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가 3주 연속 북미극장가를 호령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가 3주 연속 1위를 달리는 것은 ‘그래비티’가 처음이다.(주말 3일 성적 기준)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수익 낙폭이 30.5%로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21일 북미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그래비티’는 18일부터 20일까지 3,002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누적수익을 1억 6,956만 달러로 늘렸다. 이로써 ‘그래비티’는 산드라 블록의 ‘히트’를 제치고 2013년 개봉 영화 흥행 10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산드라 블록이 산드라 블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기록은 조지 클루니에게도 의미 깊다. 명성에 비해 흥행과는 그리 인연이 깊지 않았던 조지 클루니는 ‘오션스 13’ 이후 6년 만에 1억 달러 돌파 영화를 만나게 됐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매트 역은 원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제안이 들어갔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후회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산드라 블록의 경우 올해 ‘히트’에 이어 두 번째로 1억 달러 수익을 넘어서며 다시 맞은 전성기의 기쁨을 만끽했다.

2013 북미 흥행 탑10
2013 북미 흥행 탑10
2013 북미 흥행 탑10

톰 행크스의 ‘캡틴 필립스’는 ‘그래비티’라는 거대한 우주에 막혀 2주 연속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기간 ‘캡틴 필립스’가 벌어들인 수익은 1,641만 달러. 총 수입 5,244만 달러로 순제작비 5,500만 달러에 바짝 다가간 상태다. ‘그래비티’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좋아 장기 흥행이 기대된다.

3위는 신작 영화 ‘캐리’가 차지했다. 브라이언 드팔마가 1976년 내 놓은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모조가 예측한 2,400만 달러에는 모자란 1,610만 달러로 출발했다. ‘휴고’, ‘킥 애스’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클로이 모레츠가 씨씨 스페이식이 열연했던 주인공 캐리 화이트 역을 맡았고, 줄리안 무어가 그녀의 엄마로 분했다. 순제작비는 3,000만 달러다.

2013.10.18-20 북미박스오피스
2013.10.18-20 북미박스오피스
2013.10.18-20 북미박스오피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이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은 신작 ‘이스케이프 플랜’은 988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4위로 출발했다. 세계 최고의 감옥 설계사가 자신이 설계한 감옥에 갇혀다가 그 곳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스릴러로 왕년의 두 스타가 만난 작품치고는 그리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다. 성적보다 더 아쉬운 건 팬들의 반응. 로튼토마토로부터 썩은 토마토 44%를(22일 기준) 부여받으며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제작비가 7,00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북미시장에서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신작 영화 ‘제5계급’도 우울한 주말을 보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샌지의 이야기를 그린 ‘제5계급’의 오프닝 성적은 다소 놀라운 수준. 이 영화는 모조가 예상한 400만 달러의 반도 못 채운 167만 달러에 그치며 8위를 기록했다. ‘제5계급’ 흥행 부진의 이유는 만듦새에 있다. 개봉 전 재미에 대한 큰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매력도 추락하는 영화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배우 제임스 갠돌피니가 출연한 ‘이너프 세드’가 11위에서 7위로 4계단 순위 상승해서 눈길을 끈다. 내실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개봉 관수는 늘었으나 수익은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오른 이유? 경쟁작들의 부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이번주 개봉작. ‘카운슬러’(왼쪽),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
이번주 개봉작. ‘카운슬러’(왼쪽),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
이번주 개봉작. ‘카운슬러’(왼쪽),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

돌아오는 주말에는 초호화 군단을 거느린 영화 ‘카운슬러’가 개봉한다. 브래드 피트부터 마이클 패스벤더,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까지. 상상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진다. 많은 감독들이 눈독 들이는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은 능력자는 리들리 스콧이다. 폭스 배급으로 3,0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한다. 미국판 ‘무한도전’으로 불리는 ‘잭애스’ 시리즈의 악동들이 뭉친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도 출격한다. 황당무계함으로 똘똘 뭉친 영화다.

글, 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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