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화관]<콘돌은 날아간다>, 베드신에 혹하면 큰 낭패입니다
포스터."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 포스터.

성당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귀가하던 여중생 연미(유연미)가 성폭행 후 살해당한 사고가 발생한다. 평소 연미와 가족처럼 지내던 박신부(조재현)와 연미의 언니 수현(배정화)은 각자의 입장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연미의 유골을 뿌리러 간 곳에서 육체적 교감을 나누고,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박신부와 수현은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보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후 박신부는 종교적 믿음과 구원을 찾아 긴 여정에 오른다. 청소년 관람불가, 30일 개봉.

10. 이 영화 상업영화 아닙니다.
<콘돌은 날아간다>는 재미만을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다. 무엇보다 예술영화나 작은영화를 자주 관람했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여간 어렵다. 또 전수일 감독의 전작을 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더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콘돌은 날아간다>는 정신적 육체적 시련과 슬픔 그리고 종교적 구원과 치유, 이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한 번 보고 이를 이해할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 정적이고 건조한 인물들의 감정은 더욱더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진지한 사색을 필요로 한다.

10. 베드신에 혹해 보러 간다고요? 그러면 큰 낭패입니다.
혹여 ‘9분간의 롱테이크로 완성된 베드신’이란 문구에 현혹돼 영화를 관람한다면 그야말로 큰 착오다. 상업영화의 홍보문구였다면 모를까. 또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베드신과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베드신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조차 힘들 테니 말이다. 더욱이 이 베드신은 단순한 의미의 베드신이 아닌 ‘치유’를 담고 있다. 여배우의 음모까지 노출될 정도지만 선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베드신을 하는 두 인물의 감정도 메말라 있다. ‘사랑’의 감정은 전혀 없다. 물론 ‘욕정’이 아닌 ‘치유’의 과정이라 할지라도 신부가 베드신을 한다는 설정만을 두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듯싶다. 영화를 보고 판단하는 게 해답이다.

10. 때론 영화 제목만 봐도 영화의 메시지가 보이기도 하죠.
영화의 제목인 <콘돌은 날아간다>(El Condor Pasa)는 과거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페루가 해방과 자유를 꿈꾼다는 내용의 페루 민요. 1970년대 사이먼&가펑클이 불러 대중적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또 죄책감에 휩싸인 박신부가 영혼의 치유와 종교적 구원을 찾아가는 여정을 대변하기도 한다. 영화 속 배경도 페루와 안데스 산맥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닌 의도된 바. 미리 숙지하고 있다면 영화를 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 되지 않을까. 페루의 아름다운 풍광은 영화가 주는 ‘덤’이다.

10. 전수일 감독, 꽤나 유명한 감독입니다.
전수일 감독은 1997년 영화 <내 안에 우는 바람>을 시작으로 꾸준히 예술영화를 만들어 왔다. <내 안에 우는 바람>은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기도 했다. <콘돌은 날아간다>에서 주연을 맡은 조재현이 이 작품에도 출연한다. 또 <검의 땅의 소녀와>(2007)는 제10회 도빌아시아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비평가상, 제9회 라스팔마스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가 <콘돌은 날아간다>에도 출연하는 유연미다. 꾸준히 해외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전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8)은 최민식의 복귀작으로 대중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동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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