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계약
이별계약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랑을 키워온 리싱(펑위옌)과 차오차오(바이바이허). 리싱이 프로포즈를 하던 날, 차우차우는 리싱의 불안한 미래를 이유로 들며 이별을 선언한다. 결국 두 사람은 5년 뒤에도 연인이 없을 경우 결혼하자는 이별계약을 맺은 채 그렇게 헤어진다. 그리고 5년 후. 유능한 셰프로 성장한 리싱의 결혼 소식을 전해들은 차오차오는 리싱이 있는 고향 베이징으로 돌아온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여기에서 최루성 멜로가 사랑하는 ‘불치병’이라는 소재가 불쑥 끼어든다. 위암 말기 선언을 받은 차오차오는 리싱 앞에서 사라지고, 리싱은 차오차오를 찾아 나선다.

10. 울어야 할 부분에서 웃는다면, 당신은 분명 한국 관객! 관람지수 5 / 신파지수 9 / 배우매력 8

이별계약2
이별계약2


<선물>의 오기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별계약>을 보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게 있다. 첫째, 이 영화는 한중합작영화지만 철저하게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는 것. 둘째, 우리에겐 유통기한 지난 ‘올드’한 한국형 신파멜로(<국화꽃 향기> <선물> <편지> 등으로 대표되는)가, 중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보면, 이토록 구구절절한 신파멜로가 역대 중국 멜로영화 8위에 오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과 같은 이치랄까.

소재는 이별 ‘계약’이지만, 이 영화가 기대고 있는 것은 (한국형 신파멜로 특유의)이별 ‘공식’같다. 초반에 웃기다가 후반에 울리겠다는 흔하디흔한 공식 말이다. <이별계약>은 전반과 후반의 느낌이 판이하게 다른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를 입고 유쾌하게 달리던 영화는 중반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신파멜로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다. 전?후반의 극심한 온도차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다. 진부할지언정, 그것이 결함은 아니다. 다만, 장르가 변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지 못한 연출은 여러모로 아쉽다. 이 영화가 장르를 바꿔 타는 방법은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당혹스럽다 못해 간간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여주인공의 ‘피 토하는 장면’ 하나로 전후반부의 느낌을, 3.8선이 남북한 허리 가르듯 두 동강내는 식이다. 개연성 부재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공산이 크다.(오기환 감독이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면, 결과는 달랐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국내 관객들에게도 호소력을 갖는다면, 그건 배우들의 호연덕분이다. 펑위옌과 바이바이허의 매력은 사실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타지에만 머물 뻔 한 사랑이, 두 배우를 통과하면서 현실감을 부여받는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숨죽여 바라보며 눈물을 그렁그렁 맺는 펑위옌은 여성들의 내밀한 감수성을 건드릴 줄 안다. 멜로영화는 배우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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