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백악관 파괴? "현존하는 슈퍼파워 미국, 그 중심 백악관"
을 들고 한국을 찾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을 들고 한국을 찾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신작 <화이트 하우스 다운>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톰 크루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윌 스미스 등 초특급 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요즘, 주연 배우인 채닝 테이텀이나 제이미 폭스가 아닌 감독의 방문에 다소 김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도 많을 터. 하지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 국내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연출해온 감독이다. 지난 2009년에도 <2012> 홍보차 한국을 찾기도 했다. 4년 만에 다시 내한한 그는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내한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저번에는 너무 짧게 와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2~3일 정도 머무를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6월 국내 개봉될 신작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에 의해 백악관이 공격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제이미 폭스가 대통령 제임스 소여 역을 맡았다. 또 채닝 테이텀이 대통령을 영웅이라 생각하는 딸을 위해 대통령 경호실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실망한 딸을 위해 함께 백악관 투어에 나서는 존 케일 역을 맡았다. 존 케일은 백악관 투어 중 무차별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함께 테러의 정체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에 이어 다시 한 번 미국 백악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번엔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다. 조금 손상 입는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다. 2일 공식 기자 회견과 텐아시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이트 하우스 다운> 그리고 그의 영화 철학을 들어봤다.

Q.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어떤 작품인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소니 픽쳐스에서 대본을 주더라. 백악관을 무너뜨리는 일을 또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또 하게 됐다. 지금까지 읽은 대본 중 최고였고, 대본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Q. 전작들과 비교해 이번 작품이 지닌 차별성에 대해 말해 달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가장 큰 차이는 액션 영화란 점이다. 영화 <유니버셜 솔저>(1992) 이후 액션 위주의 영화를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유니버셜 솔저>와는 차원이 다른 액션이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을 다루고 있고, 재밌는 점은 고양이와 쥐 사이에 쫓고 쫓기는 그런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번 영화는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다루고 있다.

Q. 6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Olympus Has Fallen) 역시 백악관이 공격당한다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북한의 테러범이 백악관을 점령한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우리 영화를 시작했을 때 알지 못했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을 땐 우리도 이미 캐스팅이 완료되고, 촬영을 시작한 단계였다. 저희 영화는 미국 내부의 위협을 다루고 있다면, 그 영화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다루고 있다.

Q. 미국을 상징하는 게 많은데 굳이 백악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악관을 무너뜨리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백악관은 민주주의를 대변해온 상징 같은 건물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백악관보다 더 유명한 건물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엔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다. 조금 손상 입는 정도다. 하하.

Q. 백악관 폭발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백악관은 사람들의 공간이다. 4년에 한 번씩 백악관에서 집무를 하는 대통령을 뽑기 때문이다. 그런 백악관이 장악 당했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다. 또 전 세계를 놓고 봐도 미국은 현존하고 있는 슈퍼파워고, 그 중심이 백악관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화이트 하우스 다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작품엔 백악관이 자주 등장한다. 대통령의 출연도 당연한 일. 대통령이 거친 액션을 소화할 뿐만 아니라 흑인이란 설정이다. 배우도 위에서 말했듯 제이미 폭스다. 흡사 현재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Q.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 미국 대통령이 매번 등장하는 것 같다. 독일 출신인데 유독 미국을 사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돈을 많이 준다. 하하. 제 영화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 자주 등장하는 건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또 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감독들보다 미국 상황을 좀 더 잘 파악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미국 감독보다 좀 더 미국적인 영화를 만드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래 살다 보니 미국의 부정적인 면이 보이게 되면서 비판적이 됐다.

Q. 대통령이 주인공이지 않나. 그리고 액션도 제법 한다. 대통령을 그렇게 그린다는 게 어렵지 않았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이 부분에 대해 제이미 폭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를 보면 흥미로운 게 처음에는 대통령이 전직 군인이었던 채닝 테이텀에게 많이 의존한다. 그런데 점점 대통령이 액션을 많이 하게 되고,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채닝 테이텀을 나중엔 구해주기도 한다.

Q. 현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흑인이다. 그런데 제이미 폭스 역시 흑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건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이 부분 역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제이미 폭스가 저에게 말하길 ‘오바마를 연상시키는 건 반대하진 않겠지만 오바마처럼 연기하고 싶진 않다’고 하더라. 그리고 제이미 폭스는 오바마 대통령하고 친한 친구 사이다. 그러면서 흉내 내는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그 뜻을 밝혔다. 또 무엇보다 영화 촬영을 시작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기 전이었다. 흑인으로 대통령을 설정한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있긴 했다. 만약 오바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면 실망했을 거다. 개인적으로도 오바바를 지지하기도 한다.

Q. 채닝 테이텀과 제이미 폭스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캐스팅을 위해 처음 만난 배우가 채닝 테이텀이었다. 그를 만난 이후 더 이상 그 역할을 할 배우를 만나지 않아도 됐다. 그만큼 이 역할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영화의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저와 동일했다. 그리고 그날 대통령 역에 제이미 폭스를 언급했더니 채닝 테이터도 굉장히 좋아했다. 우리 둘 다 제이미 폭스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Q. 액션. 촬영하면서 위험한 상황은 없었나. 재밌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채닝 테이텀이 직접 스턴트를 하겠다고 하더라. 99%를 직접 소화했다. 매번 주연 배우가 다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해야만 했는데 스턴트를 직접 했기 때문에 진짜 같고, 더 재밌게 찍혔다. 특히 대통령과 채닝 테이텀이 백악관 정원에서 펼치는 차량 추격전이 있는데 독특하고 독창적인 액션 장면이라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랑스럽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유독 재난 영화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거대한 스케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고, 재난에 빠진 가족을 내세워 감정을 전했다. 그런 그가 당분간 재난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속내가 궁금했다.

Q. 한국 재난 영화 중 인상 깊게 봤던 게 있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사실 어제 비디오로 <해운대>를 봤다. 굉장히 큰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상당히 재밌더라.

Q. 혹시 다음에 재난 영화를 만들 때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면 어떤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당분간 재난 영화는 안 하려고 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속편과 다른 영화에 집중하고 싶다.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재난 영화를 한다면 한국을 소재로 하는 것에 대해 고려를 해보도록 하겠다.

Q. 재난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2012> 이후 그보다 더 규모가 큰 재난 영화를 만들기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영화 대부분 재난 요소가 들어가 있다. <인디펜던스 데이> 후속편도 마찬가지다. 내가 볼 땐 외계인도 재난이기 때문이다. 순수 재난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의미다.

Q. <인디펜던스 데이>가 개봉된지 한참 흘렀다. 후속편 제작소식이 무척 반가운데 이렇게 뒤늦게 후속편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사실 예전부터 늘 제안은 받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었다. 5~6년 전엔 각본이 나왔는데 마음에 들지 않더라.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영화사 측이 마음에 들어해 제작하게 됐다. 현재 미술 스태프를 고용해 디자인을 시작했고, 아직 매만지고는 있지만 각본도 나왔다. 간단히 내용을 언급하자면 1편으로부터 18년 후를 다루고 있다. 언제 지구를 침략할지 모를 외계인을 대비, 대응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Q. 재난 영화 장르에만 국한돼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특정 장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할 것이다. 꾸준히 다른 장르에 도전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