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겨울왕국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비밀스런 재능을 타고난 아렌델 왕국의 첫째 공주 엘사는 이 때문에 어린 시절을 방에 갇혀 홀로 지내야만 했다. 그러나 여왕으로 즉위 하는 날, 문을 열고 세상에 나간 엘사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저주스러운 능력을 보이고 만다. 결국 엘사는 북쪽 산으로 도망치고, 그곳에서 홀로 지내게 된다. 이에 ‘초긍정’ 말괄량이 동생 안나가 언니를 찾아 숲으로 향하고, 얼음장수 크리스토프와 함께 얼어붙은 아렌델 왕국과 언니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체관람가, 16일 개봉.

10.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완벽 부활을 알리다 ∥ 관람지수 8
겨울왕국
겨울왕국
‘겨울왕국’은 흥이 가득한 작품이다. 감성이 가득한 노래와 음악들이 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적 특징을 제대로 살리면서 마치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극 중 배경과 상황 그리고 노래의 선율과 음색이 꼭 맞아 떨어졌다. 단지 ‘보는’ 즐거움을 넘어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움을 동시에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성인 관객들이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으로 딱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명작 동화 ‘눈의 여왕’을 기반으로 약간의 변주를 더했다. 그 동안 사악한 악당으로만 그려졌던 눈의 여왕에게 ‘가족’의 옷을 입혔다. 그 인물이 바로 엘사다. 그녀가 얼음궁전에서 홀로 살기를 선택한 것도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다. 자신의 저주스러운 능력으로 동생이 다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주는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정형화된 결말과 다른 길을 만들었다.

꽁꽁 얼어붙은 아렌델 왕국과 엘사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진정한 사랑’ 뿐. 과거에는 주로 ‘백마 탄 왕자’로 대표되는 캐릭터가 입맞춤을 하면서 해피엔딩을 맺곤 했다. 그게 곧 ‘진정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이제는 식상해진 남녀의 키스로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는 대신 남녀의 사랑보다 더 진실하고, 깊은 사랑으로 가족을 끌고 왔다. 그리고 엘사와 안나, 두 자매의 성장과 우애는 남녀의 사랑보다 더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만약 ‘겨울왕국’이 식상한 남녀 간의 사랑을 들이댔다면, 그 여운은 크게 반감됐을 것이다. 디즈니가 요즘 트렌드에 맞는 동화의 변주 방법을 제대로 찾을 것 같다.
겨울왕국
겨울왕국
주요 인물 외에 올라프 등의 캐릭터들도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엘사와 안나의 추억이 깃든 눈사람이자 여름을 사랑하는 엉뚱한 매력의 울라프는 ‘겨울왕국’ 마스코트로서 부족함이 없다. 수다스러우면서도 순수함과 ‘초긍정’ 마인드를 지닌 울라프의 모습에서 때때로 ‘슈렉’ 시리즈의 동키와 같은 느낌이 전해지기도 한다. 호시탐탐 올라프의 당근 코리를 노리는 순록 스벤도 생명력이 더해졌다.

월트디즈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 무수히 많은 명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림웍스나 픽사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디즈니의 옛 명성이 많이 희미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다. 해외 언론의 극찬은 괜한 게 아니었다.

마지막 한 가지, ‘겨울왕국’ 상영 전에 만날 수 있는 단편 ‘말을 잡아라!’는 절대 놓쳐서 안 된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첫 애니메이션 단편인 ‘미키마우스’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이 단편만으로도 영화 관람료를 다한다.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그리고 친구들의 모험담이 흑백과 컬러, 2D와 3D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말을 잡아라!’,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