로키가 캡틴 아메리카로 변신한다는 설정인데, 크리스 에반스는 로키 캐릭터 특유의 비아냥거림과 장난스러운 모습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숨은 이야기: 사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크리스 에반스는 다른 작품 촬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제작진은 크리스 에반스를 따로 촬영해 대역 위에 이어붙이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이때 크리스 에반스의 대역을 해 준 이가 톰 히들스턴이다. 그것도 캡틴 아메리카의 쫄쫄이 의상을 입고 대역 연기에 투혼을 불살랐다고.(증명사진 첨부)
어떤 의리? 마블 히어로들의 의리!
톰 히들스턴: “캡틴 아메리카 대역 연기는 정말 멋졌어요. 제가 언제 또 캡틴 아메리카 슈트를 입어보겠어요? 하하하”

6. ‘겨울왕국’ 라푼젤+주먹왕 랄프+미키 마우스
겨울왕국
겨울왕국

상반기 전세계적인 흥행 돌풍인 일으킨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도 카메오가 출연한다는 사실. 그것도 떼로 등장한다. 제작진이 숨겨 놓은 카메오는 숨은그림찾기 수준이다. 먼저 엘사의 여왕 대관식이 열리는 날, 동생 안나가 즐겁게 성문 밖을 나서는 장면에서 디즈니 ‘라푼젤’ 주인공인 라푼젤과 유진이 하객으로 참석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뒷모습이지만, 디즈니 마니아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또한 안나가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부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식탁 위 초콜릿 접시엔 ‘주먹왕 랄프’의 슈가 러쉬가, 추위를 피하려 상점에 들어선 안나의 옆에는 ‘미키마우스’가 깜찍하게 숨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떤 의리? 디즈니 식구들의 의리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수상한 그녀’ ‘메이크 유어 무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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