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 스틸 이미지
영화 ‘친구’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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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장동건)의 죽음을 지시한 혐의로 수감된 준석(유오성). 17년 만에 출소한 그는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과 어느새 조직의 실세로 성장해있는 은기(정호빈)의 모습에 위기를 느낀다. 준석은 아버지 철주(주진모)가 평생을 바쳐 이뤄놓은 조직을 되찾기 위해 흩어져있던 자신의 세력을 다시 모으고,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성훈(김우빈)을 오른팔로 두게 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성훈은 자신을 챙겨주는 준석에게 의지하며 부산을 접수하기 위해 힘쓴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은 아버지 동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청소년 관람불가, 14일 개봉.

황성운 : ‘친구’를 품은 채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 관람지수 7
이은아 : ’친구2′만의 고민을 풀어 놓았다 ∥ 관람지수 7

황성운 : 영화 ‘친구’(2001)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영화 속 대사와 장면들은 당시는 물론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친구’는 한국 영화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꼭 거론될 만한 작품이란 사실은 변함없다. 그래서 ‘친구2’는 위험한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자 용기다. 간혹 ‘형보다 뛰어난 아우’가 나온다곤 하지만 ‘친구2’가 ‘친구’의 아성을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단지 영화적 완성도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만큼 ‘친구2’에 가해진 ‘친구’의 그림자는 무시무시하다. 그럼에도 ‘친구2’를 만든 이유는 뭘까. 이 호기심이 대중의 발걸음을 ‘친구2’로 향하게 하는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호기심을 만족하게 해줄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또 ‘친구’의 기억이 살아 있는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의 ‘반가움’도 존재한다.

‘친구2’는 ‘마이 묵었다, 고마해라’로 기억되는 동수의 죽음, 그로부터 17년 후를 시작점으로 선택했다. 시간의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고, 이야기의 외연은 확장됐다. 우정은 가슴에 새겨졌고, 인생의 굴곡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20대였던, 앞만 보고 질주했던 준석은 수감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던져진 40대 중년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동수의 숨겨진 아들인 성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금의 20대를 상징한다. 여기에 준석의 아버지 철주가 6~70년대를 견딘 세대를 품고 있다. 세대별 인생을 차곡차곡 들춰낸다. 다만 철주 이야기는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주먹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방향을 고민하는 준석의 모습은 여느 40대 중년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친구’가 속도를 다뤘다면, ‘친구2’는 방향을 이야기한다는 유오성의 말은 영화의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정을 넘어 가족과 세대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무엇보다 유오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강렬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는 여전했고, 세월의 무게까지 더해졌다. 이런저런 좋지 않은 구설수로 풍파를 겪었던 순간들이 연기에 그대로 묻어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무자비한 방법으로 조폭 세력을 다시 규합하지만, 그런 준석에게서 왠지 모를 연민까지 느껴진다. 유오성의 진가를 다시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은 10년 만에 화해하고, ‘친구2’를 위해 뭉쳤다. 영화 외적인 갈등이 묘하게도 극 중 준석의 상황과 겹친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김우빈도 인상을 남겼다. 다소 오버하는 모습도 있지만, 유오성과 다른 느낌으로 자신만의 색을 분명히 알렸다. 유오성의 기에 전혀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맞선다. 또 독기 서린 눈빛과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매력은 여성 팬을 모으기에 충분해 보인다.

‘친구’의 그림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레인보우 멤버였던, 성훈의 엄마로 등장하는 혜지(장영남)가 있긴 하지만 임팩트는 사실상 크지 않다. 레인보우 멤버들이 뭘 하고 있을지 궁금증이 솟아난다. 그리고 준석과 동수 외에 또 다른 두 명의 친구인 상택과 중호가 한 번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서운하다. 누가 뭐래도 ‘친구’는 네 친구의 우정이 기반이었으니까.

영화 ‘친구2′ 스틸 이미지
영화 ‘친구2′ 스틸 이미지
영화 ‘친구2′ 스틸 이미지

이은아 : ‘준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곽경택 감독은 이 질문이 문득 생각나 결국 ‘친구2’를 만들게 됐다. 준석은 동수의 죽음을 지시한 혐의로 수감돼 17년 만에 출소한다. 밖에 나와 보니 세상을 너무 변해있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 와중에 조직의 실세로 성장해있는 은기(정호빈)를 보며 위기감을 느낀 준석은 조직을 되찾기 위해 싸운다. ‘친구2’ 이야기의 단초가 된 동수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향해 간다.

그러나 ‘친구2’는 전편의 부가 설명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시작은 동수의 죽음이었지만 새로운 방향을 찾아 ‘친구2’만의 생각을 담았다. 동수의 숨겨진 아들, 성훈 역의 김우빈을 등장시키면서 신선함을 더했다. 김우빈은 거친 매력을 드러내며 자신의 색깔을 스크린 곳곳에 물들였다. 그리고 성훈을 통해 ‘가족’이란 주제를 탐구하기도 한다. 외적 모습부터 내면까지, 김우빈은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유오성은 명불허전이다. 40대가 된 만큼 세월의 무게가 한층 더해졌다. 넘치는 힘을 활기차게 쏟아낸 김우빈과 다른 노련하고, 정제된 묵직한 매력이 일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두 배우의 서로 다른 매력을 균형감이 있게 잘 뽑아냈다.

‘친구’가 우정이라면, ‘친구2’는 우정을 넘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준석과 성훈은 감옥에서의 인연을 사회에서도 이어간다. “같이 배도 고파보고, 아파 보기도 하고, 죽을 뻔도 해보는 것이 가족 아니야?”라는 준석의 대사처럼, 두 사람은 또 다른 형태의가족을 만든다. 그리고 힘을 모아 부산을 접수하고자 한다.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고, 호적상으로도 아무 관계가 아니지만 성훈에게 있어 준석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성훈은 처음으로 ‘자기 편’을 들어준 준석에게 남다른 정을 느끼는 건 당연해 보인다. 때문에 친아버지인 동수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았을 때, 혼란스러워 하는 성훈의 모습이 더욱 가슴을 파고든다. 낳은 정과 기른 정, 그 감정의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

영화는 준석, 성훈 그리고 철주 등 크게 3개의 이야기 갈래를 지녔다. 하지만 철주의 이야기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또 ‘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사투리를 100% 이해하기는 힘들다. 잔인한 살해 장면이 제법 등장하는 부분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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