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대학교
몬스터 대학교
추석 연휴가 길다. 극장가는 ‘황금 연휴’를 맞이했다. 이 같은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그냥 지나칠리 없다. 할리우드의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의 ‘몬스터 대학교’와 ‘슈퍼배드’의 대성공으로 애니메이션 변방에서 단숨에 중심으로 떠오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퍼배드2′가 12일 나란히 개봉됐다. 개봉 첫 주 성적만 놓고 보면, ‘몬스터 대학교’의 우세.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두 영화의 목적은 하나다. ‘추석을 접수하라!’.

‘몬스터 대학교’(기명균) 전작의 캐릭터를 더욱 디테일하게 살려낸, 프리퀄의 모범답안 ∥ 관람지수 7
‘슈퍼배드2′(이은아) 재미와 유쾌함 가득 담아서 돌아온 미니언들 반가워요. ∥ 관람지수 6

‘몬스터 대학교’(왼쪽), ‘슈퍼배드2′ 스틸 이미지.
‘몬스터 대학교’(왼쪽), ‘슈퍼배드2′ 스틸 이미지.
‘몬스터 대학교’(왼쪽), ‘슈퍼배드2′ 스틸 이미지.

캐릭터 - 마이크와 설리 vs 미니언과 루시

‘몬스터 대학교’는 12년 만의 프리퀄이다. ‘몬스터 주식회사’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마이크와 설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반가운 일이다. 제작진은 마이크와 설리가 처음 만난 곳을 대학교로 설정하고, 악연으로 만났던 그들이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조금 더 작아지고, 조금 더 어려진 그들의 모습을 전작과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새로운 캐릭터도 추가됐다. 바로 ‘울지마 까꿍’ 멤버인 돈, 아트, 스퀴시, 테리&테리다. 마이크, 설리와 함께 팀을 이뤄 겁주기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재능을 발휘해 팀을 위기에서 구한다. 전작에서 맹활약했던 귀염둥이 부의 빈자리는 온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유일한 인간이었던 여자 아이 부가 사라지면서, 인간과 몬스터의 교감이 주는 감동 역시 사라졌다.

‘슈퍼배드’에서 귀여움 담당을 하고 있는 마고, 에디스, 아그네스와 미니언들은 2편에서 새로운 캐릭터 루시를 만난다. 그녀는 그루에게 가야한다며 갑자기 비행기에서 뛰어 내릴 정도로 예측 불가능하고 통통 튀는 여자다. 주변상황에 흥미가 없고 칙칙한 그루에게 루시는 딱 좋은 짝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과정은 따듯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렇다고 세 자매와 미니언이 묻히는 건 결코 아니다. 마고는 사춘기 소녀로 성장했고, 아빠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성숙한 아이들로 변한 에디스와 아그네스의 모습도 보기 좋다. 그리고 미니언은 여전하다.
몬스터 대학교
몬스터 대학교
메시지 – 선천적 한계를 극복하는 마이크 vs 악당을 물리치면서 찾은 가족의 의미

‘몬스터 대학교’가 전작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설리에 맞춰졌던 초점이 마이크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마이크는 사실 ‘겁주기 몬스터’로서 적합하지 못한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마이크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핸디캡을 극복하고 결국은 ‘몬스터 주식회사’에 입사한다. 당당히(사실 당당하진 못하지만) 겁주기 대회 우승을 차지한 마이크는 ‘인간 승리’, 아니 ‘몬스터 승리’의 주인공이다. 사실 댄 스캔론 감독은 당초 설리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을 할수록 노력으로 선천적 한계를 극복하는 마이크에게서 감동을 느꼈고, 결국 자연스럽게 마이크 중심의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우선시한 픽사의 선택은 옳았다.

위기는 항상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계기다 된다. ‘슈퍼배드2’ 역시 그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스파이로서, 아빠로서 갈팡질팡 하던 그루가 악당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의지로 승리를 거둔다. 가족을 위해 용기도 내보고 사랑하자는 교훈을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설정은 다소 앞뒤가 안 맞는다.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는 그루는 가족이나 다름 없는 미니언에게는 매우 무심하다. 그루는 미니언에게 계속 노동을 시키는 치사한 상사일 뿐이다. 또 몇 천 마리의 미니언들이 납치를 당해도 그루는 끝에 가서야 겨우 눈치를 챈다. 악당의 기질이 완전히 배제 되지 못 한 탓일까. 이러한 설정의 불일치는 위에서 말한 가족의 소중함의 메시지를 약하게 만든다.
몬스터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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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 디테일한 묘사 vs 다이내믹함의 부족

언제나 그랬듯 픽사는 이번에도 열심히 만든 티를 냈다. 몬스터 대학교 캠퍼스를 거니는 다양한 몬스터들의 비주얼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볼거리다. 총 300종의 몬스터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전체 스토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겁주기 대회’의 구성도 탄탄하다. 주인공들이 대회에 참가해 악당과 맞선다는 콘셉트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디테일한 묘사가 관객을 몰입시킨다. ‘울지마 까꿍’ 팀이 도서관 사서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설리와 마이크가 처음 만나는 순간이 밝혀진 이상, 더 이상의 속편이 제작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만약 ‘몬스터 고등학교’든 ‘몬스터 노인대학’이든,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12년을 한 번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슈퍼배드2’는 전편에 비해 다이내믹함이 부족했다. 신기한 최첨단 장비들, 액션, 볼거리가 많았던 1편이다. 그루는 달을 홈치기 위해 달을 줄이는 놀라운 기술까지 선보였다. 그에 비해 2편은 그런 재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루의 동지 니패리오 박사의 ‘악당이었던 시절이 그리워’라는 말에 공감이 갔을 정도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봐라. 배트맨보다 끌리지 않나. 그래서 심심한 그루의 일상적인 ‘착한 남자’ 생활 보다는 악당일 때가 더 재미있었다. 슈퍼 악당을 본격적으로 물리치는 장면에서는 너무 급하게, 너무나도 간단하게 마무리됐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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