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토크]〈무서운 이야기2〉, DVD에도 없는 가상 코멘터리
포스터." /><무서운 이야기2> 포스터.

어느새 여름이다. 에어컨, 팥빙수 다 좋지만 더울 땐 몸서리쳐지는 공포물이 필요하다. KBS <전설의 고향>도 없어진 이 마당에, 한국 공포영화까지 가뭄이니 설상가상이다. 좀비는 징그럽고, 할리우드 슬래셔 무비는 지루하다면… 마침 영화 <무서운 이야기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초장부터 더위를 꽉 잡을 수 있을까.

이번 영화에 캐스팅 된 배우들은 저마다 전작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무서운 신인’들이다. KBS2 <화이트 크리스마스>(이하 화크)에 출연했던 성준과 이수혁은 <절벽>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MBC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과 tvN (이하 SNL)의 배우들은 파트너를 바꿔 만났다. <하이킥>의 백진희는 <사고>에서 의 히로인 김슬기와 연기했다. 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얼굴을 알린 고경표는 <하이킥>의 김지원과 <탈출>의 주연을 맡았다. 개성이 뚜렷했던 전작의 캐릭터와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무서운 이야기2>의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의 가상대화를 통해 <무서운 이야기2>를 파헤쳐 보자.

[가상토크]〈무서운 이야기2〉, DVD에도 없는 가상 코멘터리
의 에피소드 <절벽>의 성준, 이수혁(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의 에피소드 <절벽>의 성준, 이수혁(왼쪽부터)

@절벽(감독 김성호/성준, 이수혁) – 산 속에 고립된 친구 동욱(성준)과 성균(이수혁). 상황이 악화될수록 더해가는 인간의 이기심을 그린다. 웹툰 <절벽귀> 원작.

성준: 수혁아, 이번에 우리 영화 나온 거 봤어? 그렇잖아도 여름처럼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개봉 타이밍은 괜찮네. <화크> 한창 찍을 땐 눈 쌓인 겨울이었는데…
이수혁: <화크> 속 윤수는 구석괴물 때문에 괴로워하는 애였는데 이번엔 반대야. 뭐, 내가 처음부터 괴물처럼 나오는 건 아니지만…. 보다 보면 좀 헷갈리는 분들도 있겠다, 내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런데 이번 영화는 꼭 귀신이 나와서 무서운 영화는 아닌 것 같아.
성준: 일단 절벽에 둘이서 고립된다는 상황 자체가 무섭잖아. 둘이서 힘을 합쳐도 무서울 텐데 내가 맡은 동욱이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니까 보는 사람은 더 불안할 것 같아. 그 절벽에서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그 때부터 인간으로서의 도리 같은 건 다 무시돼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화크>에서도 좀 이기적인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도 그런 역할이네.
이수혁: ‘가브리엘 대천사’였던 나는 ‘귀신’으로 돌아왔지, 크크. 동욱에 비해 성균은 그래도 좀 친구 생각을 많이 하는 걸로 그려져. 위험을 무릅쓰고 초코바 가지러 가는 것도 성균이고, 동욱이한테 무턱대고 짜증내지도 않고.
성준: 이번엔 산 속 절벽이니까 배경은 다르지만 이번 영화가 <화크>랑 비슷한 부분도 있네. 거기서도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치느냐 개인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계속 달라지잖아. ‘성준과 이수혁의 평행이론’ 나오는 거 아냐?
이수혁: 그러게. 어쨌든 영화를 재밌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이야기가 <무서운 이야기2>의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할 텐데….

10. 역시 제일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것도 굶주린 사람. 절벽이라는 한정된 공간 외에도 초코바, 만원짜리 지폐 등 소품 사용이 탁월하다. 성균 아버지 이야기나 주식 투자금 등은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음향?CG 등 다양한 효과로 원작의 공포를 업그레이드했다.

[가상토크]〈무서운 이야기2〉, DVD에도 없는 가상 코멘터리
의 에피소드 <사고>의 백진희, 정인선, 김슬기 (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의 에피소드 <사고>의 백진희, 정인선, 김슬기 (왼쪽부터)

@사고(감독 김휘/백진희, 김슬기, 정인선) – 여행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강지은(백진희), 윤미라(김슬기), 길선주(정인선).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공간이 주는 공포. ‘귀천신당’은 고전적으로 표현된 사후 세계.

백진희: 지원아, 잘 지냈어? 너 이번 영화에서 사탄 역할이라며? 인도 초딩 김지원이 사탄이라니 크크.
김지원: 에이 언니, 진짜 사탄이 아니라 이름이 ‘사탄희’인 거야. 자기가 흑마술사인줄 아는 좀 이상한 애긴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내 얘기보다 언니 얘기부터 해 보자. 언니 요즘 완전 바쁘다? 드라마에, 예능에, 며칠 전엔 다른 영화도 개봉했던데?
백진희: 쉿, 쉿. 오늘은 일단 우리 영화 얘기부터 하자. 나 공포영화는 처음인데, 쉽지 않더라. 나 그런데 또 ‘청년실업자’ 역할 맡았어. 이번엔 임용고시 준비생. 임용고시 떨어진 친구들끼리 기분전환삼아 여행 가서 겪는 이야기거든.
김지원: 정말? <하이킥> 때도 취업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더니. ‘88만원 세대 대표 연기자’ 되시겠네. 여행지에서 무슨 일을 겪는데?
백진희: 너무 들떠서 그런지 교통사고가 나거든. 다행히 정신은 차렸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야.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라는 표지판만 있고. 무릎 다친 친구 부축해 가면서 숙소로 걸어가는데 친구 다리는 점점 더 심해지고….
김지원: 아, 암울해. 나도 <하이킥>에서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잖아. 눈밭에 혼자 남아서 아빠를 기다리는… 다리까지 다쳤으니 더 힘들었겠다. 그래서, 그러다 죽는 거야?
백진희: 아니, 그건 아니고. 좀 걷다 보니까 불빛이 보여서 기를 쓰고 그까지 가.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를 맞아주는데, ‘귀천신당’이라는 사당 안 분위기가 좀 이상해.
김지원: 으,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심장 떨려서 그런 곳에 어떻게 들어가? 보기만 해도 겁나겠다. 뭐야, 그 할아버지가 귀신인 거구나?
백진희: 사람은 아닌데, 귀신이라기엔 좀 그런…. 어차피 넌 영화로 볼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다음 편에 이어질 니 이야기 보려면 우리 ‘사고’ 편도 봐야 할 거 아냐.

