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돋보기①영화와 소설 사이, ‘역린’ 속 살수와 을혜는 같은 살막 출신인 걸 알았을까요?
입력 2014.05.23 06:42수정 2014.05.23 06:42
역린
소설과 영화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보완적인 역할은 가능하다. ‘역린’도 마찬가지다. 영화 ‘역린’은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허구의 이야기를 덧입혔다. 정조 즉위 1년, 1777년 7월 28일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암살 시도가 발생한다. 이를 둘러싸고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의 24시간을 담고 있다. 정조, 혜경궁 홍씨, 정순왕후 등 역사 속 실존 인물과 함께 광백, 상책, 을수, 월혜, 복빙 등 허구의 인물이 더해졌다. 이야기는 정조와 노론의 대립이 아닌 정조와 살막(암살 집단)의 대결로 옮겨 왔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허구의 이야기를 전하기엔 다소 허점이 보인다. 그 허점은 영화 개봉에 맞춰 발간된 ‘역린1:교룡으로 지다’, ‘역린2:용의 분노’ 등 2권의 소설로 채울 수 있다. ‘교룡으로 지다’란 부제를 지닌 ‘역린’ 1권은 시간적으로 ‘역린’의 전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역린’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화 ‘역린’에서 다소 생략된 허구의 인물들 히스토리가 소설 속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역린2:용의 분노’는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화 했다. 또 영화 시나리오와 소설 모두 최성현 작가가 집필했다.
# 광백은 왜 정조를 죽이려는 걸까요?
‘역린’ 광백(왼쪽), 정순왕후 스틸
‘역린’ 광백(왼쪽), 정순왕후 스틸
영화에선 광백(조재현)이 정조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뚜렷하지 않다. 광백은 상책(갑수), 월혜 등 살막에서 키워낸 살수들을 오랜전부터 궁에 침투시켰다. 하지만 실제 광백이 왜 정조를 죽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정순왕후 등 노론 세력이 뒤에 있을거란 추측만이 가능하다. 소설에는 약했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소설 속 광백은 안국래의 제안을 받고 살막을 구성하고, 안국래의 요청대로 살수를 공급한다. 그리고 그 댓가로 광백은 막대한 ‘돈’을 받는다. 광백은 단순히 ‘돈’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안국래는 정조의 반대세력인 노론과 연결된다. 물론 안국래도 소설 속에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다. 이와 달리 소설에 등장하는 노론 세력은 모두 역사 속 실제 인물이다. 이처럼 영화에선 광백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 인물이 없지만, 소설에는 있는 셈이다.
# 갑수와 을수가 끈끈한 이유는?
‘역린’ 갑수(왼쪽), 을수 스틸
‘역린’ 갑수(왼쪽), 을수 스틸
영화에서 갑수는 을수를 보자마자 알아본다. 반면 을수는 갑수의 살막 표식을 보고서야 눈치를 챈다. 어릴 때 살막에서 아주 잠깐 함께 머물렀던 갑수가 을수를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 영화에선 다소 생략돼 있다. 물론 시나리오에 이 내용은 있었고, 촬영도 했지만 편집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에서 살펴보면, 살막으로 끌려 온 갑수는 친동생 을수가 있었다. 하지만 살수를 길러내기 위한 광백의 살벌한 훈련이 을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친동생을 잃은 갑수에게 어느 날 친동생과 똑같은 어린 아이가 살막으로 오게 된 것. 그게 바로 이백이십노미, 을수다. 이후 갑수는 이백이십노미를 을수라 부르고, 친동생처럼 아끼고 보호해준다.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갑수는 을수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던 이유다.
# 을수와 월혜는 서로 같은 살막 출신인지 알았을까요?
영화 ‘역린’ 스틸
영화 ‘역린’ 스틸
먼저 정답은 ‘몰랐다’다.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집필한 ‘역린’ 2권에 월혜에 대해 기술돼 있다. 영화 각본을 쓴 작가이자 소설을 집필한 최성현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을수와 월혜는 같은 살막 출신인지 모른채 인연을 맺고, 애틋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최 작가는 월혜에 대해 “갑수보다 1년 뒤에 궁에 들어오게 되는 설정”이라며 “암살자 느낌보다는 연락책”이라고 설명했다. 을수는 암살 현장에서 우연히 월혜를 만나게 되고, 인연으로 발전한다. 을수가 정조 암살에 마음을 굳힌 것도 잡혀가는 월혜를 보면서다. 영화에서도 이처럼 표현된다. 그러나 을수와 월혜가 같은 살막 출신이라는 내용은 아쉽게도 생략됐다. 영화에선 잡혀가는 것을 끝으로 월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존현각의 암살 시도가 끝난 후 나인이었던 월혜는 존현각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간다. 그때 을수의 시신을 보게 되고, 어깨의 살막 표시를 확인하게 된다. 그때서야 같은 살막 출신인 걸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