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켈리(왼쪽) 그레이스 켈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
그레이스 켈리(왼쪽) 그레이스 켈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
그레이스 켈리(왼쪽) 그레이스 켈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

영화인들에게 칸국제영화제는 한 번쯤 밟아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비공식 부문에 초청만 되도 기뻐하는 분위기인데, 하물며 개막작이라면? 누군가는 ‘가문의 영광’이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라며 탄성을 지를 것이다. 배급사 입장에서도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전세계 영화인들의 눈이 영화제의 중심에 선 개막작에 쏟아진다. 큰 돈 들이지 않고, 글로벌 홍보를 하는 셈이다. 칸의 효과를 업고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2006년 개막작 ‘다빈치 코드’의 사례는 ‘개막작 선정’에 대한 욕망을 부추긴다.

#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향한 혹평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올해 칸의 문을 연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지금 상황이 그러하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전세계 영화인들 앞에서 첫 공개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향한 혹평이 거세다. 외신은 앞 다투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헐뜯기에 나섰다. 버라이어티는 ‘진부한 멜로드라마다. 재편집을 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할리우드 리포트는 “이토록 흥미로운 가십을 이렇게까지 지루한 영화로 만들다니”라고 꼬집었다. 텔레그래프는 “완벽하게 우스운 그레이스 켈리 영화가 개막했다”고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칸의 안목에 우려를 보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니, 칸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유쾌할 리 없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쳐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쳐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쳐

# 개막작 선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스타파워와 화제성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영화제 개막작 선정에는 여러 요소들이 끼어든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만큼 완성도 못지않게, 스타파워와 화제성 등이 고려된다. 이는 과거 칸의 문을 연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톰 행크스 주연의 ‘다빈치 코드’(2006), 픽사의 ‘업’(2009), 러셀 크로 주연의 ‘로빈 후드’(2010년), 레이첼 맥아담스, 마리옹 꼬띠아르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미드나잇 인 파리’(2011년) 등이 칸의 문을 열며 전세계 언론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난해에는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위대한 개츠비’가 칸 영화제의 시작을 뜨겁게 달궜다.

올해의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할리우드 배우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인생 역전’을 그린 드라마다. 그레이스 켈리는 1956년 4월 18일, 모나코 대공 레니에 3세와 결혼식을 올리며 20세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에는 주연을 맡은 니콜 키드만의 명성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디트 삐아프의 일생을 ‘라비앙 로즈’를 통해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옮겼던 올리비에 다한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을 것이다. 칸으로부터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모나코 왕국의 이야기라는 점도 영화제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다.

‘다빈치 코드’ ‘글래디 에이터’ ‘위대한 개츠비’ ‘미드나잇 인 파리’ 칸영화제 개막작들(시계방향)
‘다빈치 코드’ ‘글래디 에이터’ ‘위대한 개츠비’ ‘미드나잇 인 파리’ 칸영화제 개막작들(시계방향)
‘다빈치 코드’ ‘글래디 에이터’ ‘위대한 개츠비’ ‘미드나잇 인 파리’ 칸영화제 개막작들(시계방향)

사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둘러싼 논란은 일찍부터 있었다. 앞서 올리비에 다한 감독과 영화의 북미 지역 배급업체인 웨인스타인사가 마지막 장면 편집을 두고 충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시사회 때부터 논란을 빚었던 작품은, 우여곡절 끝에 다한 감독의 버전으로 칸에서 상영됐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웨인스타인사는 우리에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편집 문제로 이슈가 됐던, 가위질로 유명한 영화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웨인스타인사의 결정이 옳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물론 칸영화제라고 해서 좋은 영화만 발굴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취향의 문제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수상작 선정을 두고도 많은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러한 논란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에서부터 흘러나오면 영화제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올해 칸의 첫 선택은 실패로 기억될 듯하다.

글. 정시우 기자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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