10. 딱히 새롭지는 않지만 상황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백진희의 눈빛 연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진다. 엄마의 목소리, 어릴 적의 기억 등 다른 장치들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탓이다. ‘귀천신당’지기로 나오는 ‘고과장님’ 보고 ‘피식’하기 없기!

[가상토크]〈무서운 이야기2〉, DVD에도 없는 가상 코멘터리
의 에피소드 <탈출>의 고경표" /><무서운 이야기2>의 에피소드 <탈출>의 고경표

@탈출(감독 정범식/고경표, 김지원) –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된 고병신(고경표)과 그를 꺼내려는 사탄희(김지원). 엘리베이터라는 익숙한 공간과 지옥은 한 끝 차이다. 공포 속 웃음까지 노리는 욕심 많은 호러물.

김슬기: 경표 오빠! 이게 얼마만이야? 촬영할 때 오빠가 없으니까 허전해…
고경표: 야, 허전하긴. 잘만 하더니. 나는 요즘 TV로 볼 때도 항상 감사한 마음이야. 이 없었다면 우리 둘 다 이렇게 영화에 캐스팅될 수 있었겠어?
김슬기: 그야 그렇지. 진짜 우리한테는 출연이 ‘신의 한 수’였지. 이번 영화에 우릴 캐스팅한 것도 ‘신의 한 수’가 된다면 좋을 텐데…
고경표: 너는 눈이 커서 웬지 공포영화도 잘 어울려. 교통사고도 당하고, 이상한 아저씨한테 잡혀 가는 역할이라며? 거기선 욕 안하냐?
김슬기: 내가 무슨 욕쟁인 줄 아나, 이 오빠가. 놀리지 말고 오빠네 영화 얘기나 좀 해봐. 감독님 말씀 들어보니까, 오빠가 주연으로 캐스팅돼서 ‘개병맛’이 완성됐다고 하시더라? 흐흐.
고경표: 내 이미지가 그 정도인가? 좀 그런 면도 없지 않지. 보통 공포영화랑은 좀 다른 면이 많은 이야기야. 나는 찌질한 교생 고병신 역할을 맡았는데, 학생들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 그래서 이 세상을 훌쩍 떠나버리고 싶어 하던 순간, 사탄희라는 학생이 나타나 다른 세상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줘.
김슬기: 푸하하, 오빠 이름이 ‘병신’이야? 아, 도 아닌데 또 욕 나오려고 하네 XX. 그래서, 그 방법이란 게 뭔데?
고경표: 지금 알려줄 순 없지. 힌트만 줄게, 엘. 리. 베. 이. 터.
김슬기: 에이, 치사하게. 그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거야?
고경표: 응. 근데 다른 세상이라고 해서 마냥 무섭게 그려지는 게 아니라, 무서우면서도 뭔가 좀 웃겨. 그래서 감독님도 ‘개병맛 호러’라고 하셨나봐.
김슬기: 그래서 오빠를 캐스팅하셨다잖아 크크. 어쨌든 좀 신선할 것 같긴 한다. 그런데 앞부분의 두 이야기는 진짜 무서울 텐데, 흐름상 좀 안 맞는 거 아닐까?
고경표: 나도 그게 좀 걱정이긴 해. 영화의 마무리치고는 좀 가벼워 보일 수도 있고.

10. 분명 ‘개병맛’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력과 위트는 눈에 띈다. 하지만 ‘너무 나갔다.’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감독의 도전 정신은 높이 살 만하지만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됐다. 이 한 편이 전부가 아니라 앞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은 듯싶다. 너무 튀는 한 수다.

[가상토크]〈무서운 이야기2〉, DVD에도 없는 가상 코멘터리
의 에피소드 <444> 의 이세영" /><무서운 이야기2>의 에피소드 <444> 의 이세영

<무서운 이야기2>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나름의 개성과 재미로 무장했다. 또 세 덩어리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이야기 <444>(감독 민규동/박성웅, 이세영)도 전편에 비해 좀 더 영화적으로 발전했다. <444>는 보험회사 박 부장(박성웅)이 신입사원 세영(이세영)의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미심쩍은 ‘보험금 지급 케이스’들을 파헤치는 이야기. 보험회사, 사이코메트리 등의 아이디어도 좋고, 지하창고라는 공간은 음침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전체를 이어주면서도 영화 한 편으로서의 완결성을 갖기 위해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하지만 <444>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각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어주는 것. 그 점에 비춰 <444>는 다소 과한 욕심을 냈다. ‘명분도, 재미도 없는’ 마지막 징벌은 영화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만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수필름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