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한공주
방황하는 칼날, 한공주


영화 ‘방황하는 칼날’과 ‘한공주’는 이란성 쌍둥이다. 두 영화 모두 학원 성폭행이란 공통된 소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화의 감정과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다. 10일 개봉된 ‘방황하는 칼날’은 피해자의 아버지를 통해 분노를 끌어낸다. 반면 17일 개봉될 ‘한공주’는 잘못한 게 없는데 피해 다녀야만 하는 피해 당사자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읊조린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른 질감을 만들어 냈다.

# 상현 vs 한공주


영화 ‘방황하는 칼날’ 스틸
영화 ‘방황하는 칼날’ 스틸
영화 ‘방황하는 칼날’ 스틸

상현(정재영)과 한공주(천우희)는 각각의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상현은 피해자의 아버지, 천우희는 피해 당사자다. 영화의 차이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성인 남성과 여고생, 그 신분(?) 차이만도 상당하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상현은 또래 남학생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본 뒤 분노가 끓는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고 또 다른 공범까지 직접 처단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바뀌는 순간,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다. ‘사적 복수’의 정당성 여부는 관객들의 몫이다. 이처럼 상현의 입장에서 따라가다 보면 덩달아 분노가 끌어 오른다.

‘한공주’에서 한공주는 의문투성이다.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춰내지만, 그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리송하다. 지극히 평범하다가도 어느 순간 수상쩍은 행동이 이어진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모든 게 하나의 복선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공주가 당한 사건에 이르렀을 때, 한없이 여린 한 소녀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희망을 품고 노력하는 한공주의 노력이 마냥 짠하다.

# 분노와 공분 vs 미안함과 반성


영화 ‘한공주’ 스틸
영화 ‘한공주’ 스틸
영화 ‘한공주’ 스틸

‘방황하는 칼날’은 분노와 공분을 만든다. 순차적인 이야기 전개는 분노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또 상현의 딸 수진이 당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들이댄다. 분노와 공분 이외의 감정이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다. 때문에 딸을 죽음으로 내몬 철용을 죽이고, 또 다른 공범을 찾아 나서는 상현의 발걸음을 지지하게 되고 그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슬쩍슬쩍 다른 감정들도 넣어보지만, 분노의 감정이 워낙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한공주’는 피해자가 도망 다녀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진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여고생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가해자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만을 위해 한공주를 들들 볶는다. 한공주의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는 짐승들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한공주의 말이 안쓰럽다.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 한공주의 웃음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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