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다. 제과점에 찹쌀떡이 넘쳐난다. 백화점에선 초콜릿이 불티나게 팔린다. 거리 곳곳에 합격을 기원하는 플랜카드들이 넘실거린다. ‘아, 수능이 돌아왔구나!’

매년 이맘때가 되면 수능 한철을 노리는 유통업계의 전쟁이 치열해진다.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다. 수험생 할인 등 각종 이벤트를 내세워 중고교생 유인 작전에 돌입한다. 특히 지난해 송중기 주연의 ‘늑대소년’이 예비소집일과 수능일 이틀 동안 무려 63만 여명을 동원한 바 있어, 수능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포스트 ‘늑대소년’ 자리는 과연 누구의 차지일까.

#10대 관객 노림수=‘동창생’ VS ‘노브레싱’
탑탑
탑탑
2013 수능 대목의 가장 큰 수혜자로 점쳐지는 건 ‘동창생’이다. 빅뱅 멤버 탑(최승현)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무기다. 탑을 보기 위해 지갑을 열겠다는 여중?여고생들이 줄을 섰다. 6일 오후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35.7%, 네이버 영화 22.96%, 메가박스 35.9%, 예스24 22.96%, CGV 39.6% 등 각종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에 오르며 이러한 관심을 입증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탑의 눈빛 연기가 일품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탑의 애절한 눈빛에, 공부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녹아내릴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동창생’. 대한민국 입시지옥을 함께 통과한 동창들을 생각하며 감상하면 딱인 영화다. 수능 당일 탑이 직접 무대 인사를 나서 홍보에 힘을 싣는다.
노브레싱
노브레싱
‘동창생’의 대항마는 수영 국가대표를 꿈꾸는 두 남자의 신기록을 향한 끈끈한 우정을 그린 ‘노브레싱’이다. 이종석, 서인국, 소녀시대 권유리 등 ‘핫’한 청춘스타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4위 데뷔에 그친 영화는 수능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린다. 의지가 뜨겁다. 영화 속 꽃미남 수영부원으로 나온 모델 겸 배우 신민철, 김재영이 6, 7일 양일간 서울의 여고 앞에서 수험생들을 응원한단다. 기획단계에서부터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영화인만큼 수능 당일에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동창생’의 티오피가 탑의 뇌쇄적인 눈빛이라면, ‘노브레싱’의 필살기는 보나마나 두 청춘 배우의 헐벗은(?) 아름다운 육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은혜로운 노출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녀들의 비명소리가 전국 극장가에 울려 퍼지지 않을까 싶다.

#변수는 ‘토르: 다크 월드’
토르2
토르2
변수는 ‘토르: 다크 월드’다. 여학생들이 탑과 이종석 서인국에 열광할 때, 남학생들은 ‘토르’의 이두박근을 보며 먼 훗날 ‘몸짱’으로 거듭날 자신을 상상하면 좋을듯하다.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마블의 영화라는 점에서 커플들로부터 간택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를 잇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다만, 수입배급사 소니픽쳐스와 극장체인 CGV 간 갈등으로 인해 서울 CGV에서의 상영이 불발된 게 아쉽다. CGV가 ‘수험생 무한특전 이벤트’(매표소와 매점에 수험표를 제시하면 영화 5,000원 관람 기회와 콤보 2,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로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도 ‘토르: 다크월드’로서는 악재다. 하지만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에서도 수험생들을 위한 ‘메가박스 수험생 월드 이벤트’와 ‘롯데시네마 MOVIE PACK’ 이벤트를 진행하니, 할인된 가격으로 ‘토르: 다크 월드’를 만나고 싶은 학생들은 참고하면 되겠다.

#수능이 끝났다! 탈선을 꿈꾼다
19금
19금
수능 날, 이런 수험생 꼭 있다. “이젠 자유다!”를 외치며 탈선의 길로 빠지거나, 어른 흉내를 내려하는 수험생이. 이런 학생들을 위해 경찰이 특별 감시해야 할지도 모를 영화는 신성일, 배슬기 주연의 ‘야관문: 욕망의 꽃’이다. 70세 노인과 28세 젊은 여인의 파격 멜로라는 점에서 금기를 뛰어넘고 싶은 수험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야관문’이 아닌 수능이라는 ‘지옥문’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을 유혹할 만한 또 한편의 19금 영화는 ‘소녀’다. 하지만 진한 멜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소한 말실수로 친구를 죽게 한 도시 소년(김시후)과 잔혹한 소문에 휩싸인 산골 소녀(김윤혜)의 아픈 사랑을 담은 잔혹한 성장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초청작으로 작품성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감독은 십대들이 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아 안타까운 영화다. 이 영화, 수능을 맞아 휴무에 들어간 전국의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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