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yes] 〈백악관 최후의 날〉,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vs 할리우드 중심의 ‘북한’
포스터." /><백악관 최후의 날> 포스터.

국제 사회의 경고에도 군사적 도발과 핵실험을 멈추지 않는 북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이 야기하는 ‘한반도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 바로 그 날, 백악관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인다. 한국 측 경호요원으로 위장한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 강(릭윤)과 그가 이끄는 테러단체는 불과 13분 만에 백악관을 점령한다. 인질로 잡힌 미국 대통령(아론 에크하트)을 구하기 위해 전직 경호원이던 마이크(제라드 버틀러)가 홀로 백악관으로 진입한다.

기명균 : 너무 간단한 백악관 테러,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 관람지수 - 6 / 액션 지수 - 7 / 한국말 지수 - 5
황성운 : 요즘은 악역도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 관람지수 – 6 / 액션 지수 - 7 / 한국말 지수 – 4

2eyes ∥ 백악관이라는 공간

기명균 : 백악관이 어떤 곳인가? ‘국제사회의 리더’라 자부하는 미국의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런 만큼 세계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3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듯, 영화 속 테러리스트들은 백악관의 보안 시스템을 너무도 간단히 무력화시킨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이 처참히 유린당할 때, 관객들은 가장 먼저 공포를 느끼게 된다. 또한 북?미 대립, 한?미 동맹 등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은 요란한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에 현실성을 일정 부분 부여한다.

황성운 : 백악관이 공격당하는 모습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백악관이 공격당한다는 소재를 다룬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미국은 현존하는 슈퍼파워고, 그 중심이 백악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백악관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건물.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이는 곧 미국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점령당했다 하더라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여유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2eyes] 〈백악관 최후의 날〉,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vs 할리우드 중심의 ‘북한’
스틸" />< 백악관 최후의 날> 스틸

2eyes ∥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메우는 배우들의 연기

기명균 : 연기파 배우들의 시너지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300>에서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제라드 버틀러는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마이크 역을 맡았다. MTV 무비어워즈에서 ‘최고의 격투상(Best Fight)’을 수상했던 이력에 걸맞게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를 보여준다. <다크 나이트>에 함께 출연했던 아론 에크하트와 모건 프리먼도 이번 영화에서 다시 만나 각각 대통령, 대통령 대행 역을 맡았다. 마이크의 고군분투에 비해 두 캐릭터의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제 몫을 다 했다.

황성운 : <백악관 최후의 날>은 결말이 정해져 있는 영화. 할리우드가 북한 테러리스트에게 백악관을 내준 채 끝을 맺진 않을 테니.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이미 정해진 결말로 향하는 과정을 얼마나 재밌고, 몰입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 점에 있어 이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에 기대고 있다. 북한 테러 집단에 홀로 맞선 제라드 버틀러는 변함없는 액션 감각을 뽐냈다. 그의 ‘액션 원맨쇼’는 박진감을 주기엔 충분하다. 단조로움은 어쩔 수 없는 부분. 악역 캐릭터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릭윤이 좀 더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였다면, 제라드 버틀러와 좀 더 멋진 승부가 펼쳐졌을 것 같다.

[2eyes] 〈백악관 최후의 날〉,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vs 할리우드 중심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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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eyes ∥ 테러단체는 모두 ‘미치광이’?

기명균 : 국제사회에서 잦은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북한이라지만 영화 속 북한 테러리스트들은 사람이 아닌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 같다. 마이크의 말처럼 백악관을 점령하고 정부 주요 인사를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그들은 ‘미치광이’다. 그들이 테러를 저지른 명분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조롭다. 리더 강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언급하는 장면이 잠시 나오긴 하지만 잔인한 그들의 행동과 따로 논다. 현실 속 북미 관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끌고 왔다면 그 갈등도 좀 더 현실적으로 다뤘어야 했다. 북한 편을 들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왜 북한의 테러단체가 백악관을 점령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야 했나?’에 대한 명분은 분명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 대결구도가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단순한 선악구조만으로 2시간여를 끌고 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황성운 :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이 영화의 중심에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최근 할리우드가 찾은 최고의 악당이 ‘북한’인 듯싶다. 계속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던 북한, 그에 따라 할리우드 내 위상이 높아진 걸까. 미국에게 북한은 민감한 대상. 그리고 그들의 눈에 북한은 어쩌면 영화 속처럼 ‘미치광이’로 보일 수도. 그들의 그런 시각이 반영된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북한이 백악관을 점령하는 영화 속 내용, 그들에겐 충분히 ‘현실’적일 수 있다. 1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익이 그런 시각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만 놓고 봤을 땐 단순한 선악구조와 그들만의 명분조차 없는 테러리스트의 행동 등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북미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영화적인 힘으로 흥행을 일굴 수 있을까.

[2eyes] 〈백악관 최후의 날〉,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vs 할리우드 중심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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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eyes ∥ 한국어 기능 탑재된 로봇들의 연기

기명균 : 미국드라마 <로스트>에 “페이퍼타올이 요기잉네?”가 있었다면 <백악관 최후의 날>에는 “구러쿤. 시크러! 조요해!”가 있다. 이병헌, 배두나 등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 주연급에 캐스팅되고,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 등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시대다. 하지만 해외 작품 속 한국말의 어색함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북한 테러리스트들이 쓰는 한국어 억양은 남한의 것도 아니고 북한 사투리도 아니다. 거의 기계음에 가깝다. 리더 강 다음으로 대사가 많은 여성 테러리스트는 20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한 채로 ‘로봇 사투리’를 반복한다. 한국말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내 개봉을 앞둔 <백악관 최후의 날>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황성운 : 북한 소재다 보니 우리 입장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완벽한 한국어 구사 능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분명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어 구사 능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있을까. 더욱이 한국을 제외하곤 다 자막처리가 될 텐데.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아쉬움은 있다. 한국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에서도 예의주시하는 곳. 그럼에도 한국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주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어색한 한국어는 손쉽게 수정 가능했을 터. 그도 아니면 한국어가 능숙한 배우를 한 명 쯤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관객들에겐 분명 기분 상할 일이다. 만약 <백악관 최후의 날>의 미국 관계자들이 국내 극장에서 영화를 함께 관람한다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국내 관객들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우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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