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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누구보다 평범한 소녀 한공주(천우희). 음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고,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신 웃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공주는 다행히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와 노래를 통해 삶의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어른들의 욕심은 공주의 바람을 앗아간다. 삶의 희망과 절망의 기로에 놓은 공주의 선택은 영화의 끝을 알린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공주’를 논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17일 개봉.

정시우 : 우리 사회의 무능함에 대해… ∥ 관람지수 9
황성운 : ‘잘못한 게 없는데요가 던지는 고민과 미안함 관람지수 9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힌다. ‘한공주’는 부러 슬픈 척 하지 않는데 너무나 슬프고, 정색하고 훈계하지 않는데도 보는 이로 하여금 뜨끔하게 만드는 영화다. 지난 해 개봉한 ‘소원’(이준익)이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이 ‘그 일’ 이후 어떻게 일상을 회복해나가는지를 사려 깊게 그렸다면, ‘한공주’는 ‘그 일’을 극복해 내기엔 대한민국 시스템이 너무나 허술함을 묵묵히 고발한다. 영화의 시선과 논조는 차분하지만, 그 속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영화 오프닝에서 어른들에게 둘러싸인 공주가 읊조린다. 도대체 무슨 있었던 것일까. 공주는 무엇으로부터 자신의 진실을 지키려 하는가. 공주가 쫓기듯 전학을 가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선생님은 공주에게 인터넷도 안 되는 2G폰을 쥐어주며 아무와도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가.

플래시백을 하나씩 흘리며 퍼즐을 끼워 맞춰가는 ‘한공주’는 언뜻 보면 공주의 숨겨진 과거를 추적해 나가는 영화로 오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니다. ‘그 날’의 진실을 어떻게 밝혀낼까보다 감독이 골몰하고 있는 것은, ‘그 날’ 이후 공주가 일상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나가는가,이다. 즉 이 영화의 이야기를 추동하는 것은 공주의 과거 미스터리가 아니라, 공주가 놓인 아이러니한 현실의 미스터리인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겪은 공주는 눈물 흘리거나 소리 지르는 대신, 떠돌거나 숨죽인다. 그것은 공주라는 아이 자체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허술한 사회 시스템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피해자에게 도리어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돈과 권력 앞에서 진실이 숨죽이는 사회, 사건 해결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사회, 믿을 수 있는 어른을 찾기가 너무나 힘든 사회…특히 가해자의 부모들이 숨어 있는 공주(피해자)를 찾아와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상황은 충격적이기 그지없다.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방어 시스템이 이토록 허술했나 하는 분노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확인한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주는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갈 것이 자명하다.)

단편 영화 ‘아빠’(2004), ‘적의 사과’(2007) 등으로 주목받았던 이수진 감독의 첫 장편 ‘한공주’는 뜨거운 가슴으로 분노하며 지켜봐야 하는 작품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응시하고 기억해야 하는 영화다. 국제영화제 9관왕이라는 타이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수진 감독을 여자로 착각한다면, 그것은 이름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품고 있는 세심한 배려와 밀도 높은 감성 때문이리라.

한공주를 연기한 천우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집단 성폭행이라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도 하루하루를 묵묵하게 견뎌내는 공주의 말투, 표정, 흐느낌, 잔상… 어느 것 하나 천우희의 것이 아닌 게 없다. 재발견이라는 상투적인 단어로 그녀를 설명하는 건 지루한 일이다. 희망이 거세된 지점에서 희망을 찾아나서는 소녀의 강인한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앞으로, 자주 보고 싶은 얼굴이다.

‘물’ ‘수영’ ‘고릴라’ ‘키스’ ‘노래’ ‘휴대폰’… 어느 것 하나 의미를 품지 않는 것이 없는 이 촘촘한 플롯의 영화는 엔딩도 허투루 끝내지 않는다. 롱쇼트로 담아낸 엔딩 이미지 속에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공주의 선택에 대해, 그리고 그녀를 방치한 사회에 대해 자문해 볼 시간이다.

2eyes, ‘한공주’ 울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보러가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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