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과 박찬욱감독(왼쪽부터)
김기덕 감독과 박찬욱감독(왼쪽부터)
김기덕 감독과 박찬욱감독(왼쪽부터)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BIFF)의 밤은 뜨겁다. 뜨거운 밤을 목격하고 싶다면 영화제의 첫 주말을 ‘강추’한다. 영화제 초반부 밤은 국내 주요 배급사들의 파티를 비롯, 여러 영화 관계자들이 모이는 이벤트들이 수를 놓는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과 팔레드시즈 사이 거리는 세 발자국만 걸어도 영화인들과 마주쳐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평소 걸음으로는 5분이면 걸어갈 거리도 20여분이 걸릴 정도로 북적였다.

개막식 다음날인 4일 밤에는 팔레드시즈 근처 한 술집에서 배급사 ‘NEW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에 앞서 해운대 아쿠아리움 맞은편의 한 호프집에서는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 첫 선을 보이는 장편영화 ‘롤러코스트의 밤 행사’도 열려, 하정우를 포함한 여러 배우들과 언론 관계자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기도 했다. 이외에도 굳이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곳곳에서 영화인들이 모여 간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부산바다의 낭만을 마음껏 즐겼다.

개막식의 뜨거운 열기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축제로 들어서는 이날의 밤에 아주 소소하고 사소한 영화인들의 순간을 포착했다.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하기 있기없기?! 영화인들의 지극히 사사로운 밤, 카메라 셔터소리 찰칵찰칵 내는 건 좀 그렇잖아요~)

# 거장 박찬욱과 김기덕의 어색한 만남

거장 박찬욱 감독과 김기덕 감독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물론 그 사이에는 몇몇 배우도 함께 자리했다. 두 거장 감독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기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두 감독님들, 아직 많이 친하지는 않으신 듯 살짝 어색한 기운이 감돌기는 했다. 그래도 한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방기한 순간. 이 날의 자리를 계기로 두 거장의 작품에서의 만남도 성사될지, 모를 일이다.

# 싱글벙글 최동훈 감독, 생글생글 이준익 감독

지난 해 ‘도둑들’로 천만 관객을 모았던 최동훈 감독은 연신 싱글벙글 즐거운 얼굴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지난 해 ‘도둑들’에서 김수현이 연기한 캐릭터 잠파노가 출연하는 속편을 만들 계획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무수히 받은 바 있다. 영화 속에서 미처 이뤄지지 못한 예니콜 전지현과의 로맨스 때문이다. 그런데 ‘도둑들’의 김수현과 전지현이 다시 만나는 것은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이 먼저다. 이들 둘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가제)’에 캐스팅 됐기 때문. 그래서 한 번 물어보았다. “감독님, 전지현 씨와 김수현 씨가 드라마에 같이 출연한다는데, 좀 아쉽지 않으세요? 감독님이 만든 커플이잖아요. 빼앗긴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하고.” ‘대인배(?)’ 최동훈 감독의 쿨한 답은 이러했다. “아뇨, 무슨. 너무 기대되는 걸요. 완벽한 커플이에요. 저 역시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그렇게 기분 좋은 최동훈 감독이 지나간 자리 어디선가 등장한 이준익 감독의 표정은 생글생글 웃음이 감돈다. 최근 영화 ‘소원’을 세상에 선보인 그. 언론시사회 이후 비극적인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담담하게 다룬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무던히 밝던 이날은 ‘소원’이 박스오피스 1위를 한 날이기도 하다. 경쟁작 ‘깡철이’를 역전한 것이다. 기자들에게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네고는 “나 밥 좀 먹고 올게요”라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던 그. ‘소원’의 선전 기대합니다!

부산에서도 대세인 클라라
부산에서도 대세인 클라라
부산에서도 대세인 클라라

# 클라라는 역시 ‘대세’, 영화 관계자 ‘들썩’

클라라가 등장하자 시선이 일순간 집중됐다. 대세는 대세인가봉가. 4일 밤, 클라라는 해운대의 한 호프집에서 영화 관계자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가 등장한 순간 곳곳에서 ‘클라라’, ‘클라라’라며 숙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호프집 점원들까지도 그 테이블에 초집중 상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자리를 계기로 클라라 내년엔 스크린 점령도 하나요?

# 포차촌 상인들 장삿속에 찌푸려지는 눈살, 그래도 여전히 ‘핫 플레이스’

올해 영화인들의 포차사랑은 살짜쿵 식은 듯 보인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들도 그리 좋지 않다. 계속해서 술과 안주를 시켜도 누군가 합석할라치면 “왜 예정에 없던 사람이 더 오느냐”며 야단을 치고 나가라고 종용하는 상인들의 등쌀에 손님들 속이 좋을 리 없다. 아무리 1년 내내 생각나는 ‘어마어마한 맛’의 해물라면이 있다해도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곳은 해운대의 핫 플레이스이긴 했다. 4일 밤 역시도 곳곳에서 “끼악끼악” 소리가 들렸다. 이날은 영화 ‘동창생’의 최승현(빅뱅 T.O.P)와 모델 이수혁이 한 포차에서 영화 관계자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살짝 술 취한 모습에도 이들, 훈훈하긴 훈훈하더이다.

부산=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부산=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NEW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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