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하는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백악관에 테러리스트가 들이닥치면서 딸과 대통령을 모두 구해야 하는 한 남자의 액션을 다룬다. 그런데 어딘가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든다. 한 명의 액션배우가 펼치는 ‘원맨쇼’ 영화가 많긴 하지만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유독 미국드라마 <24>와 닮은꼴을 보인다. <24>는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라는 국방부 테러방지단(CTU) 소속 요원이 펼치는 액션 드라마. 하루 동안에 발생한 일을 한 시간짜리 24개 에피소드로 나눠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을 가진 <24>는 시즌8까지 방영되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4>처럼 쉴 틈 없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또 어떤 점에서 <24>와 닮았을까?

〈화이트 하우스 다운〉 안에 미국드라마 〈24〉 있다?
포스터 (왼쪽부터)" />미국드라마 와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 포스터 (왼쪽부터)

1) 잭 바우어의 뒤를 잇는 새로운 액션 영웅 탄생?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영웅은 ‘존 케일’(채닝 테이텀), <24>의 영웅은 ‘잭 바우어’다. 둘 다 군인 출신으로 존 케일은 아프간에 파병군인이며, 잭 바우어는 육군 대테러부대 군인 출신이다. 존 케일의 군 경력이 잭 바우어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존 케일은 불타는 차에서 동료를 구해 은성훈장(미국 육군이 수여하는 3번째로 높은 훈장)을 받을 정도로 능력과 의협심이 있다. 존 케일, 잭 바우어 모두 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의 무기를 탈취해 액션을 벌이는 경우가 많으며 존은 경호실의 캐롤 피너티(매기 질렌할)와 잭은 CTU의 클로이 오브라이언(메리 린 라즈스쿠브)과 끊임없는 전화 통화를 통해 전략을 도모한다. 잭 바우어는 이미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과 함께 3J 또는 3대 JB로 불리며 팬들 사이에서 막강 액션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J인 존 케일이 액션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2) 딸의 존재, 민폐냐 활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존 케일과 잭 바우어 모두 딸이 있다. ‘에밀리 케일’(조이 킹)과 ‘킴벌리 바우어’(엘리샤 커스버트)다. 두 딸은 아버지가 액션 영웅으로 활약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24> 시즌1은 킴벌리 바우어가 부모님 몰래 모르는 남자들과 놀다가 납치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존 케일이 대통령 팬인 딸을 위해 화이트 하우스 투어에 함께 나섰다가 테러리스트에게 습격을 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킴벌리 바우어와 에밀리 케일은 범인들의 인질이 돼 아버지의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그러나 에밀리 케일은 유투브로 동영상을 찍어 범인들의 정체를 밝혀냈으며 나중에 백악관 공습을 막아내는 데에도 기여한다. 킴벌리 바우어도 시즌3에는 CTU에 들어와 CTU멤버로서 활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킴벌리 바우어는 결국 시즌이 계속되면서 <24> 최고의 테러병기라고 불릴 정도로 가는 곳마다 재앙을 일으키는 최고의 민폐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딸이다.

3) 숨어 있는 배신자를 찾아라
‘<24>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법칙 중 하나는 언제나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것. <24>는 항상 시즌 초반에는 생화학 무기, 핵무기로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이 적으로 그려지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위공직자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잭 바우어의 군인 시절에 원한을 졌던 군인들이 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좋게 말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24>의 매력이기도 했지만 8시즌 동안 계속된 뒤통수의 향연은 시청자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적도 내부에 있다. 아들의 복수를 원하는 대통령 경호실장을 주축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미국 군인들이 테러리스트다. <24>처럼 초반에 드러난 적이 다가 아니다. 핵무기의 발사를 막고 대통령과 딸을 모두 구해냈지만 남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과연 누굴까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묘미다.

4) 음모에 휩싸인 대통령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핵심은 백악관과 대통령이다. 이런 점은 <24>의 전체적인 구성과 비슷하다. <24>에는 항상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 대통령은 언제나 정책이나 권력을 두고 싸움에 얽혀 있고 그로 인해 배신이 일어났다. 그 배신자는 전직대통령, 국회의원 심지어 부통령일 때도 있다. <24> 시즌7에서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처럼 백악관이 점령당하기도 했다.

테러가 일어나고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이 대통령과 가족을 구하는 액션 영화의 플롯은 흔한 것 같지만 대통령이 정치싸움에 휘말리고 경호실장 같은 고위공직자에 의한 배신이 난무하며 백악관이 점령된다는 점은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 <24>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닮은꼴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