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없는 아이언맨은 아이언맨이 아니다
잠시 시계추를 5년 전으로 돌려보자. ‘철갑 옷을 입은 사나이’ 아이언맨의 등장을 기대하는 국내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언맨은 동종업계 히어로들인 스파이더맨, 배트맨, 엑스맨에 비해 국내인지도가 떨어졌고, 시리즈의 얼굴마담으로 발탁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명성 역시 국내에선 높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당시 홍보차 한국을 찾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감독 존 파블로에게 던져진 기자회견에서의 첫 질문이 “아이언맨이 대체 누구냐”였음을 상기하면,그때의 아이언맨 처지를 더욱 절절하게 감지할 수 있다. 그로부터 5년. 아이언맨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1편이 전 세계에서 5억 7000만 달러, 2편이 6억 3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 홈런을 쳤고, 셀러브리티로의 삶을 마음껏 향유하는 괴짜 영웅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명실상부 마블엔터테언먼트의 인기 캐릭터로 성장했다.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스팅에 ‘NO!’를 외쳤던 이들이 이젠, 그가 없는 아이언맨은 아이언맨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으니, 오는 4월 25일 찾아오는 아이언맨의 세 번째 이야기에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한 관심을 확인 할 수 있는 자리가 4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마련됐다. <아이언맨3>의 개봉을 맞아 진행되는 월드투어의 첫 무대로 한국을 선택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등장과 함께 싸이의 ‘말춤’을 흐느적거리며, 슈퍼스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없는 아이언맨은 아이언맨이 아니다
Q. 다른 슈퍼히어로와 달리, 아이언맨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아이언맨의 매력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건 바로 기술이 낳은 테크놀로지컬 슈퍼히어로라는 점이다. 태생적 영웅이 아니고 과학의 힘으로 탄생한 영웅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Q. <아이언맨3>을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게 있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세 번째 <아이언맨>을 만들며 가장 고민한 것은 <어벤져스>였다. <어벤져스>가 이미 개봉했기 때문에 그 영화와의 연결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어벤져스>에서 웜홀이 열리고 외계인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본 토니 스타크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었을 것이라고 보고, 그 불안감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또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보다, 인간 토니 스타크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아이언맨1>처럼 토니 스타크가 새로운 ‘아이언맨 수트’를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Q.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는 영웅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토니 스타크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히어로다. 또한 대중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는 점에서 스포츠 스타나 인기 연예인, 정치인들이 겪는 것과 비슷한 고뇌를 안고 있다. 대중 속에 있었던 인물이 팬들로부터 고립되면 어떻게 될까. 토니 스타크는 자신에게 환호하는 팬들과 유리된 시골 외딴 곳에 머물게 되는데, 이런 여정(Road Trip) 속에서 토니는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은 자각을 하게 된다. 스스로도 군중 속의 한 인물이라는 점을 깨달으면서 정체감을 찾게 되는 것이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동기 중 하나는 연인 페퍼(귀네스 팰트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토니가 사랑하는 연인 페퍼에게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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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약 아이언맨이 코믹북 속의 다른 히어로와 대결하게 된다면, 누구를 택하겠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어벤져스>에서 친밀한 관계로 나왔던 헐크와 충돌하게 재미있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우정을 쌓은 친구이기 때문에 대결구도가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Q. 전작에 나왔던 기네스 팰트로와 돈 치들 외에 레베카 홀, 가이 피어스 등 새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일단, 기네스 팰트로는 너무 편하다. 여형제 같은 존재랄까. 내 아내와도 굉장히 친하게 지낸다.(웃음) 1, 2편의 메가폰을 잡았던 존 파브로는 연출에서 손을 떼고 운전기사 호건 역으로 등장한다. 분명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아이언맨2>에서부터 함께 한 돈 치들은 이번에 비중이 더욱 강화됐다. 액션도 많아져서 그의 팬들이 굉장히 좋아하리라 생각된다. 주인공의 숙적은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가이 피어스가 킬리언 박사를 맡아 매력적인 악역을 보여준다. 영국배우 레베카 홀과 벤 킹슬리도 출연한다. 두 캐릭터 모두 반전을 가진 인물로, 영국에서 공수해 온 비밀병기라 할 수 있다.



Q. 아이언맨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이언맨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내게도 토니 스타크 같은, 뻔뻔하고 냉소적이고 자신만만한 모습이 일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아이언맨 앞에서 오히려 더 겸손해진다. 5년 전만 해도 <아이언맨> 시리즈가 이렇게 성공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성공했지’ 자문하며 놀랄 정도다.(웃음) <아이언맨>의 성공에는 한국의 덕도 컸다. 티켓을 사준 한 분 한 분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한국을 <아이언맨3> 월드 투어의 첫 번째 행선지로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 가장 먼저 가고 싶다고 내가 먼저 요청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없는 아이언맨은 아이언맨이 아니다
Q. <아이언맨> 시리즈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회사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결국 영화산업을 견인해 나가는 것은 관객이다. 관객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영화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1편 홍보차 존 파브로 감독과 한국에 왔을 때 우리와 잘 맞는 시장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떤 영화들은 문화권에 따라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연예, 오락적인 문화들이 우리 영화와 상당히 비슷한 코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예상이 적중했고 말이다.

Q. <아이언맨>이 몇 편까지 나왔으면 좋겠는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오늘 아침 한국 TV방송들을 봤는데 문화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느꼈다. 완벽한 영어 악센트로 얘기하는 한국인들이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더욱 그렇게 느꼈다. 영화를 만드는 우리가 가진 취향과 한국 일반 관객이 가지고 있는 취향이 맞아떨어지면 계속 이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창조적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되도록 많은 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Q. 혹시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아이언맨 슈트가 있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크게 웃고는)아이언맨 슈트는 너무 고가라 아무나 소유할 수 없다. 주인공인 나에게도 ‘그림의 떡’이다. 그러고 보니 한 피스 정도는 기념품으로 줬으면 좋겠는데. 여러분이 디즈니/마블사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아이언맨 수트를 한 벌 줘라”고 청원 좀 해 달라!(좌중 폭소)

글.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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