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더 콜〉, 납치범 몰래 만들어내는 색다른 긴장감
포스터" /><더 콜> 포스터

초당 3건, 하루 26만 8,000건. 조던(할리 베리)이 일하는 9?11센터에 걸려오는 전화의 양이다. 조던은 실력을 인정받는 유능한 요원이지만, 본인의 작은 실수로 도움을 요청했던 소녀가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6개월 후, 또 다른 소녀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전화가 조던에게 걸려온다. 케이시는 괴한에게 납치당해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상태. 조던은 일단 침착하게 케이시를 안정시키고 그녀를 구해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괴한의 목소리가 6개월 전 살인범과 같다는 걸 알게 되고, 조던은 더욱 필사적으로 그를 쫓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6월 20일 개봉.

10. 전화를 끊기 전까지는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 관람지수 - 7 / 스릴지수 - 8 / 설득력지수 - 6

[프리뷰]〈더 콜〉, 납치범 몰래 만들어내는 색다른 긴장감
스틸." /><더 콜> 스틸.

영리한 피해자와 무식한 가해자 – 보통 납치 영화에서 전화를 거는 건 납치범이다.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변조 없이도 음침한 목소리로 피해자의 가족을 협박한다. 주로 현금뭉치를 요구하고, ‘경찰을 부르면 아이를 다시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흐느낄 때나, 수화기 너머로 비명을 지를 때뿐이다. 하지만 <더 콜>에서는 오히려 자동차 트렁크 속에 갇힌 케이시가 전화를 건다. 협박이 아니라 도움 요청을 위한 전화다. 케이시는 콜센터 팀장 조던의 도움을 받아 좁은 트렁크 안에서 탈출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감행한다. 납치범 몰래 탈출 방법을 모색하는 케이시와 조던의 통화는 중후반부까지 영화의 긴장감을 탄탄하게 유지한다. 영리한 두 여자와 달리 납치범 마이클 포스터(마이클 에크런드)는 ‘무식하게 힘만 센’ 캐릭터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즉흥적으로 일을 진행한다. 경찰들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던, 영화 속 스마트한 납치범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질수록 긴장감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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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콜센터의 재발견 – 조던이 일하는 911 콜센터는 <더 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그동안 범죄 스릴러 영화에 등장하는 콜센터 요원들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범인과 그를 잡으려는 주인공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콜>에서는 다르다. 콜센터 요원 조던은 납치당한 케이시의 탈출을 돕는 조력자이자, 납치범 마이클 포스터를 쫓는 추격자다. 영화 전체를 이끄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할리 베리는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이성적으로 조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더 콜>은 또한 조던뿐 아니라 911 콜센터 직원들의 일상에도 가까이 접근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본인의 실수로 소녀를 구하지 못한 조던은 심리 안정실에 들어가 마음을 추스른다. 영화 초반에는 911 콜센터에 걸려오는 다양한 전화들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콜센터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콜센터 요원들의 고충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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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무리 - 아쉽게도, 조던과 케이시의 통화가 끊어진 순간부터 영화는 줄 끊어진 연처럼 표류한다. 우선 마이클 포스터가 케이시를 납치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마이클 포스터의 집, 지하 창고에서 이유를 짐작할 만한 단서는 꾸준히 나오지만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최소한 벌여놓은 복선과 암시는 정리했어야 하지 않을까. 전화를 끊은 뒤 혈혈단신으로 범인을 쫓는 조던의 행동도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영화의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조던은 콜센터 직원이다. 경찰도 아니고, 총 한 자루 지니지 않은 것이다. 무슨 배짱으로 위험한 상황을 자초하는 건지, 보는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밖에. 따라서 지하창고 신은 긴장감 형성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이야기의 설득력은 떨어뜨렸다. 결말은 관객의 예상을 깨겠다는 일념 하에 억지로 비튼 느낌이다. 뻔한 이야기 전개를 피하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생뚱맞은 마무리는 관객을 당황시킬 수 있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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