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전야’ 스틸 이미지
영화 ‘결혼전야’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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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헤어진 후 다시 만난 태규(김강우)와 주영(김효진), 국제커플 건호(마동석)와 비카(구잘), 매사 충돌하는 대복(이희준)과 이라(고준희), 연애 7년차 원철(옥택연)과 소미(이연희) 그리고 경수(주지훈)는 모두 결혼을 딱 1주일 앞둔 커플들이다. 영화 ‘결혼전야’는 결혼을 앞둔 이들 커플들의 각기 다른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 결혼을 결정한 남녀가 겪는 심리적인 불안 현상)를 다루고 있다. 이 커플들이 별 탈 없이 무사히(?)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지 따라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15세 관람가, 21일 개봉.

황성운 :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슬기롭게 엮어가는 탁월한 솜씨 ∥ 관람지수 8
이은아 :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사랑, 하나로 완성된 영화 ∥ 관람지수 7

황성운 : 결혼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행복해야 할 순간이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지만 막상 결혼을 앞두고선 뭔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이를 ‘메리지 블루’라 일컫는다. 영화 ‘결혼전야’는 바로 메리지 블루를 겪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쌀쌀해진 요즘과 딱 어울린다.

‘결혼전야’는 아주 영리하게 판을 짰다. 여러 커플의 다양한 메리지 블루를 끌어 모으면서 공감대를 한층 끌어 올렸다. 이 커플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한 번 헤어진 후 다시 만난 태규와 주영은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흔들린다. 만남부터 결혼까지 초고속인 대복과 이라 커플은 막상 결혼을 하려하니 혼수부터 신혼여행, 종교와 집안문제까지 사사건건 다툼이다. 노총각 건호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비카는 국경과 나이도 초월하지만 주위의 시선도 시선이거니와 위장 결혼이 아닐지 노심초사다. 여기에 몸의 이상 징후까지. 원철과 소미는 7년 째 연애 중이다. 결혼? 사랑보다 의리라고 생각할 정도다. 어떤가. 아마 영화를 보면서 ‘맞아, 내 주위에 누가 그랬어!’라고 무릎을 칠 관객들 꽤 많을 것 같다.

여러 배우의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어수선하지 않을까 싶다. 언뜻 옴니버스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혼전야’는 영리한 설정 선택으로 이 같은 우려를 날려 보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선을 잡아둔다. 태규와 주영, 건호와 비카, 대복과 이라, 원철과 소미 등 이들 커플의 관계를 영화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공개한다. 어떻게 만났고, 어떤 사랑을 했는지 보다 결혼 7일 전부터 결혼 당일까지의 상황에 집중한다. 짧고 간결하게, 여기에 유머까지 더해졌다. 각 커플의 만남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정리를 마쳤다. 아주 효율적인 선택이었고, 관객을 순식간에 스크린 속으로 관객을 밀어 넣었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도 탁월하다. 여러 커플이 나오다 보니 시선이 분산될 수도 있는 상황. 또 각 커플들이 다투는 이유도 모두 다르다. 어수선하게 비춰질 요소가 가득하다. ‘결혼전야’가 선택한 방법은 공간의 교집합이다. 비뇨기과 의사인 주영의 병원에서 대복은 일을 하고, 건호는 환자로 병원을 방문한다. 또 웨딩플래너 이라는 태규와 주영, 건호와 비카의 결혼을 담당한다. 그리고 원철의 레스토랑에서 비카가 요리를 배우는 식이다. 이렇게 엮인 관계는 이야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이음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등장인물이 많고, 여러 갈등이 나오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로 뭉친다. 또 어느 한 커플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다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커플의 성향을 달리 하면서 전체적인 균형감을 맞췄다. 특히 원철-소미-경수는 다른 결을 품고 있는 라인이다. 모든 커플이 티격태격하기만 했다면 식상하지 않았을까. 원철, 소미, 경수 라인은 호흡을 다듬는, 그리고 약간은 달달한 느낌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재미를 더한다. 김강우와 김효진은 실제 커플처럼 자연스럽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구잘의 어설픈 한국어와 이를 유머로 받아치는 마동석의 호흡은 찰떡이다. 이연희는 오래된 연인 옥택연과 운명적 만남 주지훈 사이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 차이를 잘 표현했다. 특히 이연희의 빼어난 미모는 상황과 어울리며 더욱 돋보였다. 남자들의 마음을 훔칠 만하다.

영화 ‘결혼전야’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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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 태규와 주영, 원철과 소미, 건호와 비카, 대복과 이라는 모두 결혼을 일주일 앞둔 커플이다. ‘결혼전야’는 결혼을 앞둔 남녀가 어떠한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겪는지 하나씩 짚어 준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시작과 함께 각 커플들이 어떻게 만나서 결혼까지 왔는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늘어지는 것 하나 없이 영화는 ‘결혼’에 초점을 맞춰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커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얽히고설키면서 ‘결혼전야’라는 하나의 요리로 완성된다. 태규와 주영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이들이 우연히 건호를 마주치면 어느새 건호와 비카의 이야기로 시선이 옮겨간다. 주영이 일하는 병원과 원철이 몸담고 있는 식당을 중심 공간으로 각 커플들이 서로 스치고, 만나길 반복한다. 병원과 식당은 각 이야기를 붙여주는 적절한 장소다. 또 이 장소에서 캐릭터들이 만나 그리는 재미난 에피소드는 보너스다.

각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을 살리는 연기도 볼만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구잘은 첫 영화 도전. 그녀에겐 외국어인 ‘어려운’ 한국어 연기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건호와 싸울 때 감정이 격해지면서 발음이 새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설정에 가깝다. 마동석은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구잘의 대사를 받아치며 웃음을 만든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호흡과 웃음은 상당하다. 구잘의 매력과 개성도 충분했다.

영화 ‘돈의 맛’에서 이미 호흡을 맞춰봤던 탓일까. 김효진과 김강우는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선사한다. 태규와 주영은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며 12년 후 다시 만나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태규는 조금은 철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나름의 귀여운 맛이 있는 인물이다. 이런 태규의 어리광을 감싸주는 주영 역의 김효진의 연기는 노련하고 자연스럽다. 두 배우의 호흡은 티격태격하지만 떨어질 수 없는 태규와 주영의 ‘케미’를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유쾌한 이야기와 깨알 같은 재미로 무장한 ‘결혼전야’는 오락영화로서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일지는 물음표다. 결혼이 아직 멀고도 먼 미래인 사람에겐 ‘결혼할 때 저런 이유 때문에 어렵겠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 피부에 와 닿는 현실감은 다소 떨어진다. 여기에 각 커플들의 문제 해결방식도 지극히 판타지적이다. 특히 집안문제, 종교문제 등으로 갈등하던 대복과 이라는 문제의 해결 없이 사랑하니까 무작정 결혼을 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대화를 통해 둘은 이라의 아버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설득 시켰지만 이라와 대복의 어머니 사이의 충돌이 해소되는 과정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많은 인물이 나오다 보니 각각의 문제 해결 과정을 섬세하게 다루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결국 ‘결혼’은 갈등의 원인이 되는 하나의 장치일 뿐 결혼에 대한 다양한 공감대를 이루는 데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결혼을 앞둔 남녀, 이미 결혼을 한 부부 그리고 결혼과는 거리가 먼 관객에게 각각 다르게 느껴질 듯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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